티스토리 뷰
(전략)
しろよなさんがせっかく韓国まで私の小説を届けようとしてくださっていて、その気持ちがとてもうれしくて、翻訳お願いすることにします。 小指という名前と、小説のURL書いてくだされば、商用でなければ(同人誌にして売るなどでなければ)お好きにしてください。
시로요나 님이 모처럼 한국까지 제 소설을 전해주려 하시는 마음이 무척 기뻐서 번역을 부탁드리기로 하겠습니다. 코유비라는 이름과 소설의 주소를 기재해 주시고, 상용이 아니라면(동인지로 판매하는 등이 아니라면) 원하는대로 사용해 주세요.
(후략)
작가님의 말
(픽시브 본문)
2016/05/14
에이치와 케이토의 네가지 단편입니다. 에이케이와 케이에이가 혼재. 어느쪽이 어느쪽이든간에 읽을 수 있을 것도 같습니다만, 안 될 것 같으시다면 읽지 않기를 추천합니다. 저는 양쪽 다 좋아해서 왔다갔다하고 있습니다.
후반의 두 이야기도 그런 느낌입니다만, 에이케이 전력에 투고했으니 이 두 이야기는 에이케이라고 생각해 주세요.
(1페이지) 꿈 밑바닥의 조개껍데기→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같은 두 사람을 읽고싶어서 썼습니다. 사후 주의.
(2페이지) 짜부러진 딸기→러브호텔에 가는 두 사람을 읽고 싶어서 썼습니다.
(3페이지) 봄의 사체→전력 제 1회의 주제 '벚꽃', 유소년기의 소꿉친구. 에이치가 케이토의 절에 꽃구경을 가는 이야기.
(4페이지) 키스 폴란드→전력 제 2회의 주제 '키스의 의미', 황제의 키스는 언제나 돌연, 그리고 필연.
「夢底の貝がらたち つぶれたいちご 春の死体 キス・ポーランド」
「小指」の小説
원문주소:
[pixiv] http://www.pixiv.net/novel/show.php?id=6776733
--------
무어라고도 하기 힘든 옅은 어둠 속에서 케이토의 흰 몸이 희미하게 떠올라 있었다.
두 장이 하나를 이루는 조개껍데기마냥 뜨겁게 달아올랐던 몸을 바싹 붙이고서 손가락마저 얽은 채 잠들었을 터인데, 나와 케이토는 어느샌가 완전히 두 사람의 인간이 되어 시트의 바다에서 메마른 두 개의 섬을 만들고 있었다.
거의 벽 하나가 유리로 이루어졌다고 해도 좋을 정도로 커다란 창문은 적색과 백색의 작은 사람들의 빛을 멀리서 호화롭게 비추고 있다. 나는 머리맡의 리모콘으로 블라인드를 모두 내렸다. 그러자 아주 조금이지만, 방 안은 해저의 어둠에 가까워졌다.
각진 어깨가 케이토의 호흡에 맞추어 조용히, 완만히 오르내리고 있었다.
이 방은 아무 것도 덮지 않아도 전혀 추위를 느끼지 않도록 적정 온도로 관리되고 있다.
그렇기에 물리적인 추위라기보단 사람에 대한 그리움과도 같은 감정에 이끌려 나는 케이토에게 다가붙는다.
등을 돌리고 있다니 서먹서먹해서 쓸쓸하다. 나는 몸을 일으켜 잠든 케이토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언제나 차가운 빛을 반사하는 그의 안경도 사라지고 의식을 놓아버린 귀여운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나는 케이토의 등에 살짝 몸을 붙였다. 찰싹 달라붙어서, 목을 뻗어 케이토의 목덜미에 입술을 댄다. 깊은 녹빛의 머리카락이 코에 닿아 간지러웠다. 살랑거리는 죽 뻗은 그것을 가르고, 평소에는 빛에 드러나지 않는 깨끗한 피부의 냄새를 맡는다.
먹어버리고 싶어.
씹어서, 삼키고, 소화해서, 케이토와 하나가 되고 싶어.
바보같은 생각을 한다. 단 둘 뿐인 밤이니까. 아직 종언을 울리는 나팔은 울리지 않아도 될 것이었다.
케이토의 피부에선 청결한 냄새가 났다. 분명 우리 나이 특유의 향기였다.
공들여 신중하게, 깊이 입술을 내렸다. 케이토의 긴 목이 끝나는 지점에는 단단하고 작은 경추가 솟아 있었기에 나는 정중히 그것을 핥고, 삼켰다. 언제나 의연한 그의 눈부신 등이 여기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다.
케이토가 물고기라면, 하고 나는 생각한다. 반투명한 등뼈는 젓가락으로 찔러대도 간단히는 휘지 않을 정도로 올곧게 몸을 관통해, 식탁의 빛을 반사한다.
평소의 나라면 예의없이 뼈까지 먹어버리는 듯한 짓은 결코 하지 않을 테지만 케이토의 뼈라면 아드득 씹어 부수고 전부 먹어치울 수 있기를 바랄 테지.
케이토의 등에 떠오른 돌기 하나하나에 정중히 입을 맞추었다. 케이토를 케이토로서 성립시키는 그것은 인간인 채로도 올곧게 늘어서 있었다. 아름다운 등뼈를 키스로 따라가다 보니 허리에 다다랐다. 푹신푹신한 깃털 이불이 그 근처에서 뭉쳐 있었지만 나는 그 안에 파고들며 케이토의 얇은 허리를 핥았다.
그다지 볕에 나가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 케이토에게서마저도 태양과 바다와, 그리고 탄산과도 같은 맛이 나서 나는 애달파졌다.
그가 건강한 인간이라는 것을 확인한 듯한 기분이 들어서. 그것은, 하느님에게 감사드려야 할 만한 일이기는 하지만.
투명한 액체가 튜브를 따라 흘러 팔의 주삿바늘로부터 쏟아져 들어온다. 자근자근 시간을 들여 그렇게 길러져 온 나의 몸은 훨씬 밋밋한 맛이 나리라고 생각한다.
케이토는 깊이 잠들어 있다. 나는 도달하지 못할 어두운 꿈의 숲 속을 헤쳐나가고 있는 것일 테지. 나는 허리를 깨물었다. 케이토가 움찔했다.
그 반응이 즐거워서 쿡쿡 웃으며 몸을 뻗었다. 케이토의 팔 안에 기어들어가 팔뚝 안쪽을 잘근잘근 깨문다. 민폐라는 듯 오른팔이 다가와 내 얼굴을 밀어내려 하기에, 이번에는 그 손바닥을 낼름 핥고서 버릇없이 입을 크게 벌려 케이토의 검지와 중지, 약지를 한꺼번에 입에 담았다.
"……먹지 마."
겨우 숲에서 빠져나와 준 케이토는 잠이 덜 깬 채로도 이쪽을 향하고, 케이토의 손을 입에 넣고 있던 나를 본다. 깨물지 못하게 하면서 내 몸을 끌어올린다.
호흡의 온도를 느낄 수 있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서 겨우 그의 옅은 황금빛 두 눈에 초점이 맞는다. 케이토는 시력이 약하다.
내 눈 앞에서 졸린 듯 다시 눈을 감아버리기에, 나는 케이토의 흰 입술에 꾹 내 입술을 대었다. 귀찮다는 듯 눈을 뜬다. 그의 눈동자 안에, 즐거운 듯한 쓸쓸한 듯한 내가 보인다. 다시 한 번 입을 맞추고 이번에는 혀를 넣었다. 바슬바슬 말라 있던 케이토라도 입 안은 습하고 따뜻했다. 거절당하는 일은 없다. 차차 눈을 뜨고 소극적으로 응답해 준다.
미안해, 라고 생각한다. 케이토는, 그저 닿기만 하는 조용한 입맞춤을 가장 좋아했다. 몸 속의 바다와 바다를 섞어 소용돌이를 일으킬 듯한 그런 격렬하고 잘 모를 행위나 연결은 정말로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틀림없이, 내 몸 상태를 걱정해서 그런 것만이 아니라.
하지만 난 그래선 채워지지 않는다. 점막과 점막의 뜨겁고 습한 부분으로, 인간과 인간이, 가장 가까워질 수 있는 곳으로, 케이토를 지배하지 않으면 성이 차지 않는다. 지친 그가 잠에 빠져드는 것도 허락치 않고 억지로 잠을 깨웠다. 나는 욕심이 많다.
젖은 혀로 나누던 정교를 마치자 케이토는 조금 정신이 든 것 같았다. 눈을 맞추고,
"잠이 오지 않는 거냐."
고 묻는다. 케이토의 옅은 금빛 시선과 나의 아쿠아마린의 눈길이 삐비빅, 하고 교신한다.
응, 하고 고개를 끄덕이자 쓱쓱, 머리를 쓰다듬어준다. 착하다, 착하다.
전학생 소녀가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던 때 깨달은 것이지만, 케이토가 머리를 쓰다듬는 손은 조금 투박하고 힘이 들어가 있다.
과연 여성의 손길은 좀 더, 나를 비단으로 감싸는 듯이 상냥하고 부드럽다. 케이토가 쓰다듬은 뒤면 비단실처럼 얇은 내 금발은 엉망으로 흐트러지고 만다. 얼굴에 내려앉은 그것을 케이토는 서투른 손으로 신중히 고친다.
역시 남자아이로구나, 하고 생각한다. 케이토가 여자아이였다면 우리들의 관계는 훨씬 간단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지만 내가 사랑하는 같은 형태에는 결코 도달하지 못했으리라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게다가 나는 케이토의 손바닥을 무척 좋아하고, 힘찬 체온에 울고싶어질 정도로 안심하고, 그만큼 강한 감촉이 없으면 타인의 상냥함조차도 제대로 믿어지지가 않아서 누군가가 쓰다듬어준 것 같은 기분도 들지가 않는 것이다.
"어떤 맛이 날까 싶어서."
어중간한 어둠 속에서, 완성되지 않은 말을 풀어놓았다.
"어떤 맛이 났지?"
케이토는 끈기있게 내게 어울려 준다.
"케이토는 척추가 곧아서, 예쁘네."
미묘하게 얼버무리며 대답하자 조금이지만 당황하며,
"고맙다."
라고 대답한다. 그의 이런 부분이 무척 귀엽다.
"난 아마 무미무취일 테니까, 재미없어서 유감이야."
하고 말하자, 진지한 얼굴로 그렇지 않아, 라고 대꾸한다. 어렸던 시절부터 우아하게 샤미센을 쥐어 온 커다란 손이 나의 귀로부터 턱까지를 감싸안는다.
그저 닿기만 하는, 케이토가 좋아하는, 조용하고 상냥한 입맞춤을 주었다.
"에이치는 단 맛이 난다."
그렇게 말하고 살짝 웃으며, 민망한 것을 감추려는 듯 안경을 밀어올리는 동작을 하고서야 안경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모양이었다. 시치미 떼긴. 나도 기쁘기는 했지만 부끄러웠던 탓에, 우리들은 서로의 앞에서 그다지 솔직해지지 못하기에
"하지만 넌 매운 걸 좋아하잖아."
하고 반론했다.
베개맡의 안경을 찾으려는 손을 저지했다. 잘 수 있을 것 같아, 하고 중얼거리자 그 손은 다시 툭툭, 하고 머리를 건드리더니 내 등 뒤로 돌아갔다.
나도 케이토도 유복한데도 어째선지 살이 붙질 않아서 소년과 청년의 경계에 있는 몸은 차라리 빈약해 보일 정도로 말랐다. 케이토의 손이 나의 희게 융기한 늑골을 쓰다듬는다. 그것은 컴플렉스를 건드리는 법한 방식이 아니라 내가 원래부터 가지고 태어난 비참함같은 것마저도 제대로 사랑해 주려는 방식이었기에, 나도 아직 주삿바늘 자국이 남은 긴 팔을 그의 몸에 두를 수 있었다.
이젠 단단히 다물린 조개처럼 부자연스럽게 바짝 마주 끌어안으려 하진 않았다. 여성의 굴곡을 지니지 않은 몸은 겹쳐보아도 틈 없이 딱 맞지를 않는다.
그저 다리를 엮고서, 서로 마주하고 눈을 감았다. 자연스러운 자세에선 역시 나와 케이토의 사이에 흰 시트의 공간이 생긴다.
그곳에 우리들의 고독이 있다. 우리들이 한 사람이 아니라 두 사람이기 때문에 태어나는 고독이.
졸린듯 눈을 살짝 뜨고서, 나는 그 아무것도 없는 공간을 느릿하게 쓰다듬었다.
마치 우리 둘 사이에 아이가 있다면 그렇게 사랑해 주기라도 하겠다는 듯한 손놀림이었지만, 손끝에 닿는 것이라곤 시트의 재봉선 뿐이다. 그래도 나는, 몇 번이고 몇 번이고, 몇번을 왕복하며, 사랑했다.
케이토의 손이 내 손을 쥔다. 따뜻한 체온이 흘러들어와 몸 전부가 따끈따끈해졌다.
나는 시트를 건드리기를 포기하고 그의 손에 응했다.
어쩐지 모든 것이 사랑스러웠다.
우리들이 단 둘의 고독을 낳기 위해서는, 이런 식으로 케이토에게 그를 위로받기 위해서는 나와 케이토가 각자 별개의 존재여야 하고, 그렇기에 역시 케이토를 먹어치우는 것은 그만두자고, 깊은 바다에 잠기며 몽롱히 생각했다.
동이 튼다는 것을 알려야만 해. 드높이, 종언의 나팔을.
하지만 그것은 빛도 소리도 닿지 않는, 바람도 불지 않고 비도 내리지 않는, 아무것도 없는 바다의 밑바닥과는 관계 없는 것이었다.
케이토의 깊은 꿈의 숲은, 바다의 어둠으로 이어진다. 나는 알고 있다.
나는 역할을 잊고서, 길을 잃은 두 개의 조개껍데기가 되어, 적어도 이 밤만은 해저의 옅은 어둠 속을 계속 굴러갈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들은 대로 택시에 탔다. 별다를 것 없는 검은 고층 빌딩은 매직미러로 만들어진 것인지, 그 측면에 마치 무슨 보석함이라도 되는 양 도쿄의 밤거리를 반사하고 있었다. 케이토는 그 앞에서 택시에서 내려 빌딩 안으로 들어선다. 오피스도 들어선 듯한 그 빌딩의 고급스럽고 밝은 로비를 그대로 통과해 엘리베이터 홀에서 투명한 상자를 기다렸다. 가까운 엘리베이터가 도착했지만, 다음에 도착한 안쪽의 엘리베이터에 타고 싶다는 의사를 전하자 붉은 입술의 엘리베이터 걸이 품위있는 무관심으로 문을 누르고 배웅해 주었다. 케이토는 혼자 엘리베이터에 타고서 에이치로부터 받은 ID 카드를 기기에 꽂았다. 가장 안쪽의 엘리베이터에서 이렇게 해야만 최상층으로 가는 버튼에 불이 들어오는 것이다.
문이 열린 건너편은 가라오케의 접수처와 같은 구조로 되어 있었다. 카드를 건네자 그 대신 룸 키가 주어졌다. 중년의 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케이토의 얼굴을 보고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부디 즐겨 주시길'하고 정중한 미소와 함께 말한다. 입이 무거울 듯한 남자였지만 케이토로서는 그 한마디마저도 쓸데없는 참견으로 들린다.
문을 노크하자 맑은 '들어와'하는 목소리가 돌아온다. 룸 키를 대고 문을 연다. 댄스 플로어같은 방의 조명에 눈이 따끔거렸다. 미러볼의 색색의 빛을, 마치 그런 모양의 열대의 뱀마냥 온 몸으로 받으며 에이치는 만면의 미소와 함께 펄쩍펄쩍 뛰어오르다시피 다가왔다.
"케이토, 헤매지 않았어?"
기쁜 듯 부끄러워한다. 케이토는,
"네 녀석은 어째서 이런 곳의 회원인 거냐."
고 묻는다. 오피스 빌딩의 최상층. 언뜻 아무런 특별할 것 없는 라운지 겸 가라오케처럼 보이는 그 곳은, 연예인이나 유명인들을 위한 완전 회원제 러브호텔이었다.
"물론 오늘을 위해서 카드를 만든 거야. 여자애랑 왔을 거라고라도 생각했어? 뭐어, 그런 초대는 잔뜩 있긴 하지만."
"멋대로 나까지 회원으로 만들다니. 두 번은 쓰지 않을 거다."
"그치만 그러지 않으면 케이토가 들어올 수 없는걸. 맘대로 써도 상관없는데. 보안도 제대로 돼 있겠다, 요리도 술도 맛있다고들 하고, 나쁘지 않잖아. 여자애도 기뻐하지 않을까. 내가 없어진 뒤에도 마음대로 써도 좋아."
"악취미야, 이런 방."
"응~? 재밌잖아. 사실은 좀 더 제대로 된, 번화가 뒷거리에 있는 그런 서민적인 곳에 가 보고 싶었다구."
그렇게 말하며 에이치는 케이토의 자켓을 벗겨 옷걸이에 건다. 손을 쥐고서 방 안쪽까지 데려간다.
에이치가 예약해 둔 방은 텐쇼인의 도련님이 바란 대로 세세한 부분까지 내장에 공을 들인 것이었다. 어쨌든간에 싸구려틱하다. 핑크색 네온이 번쩍번쩍 외설적으로 침대를 비추고, 사이드보드에는 케이토의 정신이 아득해질 것만 같은 즉물적인 어른의 장난감이 되는대로 잔뜩 늘어서 있다.(이건 수납되어 있던 것을 에이치가 재미삼아 뒤엎어 놓은 것인지도 모른다) 방 한가운데에는 욕실이 있고 디스플레이처럼 투명한 상자로 둘러싸여 방에서 훤히 보이게 되어 있었다.
이것만은 완전히 바꿀 수가 없었을 것이다. 영화관처럼 커다란 TV는 이미 성인 채널이 켜진 채, 여배우가 시끄러운, 고양이처럼 어리광부리는 듯한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케이토의 머리가 아파온다. 크리스마스마저 들뜬 행사라 여기고 마는 절의 아들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미친 듯한 방이었다.
"있지, 이거 봐."
에이치는 그렇게 말하고 망설임없이 침대에 올라타고는, 어떤 리모콘의 스위치를 눌렀다. 기가 눌린 케이토가 팔짱을 끼고서 바라보는 사이에 침대가 빙글빙글 돌기 시작한다. 에이치는 아직도 그와 어울리는 청결한 흰 셔츠를 입은 채로 소리높여 웃으며 침대에 쓰러졌다. 히익 히익, 하고 배를 끌어안고 시트에 얼굴을 묻고웃는다. 에이치는 금방 웃음을 멈추지 못하게 되곤 하는데 어딘가 그를 자극할 만한 부분이 있었던 모양이다. 에이치에게 맞추어 조금 웃으면서 돌아가는 침대 위에 걸터앉자 에이치가 끌어안아 온다.
"하아, 바보같아."
그렇게 말하는 에이치의 새하얀 얼굴이 셀로판 테이프로 래핑이라도 한 듯한 지독한 쇼킹 핑크로 물들어 있었다. 악몽이라도 꾸고 있는 듯한 극채색이었다. 외설적인 생과 함께 경고하는 듯한 농후한 죽음의 기척이 났다.
에이치가 내민 혀의 색도 이런 바보같은 조명 아래에서는 건강한 빛을 띠고 있는지 어떤지조차 알 수가 없다. 케이토는 안경을 벗고 미간을 문지르며 에이치가 따뜻한지 어떤지를 확인하기 위해, 지나치게 익어버린 딸기같은 색으로 물든 에이치의 혀를 혀로 맞이했다.
분명 케이토의 얼굴빛도 원색 네온에 물들어 인공적인 색을 띠고 있음이 틀림없었다.
에이치는 줄곧 들떠 있었다. 천사라 불리우는, 무구한 소녀같은 얼굴로 넋이 나갈 법한 장난감을 주물러대고 넘어뜨린다. 어떻게 쓰는 걸까? 하고 몇 번이고 얼마나 끈질기게 물어대는지, 설교하다시피 가르쳐 주자 이번엔 좀 더 부끄러워하란 말이야, 케이토의 설교는 재미없어, 하고 싸움이라도 거는 듯이, 하지만 기분좋게 말한다.
케이토로서도 용도를 알 수 없는 고무로 만들어진 흐물흐물한 것을 둘이서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니고 하며 수수께끼라도 맞추듯 사용법을 생각했다.
에이치는 천장에서 내려온 수갑을 채워달라고 하고, 케이토는 오늘 중에서도 가장 악취미적인 소리라고 생각한다. 침대에 털썩 앉은 에이치는 이러면 기분이 좀 날까, 하고 장난스레 바지와 함께 속옷까지 벗어던진다.
"노예 경매처럼 보여? 비싸게 팔리려나."
텐쇼인의 후계자로서 있을 수 없는 광경이었다. 비도덕적인 것이라곤 아무것도 모를 듯이 천진난만하게, 천사와 표리일체의 악마는 말한다. 아름다운 금발도, 아름다운 물빛 눈동자도, 그를 구성하는 모든 것에 높은 가격이 매겨질 것 같았지만 역시 에이치는 어딘가 당당했기에 케이토로서는 잘 상상이 가질 않았다. 케이토는 에이치만큼 사고가 유연하지 않고 착실한 탓에 가능하다면 상상하고 싶지도 않았다.
"케이토가 사 주려면, 케이토 집의 산 정도는 팔아넘겨야 할지도."
라고 조금 리얼한 소리를 한다. 그렇게 해도 도저히 부족할지도 모른다고는 생각했지만.
내가 직접 벌어서 스스로 사 주지. 케이토가 그렇게 말하자, 사실 부모도 집도 전혀 좋아하지 않는 에이치는 기쁜 듯 웃었다.
욕실에도 온갖 향이며 색의 로션이 놓여 있어서 잔뜩 놀았다. 자쿠지는 열이 오르지 않도록 미지근한 물이 채워져 있고, 에이치와 케이토가 움직이자 보그르르 하고 거품이 사라졌다가, 어느새인가 다시 새로운 거품이 솟아났다.
그렇게 침대 위에서 놀다가, 그 나름대로 달아올랐다 끝난 뒤, 케이토는 에이치의 몸을 신경써 머리를 쓰다듬었다. 에이치가 행복에 잠겨 눈을 감고, 다음에 눈을 떴을 땐 케이토도 눈을 감고서 이미 반쯤 잠의 세계로 날아간 듯 했다. 조금씩 고치려고 하고는 있는 모양이지만 여전히 케이토의 밤은 이르다. 그만큼 아침도 빠르지만, 절의 습관이란 간단히 빠지지 않는 듯하다.
에이치는 케이토의 뺨을 찔렀다. 결국 준비되어 있던 장난감은 하나도 써 보지 않았다. 행위 중에 침대가 돌아가는 일도 없었고, 수상쩍은 미약이 들어간 로션도 사용하게 해 주지 않았다. 아까운걸, 하고 에이치는 생각한다.
케이토는 줄곧 지독히 불편하다는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런 곳에 있다니 이상하다, 불안하다고 호소하기라도 하는 듯한 눈으로, 그럼에도 에이치가 하고 싶다는 것은 이러니 저러니 설교하면서도 함께해 주었다. 미러볼도, 네온컬러도, 돌아가는 침대도, 수갑이나 하트모양 욕조도, '케이토가 비뚤어졌어' 하고 에이치가 깔깔 웃음을 터뜨릴 정도로 어울려 주지는 않았다. 난 즐거웠지만, 케이토 자신은 그다지 즐거워 보이지 않았지. 에이치는 생각했다.
이럴 줄 알았더라면 와타루나 리츠 군과 오는 편이 나았을지도 모른다. 와타루라면 이 방에 지지 않을 정도로 소란스럽게 바보같은 짓을 하며 에이치를 즐겁게 해 주었음에 틀림없고, 홍차부의 인연이 있는 리츠 역시도 느긋하게, 금방 적응해 이 방을 즐겨 주었으리라고 생각한다.
에이치가 관계를 갖는 것은 한 명만이 아니다. 케이토도 이미 알고 있는 부분이지만. 소꿉친구로서 함께해 온 길고 긴 시간은 두 사람의 사이에 둘 이외의 누군가가 끼어드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만들었고, 독점욕 따위는 때늦은 이야기였다.
세간에서는 보통 바람이라고 부를지도 모르지만 에이치의 지위와 그에 걸맞게 미쳐돌아가는 세계에서는 딱히 책망하는 이도 없었고 에이치 그 자신도 바람이라고 생각지 않았다.
에이치는 누군가 한 사람을 손에 넣는 것만으로는 부족했고, 또한 누군가 한 사람만의 것으로 정착할 수 없었다, 그 뿐이다.
에이치는 케이토가 없으면 살아갈 수 없지만, 케이토만으로 만족할 수도 없다. 사랑스러운 소꿉친구는 필요조건이되 충분조건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처음 에이치에게 사랑을 준 것은 케이토였기에, 어른이 된 지금도 질리지 않고 체념하지도 않고 케이토로부터 사랑받을 때마다 에이치는 무척 안심한다.
케이토의 뺨을 손가락으로 둥글게 모아쥐고 꾹꾹 찔렀다. 아무리 멋대로 굴어도 케이토는 잠든 어린 얼굴을 보여줄 뿐이었다. 케이토는 다시 미러볼을 돌려보았다. 케이토의 얼굴에도 빛이 만들어낸 뱀의 무늬같은 선명한 얼룩이 퍼졌다. 시트에 얼굴을 묻자 이 붕 뜬 러브호텔과는 어울리지 않는 백단향이 났다. 선향의, 케이토의 냄새다. 어떤 사람에게는 죽음을 연상시킬지도 모르는 그 향이 아무래도 에이치에게는 마음을 가라앉혀 주는 것이었다.
에이치는 파닥파닥 다리를 움직인다. 역시 처음 이 방을 함께 사용한 것이 케이토여서 다행이야, 하고 케이토의 품 안에 파고들며 가볍게 턱에 키스를 한다.
다음날 아침 기상한 케이토는 빙글빙글 돌아가는 미러볼을 멈추고 품 속의 에이치에게 시선을 주었다. 어디에 있어도 더럽혀지지 않는 그 미모가 사랑스러워, 높은 코끝에 살짝 키스했다. 에이치가 어질러 놓은 장난감을 정리하면서는, 조금이지만 한숨을 쉬었다.
에이치는 조금 불룩한 종이봉투를 소중하다는 듯 끌어안고서 케이토의 집을 찾아왔다. 그다지 크지는 않았다. 잼 병같은 것을 넣기에 딱 좋은 사이즈의, 밑바닥이 사각진 종이봉투였다.
에이치는 차에서 내려선 마중을 나온 케이토를 발견하고는 진심으로 기쁜 듯한 표정을 지었다. 창백한 얼굴이 단숨에 핑크빛으로 물들어 밝게 빛나는 모습에 케이토도 기뻐진다. 에이치는 고급스러운 검은색 반바지를 입고 있었다. 하이삭스를 신은 죽 뻗은 가느다란 다리는 조금 춥게 보여, 케이토는 문득 에이치의 상처 하나 없이 매끈한 어린아이의 무릎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에이치는 몽롱하게 쳐진 눈으로 생긋 웃고선 "오늘은 따뜻해"라며 신경쓰이지 않는다는 양 말했다.
그보다, 하고 말을 꺼내더니 케이토에게 종이봉투를 떠넘긴다. 뭐야, 이건. 그렇게 물어도 장난스레 웃기만 할 뿐 가르쳐 주질 않았다. 케이토는 별로 무겁지도 않은 종이봉투 안을 들여다보고서 흡, 하고 숨을 삼켰다. 갈색 얼룩무늬 털을 가진 작은 동물이, 축 늘어진 채 숨이 끊어져 경직되어 있었다. 에이치는 케이토의 반응이 재미있다는 듯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오늘 아침에 죽어 있더라구."
정중히 종이봉투를 고쳐 접는 케이토의 모습에 에이치는 아주 조금 조심스레 말했다.
"고용인에게 맡길 수도 있었겠지만. 모처럼 네 집에 가기로 했으니까, 공양을 부탁할까 싶어서."
슬픈 것처럼 보이진 않았지만, 에이치는 톡, 톡 하고 말을 떨구었다. 종이봉투 안에 죽어 있던 것은 누군가가 어린 상속자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보낸 비싼 햄스터였다. 케이토 역시 처음 그것이 에이치의 집에 왔을 때 본 적이 있다. 새하얀 에이치의 손바닥 위에서 바삐 털을 고르더니, 햄스터는 에이치의 가슴을 타고 오르려 분홍색 손으로 셔츠를 긁어대었다. 케이토도 대롱대롱 매달린 햄스터를 신중한 손길로 쓰다듬었다. 무척 부드럽고 따뜻했던 기억이 난다. 그 뒤로 함께 논 적은 없었지만, 에이치와 케이토가, 예를 들어 같은 책을 보거나 음악을 듣거나 할 때에 이 햄스터도 방 구석에서 쳇바퀴를 덜걱덜걱 달리고 있었으리라.
텐쇼인의 소유물쯤 되면 에이치가 손을 대지 않아도 수많은 고용인들이 돌봐줄 것이었다. 케이토가 보았던 것이 제법 오래 전의 일이었으니 수명이 다했거나 병, 혹은 불의의 사고였을 터다.
에이치는 다른 한쪽 손에, 아마 집에서 가져온 것으로 보이는 간식거리를 들고 있었다. 이거, 맛있거든. 그렇게 기분이라도 풀어주려는 듯 말하고 에이치는 낼름 혀를 내밀었다. 건강한 복숭아색에 케이토는 안심한다.
최근 들어 케이토는 에이치가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그다지 즐겁지 않았기에, 그래서 에이치의 그 피아노며 바이올린을 훌륭히 연주해내는 손에 죽음이 든 종이봉투를 쥐어주고 싶지 않았기에, 돌려주지 않은 채 제 손에 종이봉투를 들고서 절을 향하는 길을 걸었다.
모친에게 설명을 하고 지시를 기다렸다. 바빠 보이는 모친은 상냥하게 에이치를 반겨주고서, 햄스터에 대해서는 묘를 만들고 케이토가 공양해 주렴, 하고 말했다.
계절은 봄. 에이치는 오늘 케이토의 절이 소유한 산에 벚꽃을 보러 온 것이었다. 비닐 시트와 햄스터를 묻기 위한 삽, 그리고 염주 두 개를 가지고 나섰다. 에이치가 가져온 것 중엔 홍차가 든 물병도 있다는 모양이다. 무거우면 내가 들까. 케이토가 그렇게 말을 걸어도 하인 같은 소리 하지 마, 내가 들 거니까, 에이치는 그렇게 내쳤다.
벚나무는 나뭇가지 끝에 아직도 보드라운 꽃망울을 남겨둔 채 대부분 둥그러니 꽃을 피우고 있었다. 옅은 분홍빛이 봄의 빛을 투영하고, 산들바람이 불어올 때마다 어디선가 팔랑팔랑 꽃잎이 내린다. 에이치는 넋을 빼앗긴 채 벚꽃잎을 잡으려 하고 있었다. 빙글빙글, 에이치가 마치 특기인 왈츠라도 추는 듯 벚꽃나무 아래에서 춤추는 모습을 눈부시게 바라보며, 케이토는 삽으로 햄스터의 사체를 묻을 구멍을 팠다.
꽃잎과 노는 데에도 금세 질린 에이치가, 나도 할래, 하고 흥미를 표했다. 삽을 건네자, 에이치는 제대로 잡는 데에 성공한 듯한 꽃잎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망설이다 내가 가지고 있겠다며 케이토가 손을 내밀기도 전에 날름, 삼키고 말았다.
케이토가 "벚꽃은 먹는 게 아니야"하고 설교했지만 에이치는 어디서 바람이라도 부나 하는 태도로 "아무 맛도 안 나네"라며 뺨을 벚꽃빛으로 상기시킨 채 유쾌한 듯 말했다.
종이봉투 채로 구멍 안에 집어넣고서 흙을 덮고 땅을 다진 뒤 둘이서 염주를 쥐었다. 케이토가 경을 읊었다. 에이치도 얌전히 손을 모으고서 기도를 바치고 있었다. 이 벚꽃에 쓸려나가고 말 것만 같이 덧없는, 그리고 실제로도 병약한 소꿉친구는 제 몸에 죽음을 지니고 있기 때문인지 이런 때만은 성실한 태도를 보여준다.
"벚나무 아래에는 시체가 묻혀있대. 케이토네 집 벚나무는 진짜 그렇게 되고 말았네."
에이치가 맑은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에이치는 입원기간 중엔 줄곧 책만 읽어대지만, 그만이 아니라 케이토 역시도 어린이 문학전집 등을 닥치는 대로 읽어대는 어린아이였기에 카지이 모토지로의 소설을 인용했다는 것은 금방 알 수 있었다.
"있잖아, 케이토. 시체 흉내 낼까."
에이치가 천진난만한 미소로 느닷없이 졸라대기 시작한다. 그리고는 옷이 더러워지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기운차게, 햄스터를 묻은 부근으로부터 조금 떨어진 자리의 흙을 파내기 시작했다.
"뭐, 뭐 하는 거야, 에이치."
"우리들의 무덤을 만드는 거야."
에이치는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벚나무의 뿌리 근처의 흙을 파내는 데 열중한다. 비가 내린 듯한, 혹은 잎이 썩은 듯한 습한 냄새가 났다. 에이치의 가느다란 금발이 하늘하늘 흘러내리고, 에이치는 귀찮다는 듯 흙으로 더러워진 손으로 그것을 귀 뒤로 넘겼다.
"잠깐, 그만해 둬. 그 삽은 우리들이 들어갈 만한 구멍을 파내기엔 너무 작은데다 어지간해선 안 될거다. 시간도 너무 오래 걸려."
케이토는 똑바로 바라보고서 에이치에게 의견을 냈다. 에이치는 퍼뜩 고개를 들었다.
"케이토는 내 생각이 싫다는 거야?"
하고 심술궂은 질문을 던진다. 그런 게 아니야, 그렇게 말하기도 전에 에이치가 매달려 왔다. 케이토는 비슷한 몸집의 아름다운, 여윈 소년의 몸을 어떻게든 받아안기는 했지만, 온몸의 체중을 실어 쓰러지는 통에 제대로 받아내지도 못하고 마침내는 그 힘에 밀려 벌러덩 쓰러지고 말았다. 여러 갈래로 흩어진 벚나무 뿌리에 머리를 부딪히기는 했지만 막상 쓰러지고 나니 마치 베개같은 꼴이 된다.
흐흥. 하고, 에이치가 조금 득의양양한 얼굴로 케이토의 위에 네 발로 올라탄다.
"네에. 케이토는 죽었습니다."
하고, 천진난만하게 웃었다. 벚꽃잎이 마치 천사와도 같은 에이치의 미소로부터 흘러떨어지는 것만 같았다. 케이토는 시야에 한가득 비치는 옅은 벚꽃과 에이치를 바라보았다. 마치 꿈같이 아름다운 풍경이었다. 빛의 가감에 벚꽃에 비치는 그림자는 보랏빛이었다. 그다지 외출을 허락받지 못하는 에이치의 피부는 벚꽃잎과도 닮아 있었기에, 그의 뺨에 흩어진 속눈썹의 그림자 역시도 마찬가지로 보랏빛이 섞여 있었다.
"시체의 기분은 어때?"
라고 에이치가 묻는다. 케이토는 조금 생각한 뒤,
"벚꽃은 아래를 향해 꽃을 피우니 드러누운 채 죽어 있으면 잘 보여서 마침 좋아. 아름다워서 마음이 깨끗해지는군."
하고 대답했다. 에이치는 자기가 물어본 주제에 그렇구나, 하는 말을 끝으로 입을 다물었다.
"난 케이토가 보여."
에이치는 그렇게 말했다. 무슨 당연한 소리를, 하고 케이토는 조금 생각했다.
"이쪽 경치도 제법 괜찮아."
그리 말한 에이치는 즐거이 웃었다. 벚꽃은 시간이라도 멈춘 듯 조용한데도, 벚꽃잎은 어딘가에서 팔랑, 팔랑 하고 소리도 없이 춤추며 떨어지고 있었다. 그것이 에이치의 머리카락에 붙어 있었기에 케이토는 에이치의 아래에서부터 손을 뻗어 그것을 떼어내려 했다. 그 손을 오해한 것인지, 그렇잖음 그저 단순히 타이밍이 겹친 것뿐이었는지, 에이치는 케이토의 상냥한 손에 재촉받기라도 한 듯 위를 보며 드러누운 케이토 위에 바짝 엎드리다시피 올라탔다. 사랑스러운 체온과 무게감이 케이토의 몸을 눌렀다.
"나도 시체가 됐어."
그렇게 말하며 어리광이라도 부리듯 뺨을 마주대었다. 시체는 시체라도 흉내 뿐인 시체였기에 에이치의 몸은 따뜻했고, 케이토의 몸 역시도 따뜻했다. 두근, 두근, 그렇게 서로의 심장소리를 교환한다. 맥박치는 케이토의 고동이 체온과 함께 흘러들어와, 에이치는 어쩐지 울고 싶어졌다. 특별히 귀여워하던 것도 아닌데 햄스터의 죽음은 역시 조금이지만 충격적인 일이었던 것이다. 특히 언제 죽을지 모른다, 는 소리를 듣는 예민한 소년에게 있어서는 더더욱.
"케이토, 지금은 뭐가 보여?"
"네녀석의 머리카락과, 벚꽃이다. 간지러워."
"내게는 검은 흙과, 케이토밖엔 보이지 않아."
케이토는 위로하듯, 감정을 한가득 담아 에이치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비닐 시트가 쓸모없게 되고 말았다. 옷이 더러워지고 말았다. 케이토는 그런 것을 조금 신경쓰고 있었지만, 만개한 벚꽃을 앞에 두고서 이제 어찌 되든 좋아지고 말았다. 나중에 실컷 혼나는 게 전부이다, 에이치도, 자신도. 이렇게나 벚꽃이 아름다운데, 에이치가 어두운 목소리를 내는 것이 더 큰 문제였다.
에잇, 하고 케이토는 에이치의 몸을 뒤집었다. 머리만은 부딪히지 않도록 손으로 감싼 채. 뭐 하는 거야, 하고 깜짝 놀란 듯한 목소리가 에이치에게서 새어나왔다. 딱히 자세를 바꾸고 싶었던 것만이 아니라 에이치를 눕혀 벚꽃을 보여주겠다는 것이 케이토 나름의 생각이었지만, 말로 하지 않으니 전해지지를 않는다. 에이치는 이런 데에서도 오기를 발휘해 다시 위아래를 뒤집으려 애를 썼다. 하지만 이번엔 케이토 역시도 반항하고 있었기에 에이치와 케이토는 바짝 붙은 채로 데굴데굴 흙 위를 구르고 만다. 에이치의 셔츠도, 검은 반바지도, 작은 두 무릎도 모두가 흙투성이가 되었다.
둘 다 포기는 빨랐다. 그렇다기보다도 에이치가 흙투성이가 되는 것이 즐거웠는지 깔깔 웃어젖히기 시작해서, 거기서 끝나고 말았다. 둘 모두 벌렁 드러눕고 말았다. 에이치가 후후, 후후후, 하고 다시 웃으며,
"우리들, 살아 있구나."
하고 말했다. 그리고, 사치스러운 벚꽃이네, 라고도.
햄스터의 사체와 두 소년의 생을 곁에 두고서, 벚꽃은 옅은 꽃무리 사이로 한층 아름답게 봄의 햇빛을 떨구고 있었다.
학생회실의 책꽃이로부터 케이토가 한 권의 책을 꺼내어 뒤돌았을 땐, 바로 곁에 에이치가 슬쩍 서 있었다. 소녀같은 상냥한 얼굴을 하고서도 키가 큰 케이토와 그다지 다를 바 없는 위치의, 오히려 1센티미터만이지만 위에 위치한 흰 입술이 희미하게 미소짓고 있었다. 가까워지는 얼굴에 케이토가 '앗'하고 생각한다. 생각할 여지도 없이, 그대로 휩쓸려 눈을 감는다.
사뿐, 금빛의 섬세한 봄바람이 불어오고, 케이토의 입술에 메마른, 부드러운 체온이 닿았다. 그 이상은 아무것도 하지 않고서, 아기새가 쪼기라도 한 듯한 장난스러운 감촉만을 남기고 에이치의 키스는 떠나간다. 스치는 듯한 입맞춤이었다. 마치 프랑스였던가 폴란드의 영화속 한 장면, 느닷없는, 갑작스러운 미소년들의 키스와도 같은 짓을, 에이치는 저지른다.
놓칠 뻔한 책은 이미 에이치가 케이토의 손으로부터 뼈가 두드러진 긴 손가락으로 빼내간 뒤였기에, 손이 비고 만 케이토는 안경을 치켜올리고 그대로 살짝 자신의 입술을 만졌다. 에이치를 물끄러미 비난하는 듯한 눈으로 바라보며.
"이런 곳에서 무슨 짓이냐."
"무슨 짓이냐니, 키스잖아. 괜찮지 않아? 우리들 말곤 아무도 없다구."
"올 가능성은 있잖나. 애초에 여기는 학원이야."
"깜짝 놀랐어. 학원에서 키스하면 안 된단 소리야? 일반 고교생이 들었다간 코웃음칠 걸."
"우리들은 아이돌이야."
"그러네. 그러니까 관객 앞에선 언제나 클린해야만 하지. 하지만 팬 여자아이들은 의외로 남자들끼리의 키스를 좋아할 거라고 생각하는데."
"그만 해."
조금 울컥해 그렇게 말하고서 눈썹을 찌푸리는 소꿉친구를, 에이치는 '순진하기는' 하고 여기고 있다. 깊은 녹색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귓불은 벚꽃색으로 물든 채, 케이토는 아직껏 손등으로 입술을 누르고 있었다.
이런 걸로 부끄러워하는구나, 케이토는.
생글생글 웃는 에이치에게 케이토는 도리어 한층 화가 난다.
"구제할 길이 없군. 무사히 졸업한 뒤에 연인을 만들어서 해라, 이런 건."
"우리들, 연인 사이 아니었어?"
먼 이국의 바닷빛을 띤 눈동자가 튀어오르는 탄산처럼 타닥타닥 깜박인다. 케이토는 "하아?"하고 어안이 벙벙해 에이치와 함께 눈을 깜박이다, 정신을 차리고서
"연인 사이가 아니지, 소꿉친구라고."
하고 말했다. 에이치는 케이토의 반응에 쿡쿡 기분좋게 웃는다.
"그랬지. 우리들 소꿉친구였지."
"그래. 제길, 아무 의미 없는 짓 하지 마라."
에이치의 쿡쿡대는 웃음소리가 점점 커지더니, 마침내는 무어가 그리 재미있어졌는지 아하하, 하고 웃음소리를 높였다. 에이치는 그런 부분이 있었다. 금세 웃어대고, 잘 모를 것을 가지고도 잘 웃는다. 에이치가 웃으면 케이토는 어쩐지 가슴이 죄어서, 행복감과 동시에 가슴이 아픈 듯한, 계속 이렇게 웃고 있는 에이치를 지켜주고 싶은 듯한 마음이 든다.
에이치가 웃고 있기에 케이토도 조금이지만 미소지었다. 그러자 에이치는 깔깔 웃어대면서
"아- 재미있다. 생각나 버렸어. 케이토도 참, 첫키스 때 울었었지."
하고 말했다.
케이토는 갑작스레 끌려나온 흑역사에 있는 힘껏 모래를 씹은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랬다, 천사와 악마가 공존하고 있기에 텐쇼인 에이치인 것이다.
케이토의 퍼스트 키스 상대는 에이치였다. 에이치 쪽은 모른다. 처음 치고는 이상하게도 익숙한 것처럼 느껴지기는 했지만, 에이치는 보는 것만으로도 대부분을 훌륭히 해내곤 하니 서양 영화의 키스 신을 보고서 익힌 것인지도 몰랐다. 아직 어린아이라 해야 할법한 나이였지만 그 무렵의 에이치의 마치 무언가에 쫓기는 듯한, 서두르는 듯한 방식은 정상이 아니었으니, 달리 사교장에서 만난 어딘가의 영애와 애저녁에 퍼스트 키스를 마쳐버쳤을 가능성도 있다.
그 날도 케이토는 에이치와 에이치의 미래의 장례식에 대해 계획을 세우며 놀고 있었다. 케이토는 전혀 아무렇지도 않았는데도 에이치는 "오싹해지기 시작했어"라며 방 안임에도 불구하고 코트를 걸쳤다.
그러더니, "오늘은 이만해 둘까"하고 말했다. 열도 기침도 없는 것 같았지만 에이치는 어딘가 기운도 없고 안색도 나빴다. 커다란 모조지에 계획서를 쓰고 있던 케이토가 고개를 들자 바로 근처에는 그 창백하고 아름다운 얼굴이 있었고, 에이치의 차가운 두 손이 케이토의 뺨을 감쌌다. 그저 입술이 닿을 뿐인 어린 키스를 했다. 케이토에게 있어서는 첫키스였다.
에이치가 "그럼 이만"하고 불퉁하게 말하고서 당장 방에 돌아갈 준비를 시작하기에, 케이토는 혼란스러운 나머지 울컥 눈물이 나고 말았다.
그 전까지도 그 후로도, 에이치의 앞에서 운 것은 그 때가 유일하지 않을까.
케이토는 에이치의 앞에서 울지 않고 에이치 역시도 마찬가지다. 딱히 서로 상처를 핥아주기 위해 곁에 있는 것도 아니며 서로가 서로의 앞에선 한층 강하게 존재하려 한다.
하지만 그 때의 케이토는 뭐가 뭔지 알 수가 없어서, 그 미지가 슬픔을 불러일으켰다. 슬프다는 감정이 소용돌이를 일으켜 툭, 하고 눈물이 흘렀다. 에이치가 죽음의 위기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컨디션이 악화되었을 때 정도는 얼마든지 봐 왔음에도, 케이토는 바로 그 순간 에이치가 훨씬 먼 곳으로 가 버릴 것처럼 느껴졌던 것이다.
이별의, 키스라고 생각했다. 이미 잊어버렸을 뿐, 케이토는 케이토 나름대로 그런 내용의 만화를 읽었던지도 모른다. 어쨌든 그것은, 케이토에게 있어서 무엇 하나 기쁜 의미를 갖지 못하는 것이었다.
당황한 것은 에이치 쪽이었다. 겨우 정리한 짐을 내팽개치고 케이토에게 달려온 에이치는, 필사적으로 왜 그러느냐고 물었다. 싫었느냐는 질문에는 고개를 저었지만 어째서 눈물을 흘린 것인지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던 케이토에게, 알고 있는 애정 표현은 그 하나뿐이라는 듯 에이치는 케이토의 젖은 뺨에 몇 번이고 입을 맞추었다. 그렇게 해서 케이토는 겨우 그 키스가 평소와 다를 것 하나 없는 소꿉친구의 경솔한 변덕이었다는 것, 깊은 의미는 물론이고 이별의 의미 따윈 담겨있지 않은 것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 뒤로 에이치는 문득 생각날 때마다 자연스레 입을 맞춘다. 케이토 이외와도 그러는 거라면 상식이 부족하다고 설교해주지 않으면 안 된다고는 생각했지만, 딱히 그런 것 같지도 않다는 점이 또 신기했다. 에이치는 처음의 실패 탓인지 병을 옮겨선 안 된다고 생각해서인지, 몸이 좋지 않을 때는 키스하지 않는다. 복숭앗빛 혀를 낼름 보이고서, 부끄럽기라도 하다는 듯 키스해 오면 어째서인지 거절할 수가 없었다.
사랑, 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랑이라는 한 마디로는 자신들의 긴 인연을 도무지 설명할 수 없었다. 그럼 무어냐, 고 해도 그것도 알 수가 없지만.
부끄러운 과거를 떠올리고, 고등학생이 된 케이토는 더 옛날의 에이치의 이런 저런 일들을 끌어내어 길고 긴 설교를 해 주겠다고 뿔이 돋은 채 에이치를 보았다.
에이치는 무언가를 함축한 듯한 미소를 띠고서 조용히, 투명히 눈을 감았다.
케이토는 목구멍까지 튀어나올 뻔 했던 말이 기세를 잃어버린 것을 깨닫고서 어쩔 수 없이 그 말들을 삼키고 말았다.
두리번두리번 주변을 돌아본다. 제법 우스울 테지, 하고 자신을 객관화하고서 한숨을 쉬고 싶어진다. 학생회실의 문이 열릴 기척은 없다. 어딘가의 누군가가 소란을 피우는 목소리는 들리지만 창으로부터 제법 거리가 있었다. 그럼에도 주의를 기울여, 케이토는 커튼을 당겨 닫았다.
왼손에 커튼을 쥔 채로 에이치에게 조심스레 입을 맞추었다.
에이치가 원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이루어주고 싶어지고 만다니, 난 정말이지 에이치에게 약하군…… 그렇게 반성하면서도.
코 끝에 케이토의 숨을 남기고 겸허하면서도 애처로운 입술은 금방 떨어지고 말았다.
에이치는 좀 더 맛보고 싶었는데, 하고 들떠 생각하면서도 꽃을 떨구듯 웃었다. 당연한 소리이지만 키스를 하는 동안 케이토는 말이 없다. 키스는 좋다. 말 때문에 마음이 멀어질 때조차 소꿉친구의 상냥함을 내게 전해주기 때문이다.
아무 의미도 없지만 필요한 것도 있어.
영화 속, 서브리미널로 반복되는 외국의 소년들 사이의 키스를, 에이치는 그렇게 해석한다.
---------------------
오자 탈자는 트위터나 댓글로 부탁드립니다.
에이케이에이를... 특히 이런 분위기를 좋아해서, 호불호가 갈릴지도 모른다고는 생각했지만 무척 좋아하는 소설이었기 때문에 번역하고 싶었어요. 즐겁게 읽어주신 분이 계시다면 기쁘겠습니다.
마음에 드셨다면 원문 페이지에서 평가해주시면 감사합니다.
'앙상블스타즈 > 소설(번역)'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도소마] 망각 속(忘却の中) - 우루치 마이(うるち まい) 님 (0) | 2016.09.17 |
---|---|
[아도소마] 추억의 그림자(追憶の影) - 우루치 마이(うるち まい) 님 (0) | 2016.09.17 |
[리츠마오] 사계의 사탑 : 가을(四季の斜塔:秋) - AKA 님 (0) | 2016.07.14 |
[리츠마오] 사계의 사탑 : 여름(四季の斜塔:夏) - AKA 님 (0) | 2016.07.14 |
[리츠마오] 사계의 사탑 : 봄(四季の斜塔:春) - AKA 님 (0) | 2016.07.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