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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四季の斜塔:秋」

「AKA」の小説


원문주소:

http://www.pixiv.net/novel/show.php?id=6675712



사계의 사탑


1. 겨울

2. 봄

3. 여름

4.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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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밤을 비추는 달의 위치가 변해 가는 것을 깨닫고서 지구가 돌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머리로는 알고 있으면서도 나는 지금껏 달이 도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고 있다. 우주의 구성은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역시 마음 속 깊은 곳에선 그 상식을 믿을 수가 없는 것이다. 자신이 생각하는 세계와 진짜 세계는 틀림없이 전혀 다른 세계일 것이고, 이상적인 세계 역시 분명 전혀 다른 것일 테고, 그렇기에 우리들은 비유라는 것을 만들어냈다. 실제로는 이렇지만, 그래도 나는 이렇기를 바란다는 일종의 표현의 도구로서. 예를 들면, 나비와 같은 클립, 이라든가. 그것이 실제로 나비이고, 내가 지시한 대로 악보를 고정하고서 가져다 준다거나 연주중에 넘겨주거나 한다면 무척 멋진 일일 것이다. 그리고 나는 상으로 벌꿀을 듬뿍 넣은 홍차를 대접한다. 나비가 홍차를 마실지는 모르겠지만. 생명이 있는 것이라면 마음이 통하는 것도 불가능은 아니리라.

나는 달빛만으로도 충분히 밝은 창가에서 어질러진 레포트 용지를 바라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창문을 열어둔 채로 정신없이 잠들어 버렸던 모양이지만, 이 종이는 클립이든 뭐든 좋으니 정리해 두지 않으면 잃어버리고 말 테지. 결국은 그런 이야기이다.

곡 따위를 만들어 본 적은 없다. 왕님이라는 천재적인 작곡가가 있으니, 즉흥적으로 마구 피아노를 연주하고서 이거 의외로 괜찮지 않아? 하고 생각해 본 적은 있지만, 유감스럽게도 결국은 마구잡이로 쳐댄 것인 만큼 기억에 전혀 남지를 않는다. 물론 나만이 아니라, 셋쨩도 낫쨩도 스-쨩도 그런 쪽으론 전혀 손을 대지 않았다. 하지만 레코드 회사로부터의 싱글 앨범의 커플링 곡은 자작 솔로곡을 써 보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에 정말로 해 봤더니, 이게 의외로 재미있었던 것이다. 아무리 그래도 역시 곡을 만들기에는 전원 노하우가 전혀 없었던 데다, 악기라고는 리코더와 멜로디언 이외엔 경험이 없는 멤버도 있었기에(누구라고는 하지 않겠다) 작사 뿐이었지만, 곡은 전부 왕님이 제공해 주었다. 우리들에 대해 잘 이해하고 있는 사람이 그 개인에 맞추어 만들어 준 음악은 역시 각자에게 꼭 맞았던 덕분에 가사를 붙이는 작업도 스무스하게 진행되었다. 우리들은 제각기 개성이 너무 강한 탓에 솔로 쪽이 더 잘 맞는다는 것을 전원이 새삼 깨닫게 된 것도, 유닛의 방침을 결정하기 위한 좋은 지표가 되었다. 우리들은 유닛으로 묶여 있다. 호칭 역시 그렇다. 하지만 활동의 중심은 개인. 그리고 때때로, 함께 노래하자. 스-쨩이 졸업하면 그 방침을 고수하자고, 그렇게 결정했다.

한 번 해보니 즐거워서 어쩐지 묘하게 빠져들고 말았다. 셋쨩과 낫쨩은 표정으로, 전신으로 자신을 표현한다. 스-쨩은 조금 엇나가 있기는 하지만 솔직히 의견을 말할 줄 안다. 어쩌면 내게 있어서 나를 표현하는 방식이란 이것이 가장 잘 맞는지도 모른다.

흩어진 레포트 용지를 모두 모아서, 일단 흩어지지 않도록 그 위에 컵을 올려둔다. 밤바람은 차가웠다. 하지만 나는 이, 가을의 밤바람이 가져오는 분위기를 무척 좋아한다. 낮과의 온도차. 낮동안 저장해 둔 햇님의 온기를 석양과 함께 잃어버리는 가을의 밤바람은, 하루종일 차가운 겨울의 바람보다도 한껏 적막감을 품고 있다.


과연 몸이 차가워지기 시작했기에 소파에 내던져두었던 니트 가운을 걸치고 담요를 걷어든다. 눈을 비비고 눈부신 화면을 견디며 스마트폰을 조작한다. 통화 버튼을 누르기 전에 고개를 들어 시계를 보았다. 21시. 절대로 깨어 있을 테지만 무얼 하고 있을지 예상이 되질 않는 시간대이다. 나는 지금 당장 그와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전화를 받을 때까지 걸어 주겠어, 그렇게 마음 속으로 맹세하고 통화 아이콘을 탭한다. 따뜻한 차림을 취하자 콧물이 나오기 시작했기에, 연결음을 들으며 뭉친 티슈로 코끝을 닦았다.

부재중 통화 녹음 서비스를 사용하지 않는 그의 전화는, 걸면 거는 대로 연결음이 이어진다. 아무리 그래도 2분이나 지났을 무렵엔 일단 끊었다.


"하나-아, 두-울, 세-엣,"


30초를 기다려, 다시 한 번 걸었다. 20초쯤 지났을 무렵엔 아직 일하는 중인가 하고 포기할 뻔 했지만, 연결음이 끊어졌다. 마-군의 목소리보다도 먼저, 역의 방송 소리가 들려왔다.


"아, 여보세요? 전철이야?"

"지금 내렸어. 그보다 무슨 일이야? 꽤나 오래 울리던데."

"별로 대단한 용건이 있었던 건 아니지만. 내가 마-군이랑 이야기하고 싶다고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그쪽이 어떤 상황이든 간에 콜이 길어질 테니까, 날 너무 오래 방치하면 안 돼."

"너야말로 방임주의잖아."


전화 건너편이 제법 조용해졌다. 역 앞 거리를 빠져나온 모양이다. 그가 이용하는 역은 역 앞은 그야말로 시끌시끌하니 음식점이 늘어서 있지만, 역 반대쪽엔 상점가가 있고, 그의 집 쪽은 첫 횡단보도만 건너면 주택가가 늘어선 고요한 곳이다.


"마-군이 너무 그리워서 노래 만들어버렸다구, 나."

"하하하, 굉장하네."

"굉장하다니… 잠깐, 남 일이 아니거든."

"그렇네. 미안. 그래도 웃겨."

"후후. 그렇지. 나도 내가 이상해. 그치만 즐거웠어."


나는 컵 아래에 눌러두었던 레포트 용지를 살짝 쓰다듬었다. 자신도 모르게, 미소지었다. 이 곡을 듣는다 해도, 분명 아무도 마-군에 대한 노래인 줄 모를 것이다. 사랑 노래는 아니다. 소중한 사람을 노래한 것도 아니다. 사계절의 노래다. 사계절을 여행하는, 자연을 그린 노래. 하지만 그 안에서는 무언가가 엿보이리라. 나와 그는, 1년 한 바퀴에 걸쳐 원래의 자리로 돌아왔다. 하지만 완전히 그대로는 아니다. 서로가 성장했고, 관계성도 바뀌었다. 그런 1년의 움직임을 덧그리며 그려내어 본 그런 노래.


"들려 주려고?"

"물론이지. 그 초대. 내일 왕님이랑 미팅이거든. 거기서 괜찮으면 들려줄 수 있어. 내일 밤 비었어?"

"너 말야, 미팅 내일이라며?"

"그렇지만. 이거라면 괜찮아, 한방에 OK 사인 나올 걸."

"굉장한 자신감이네."


마-군은 조용히 웃었지만, 이상해서라기보다도 기쁜 듯한 웃음소리였다. 달칵달칵, 하는 금속음이 들리고, 자물쇠가 풀리는 소리와, 철문을 여는 단단한 소리가 들린다. 아파트 현관에 도착한 모양이다. 우오, 하고 작게 당황에 찬 소리가 들리고 무언가가 떨어지는 소리, 잘은 모르겠지만 어쩐지 허둥대고 있다. 아마도 우편함의 내용물을 엎어버린 것일 테지. 그가 자주 저지르는 짓이다. 그리고 그 때마다 우편물이 상상 이상으로 많았다, 고 변명을 한다.


"어디, 그래서… 내일 밤이랬나?"

"응. 어때?"

"그렇네, 잠깐 수첩을 확인해야 알겠는데. 일은 없지만, 그룹 연구 모임인가 뭔가가 있었는지도 몰라. 지금 방에 들어가는 참이니까, 예정만 확인하고 연락할게."

"변함없이 바쁘네, 대학생 아이돌은."

"하하. 바쁜 탓에, 대학교 녀석들한테 반대로 신세지고 있어."


가볍게 인사를 나누고 통화를 끊었다. 몇 분 뒤 돌아온 메시지에는 예정이 들어 있었다는 보고와, 사죄의 말. 그 다음날은 둘 다 일이 있어서, 결국 만날 수 있을 법한 날은 평소와 마찬가지로 목요일이었다. 나는 누군가에게 보일 리도 없었지만 있는대로 뺨을 부풀리고 토라진 포즈를 취했다.

슬슬 한계인지도 모른다.




곡은 무사히 마-군에게 들려줄 수 있을 듯했다. 오후는 촬영 일이 들어있었지만 그 전까지 어느정도 시간이 있다. 가볍게 식사를 하기 위해 카페 스페이스에 왔지만 시계를 보자 13시 전이었다. 오후의 강의는 대충 13시부터 시작될 테니 마-군도 아마 지금쯤 쉬는 중일 터다. 전화를 걸어 보자 전화 너머는 제법 소란스러웠지만, 원래가 잘 울려퍼지는 마-군의 목소리였기에 전화에는 아무런 문제도 없었다. 이 떠들썩한 와중에 마군은 내 목소리를 제대로 알아들을 수 있을까가 미묘하기는 했지만.


"여보세요, 리츠. 무슨 일로 전화한 건지는 알겠어, 츠키나가 선배와의 미팅, 끝난 거지?"

"딩동댕동~"

"아하하, 역시. 기쁜걸, 기대하고 있었으니까, 아직 못 들려준다고 하면 어쩌나 싶었어."


어제의 메시지에서 주가 된 것은 예정이 생겨버린 데에 대한 사죄였고, 마-군이 이렇게나 기대해주고 있는 줄은 전혀 전해져 오지 않았기에 나는 조금 겸연쩍어졌다. 하지만 지금의 마-군의 표정을 상상하는 건 무척 쉬운 일이었다. 행복하다는 듯, 석양을 받으며 바람에 흔들리는 이삭처럼 온화하게 미소짓고 있을 것이 틀림없다.


[어이, 이사라. 뭐야, 애인이냐?]


방금 전까지 잡담을 하고 있던 친구일 것이다. 조금 멀리서 마-군을 부르는 목소리와 놀리는 듯한 소리, 여자아이의 웃음소리가 들려온다. 나는 조금 웃었다. 대체 얼마나 얼빠진 얼굴로 나와 통화를 하고 있었던 걸까, 이 전파 너머의 남자는.


"시끄럽구만, 그래! 방해하지 마!"


그건 나를 향한 소리가 아닌 완전히 전화 저편의 대화였지만, 아아 그렇구나, 그렇게 나오는 건가, 하고 나는 벽에 등을 기대었다.


"아, 진짜. 시끄러워서 미안해. …리츠?" 

"아, 미안. 여보세요? 괜찮아, 들려. 그럼, 그거 보고하려고 전화한 거니까. 지금부터 촬영이라서 시간 없으니까, 목요일에. 약속이야."

"그래. 기대하고 있을게. 전화 땡큐, 다음에 봐."


우리들에게 연인이라는 표현은 조금 맞지 않는 듯한 기분이 든다. 그 단어 자체에는 오히려 등골이 오싹해졌지만, 일반적으로 세상에서 말하는 연인이란 각자가 무척 소중히 여기는 사람의 호칭이고, 내가 그렇다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았던 마-군 탓에 조금 민망해진 것인지도 모른다. 실제로 아까 그가 부정했다 해도 난 딱히 신경쓰지는 않았겠지만, 부정하지 않는 건 그 나름대로, 솔직히 말하자면 무척 기분좋다.

사실은 보고 전화같은 게 아니라 역시 무슨 일이 있어도 오늘 들려주고 싶어서 몇 시 쯤 끝나는지를 물어보려고 했던 거지만. 어쩐지 만족하고 말았다. 난방이 들어오기 시작한 건물 안은 조금 덥다. 희미하게 땀이 배어나는 것을 느끼고, 소매를 걷었다.


"뭐야, 릿츠. 기뻐 보이는데?"


마침 옆을 지나던 왕님이 말을 걸어온다. 김이 올라오는 커피를 들고 있다. 맨손인 걸 보면 회의실로 돌아가는 모양이다. 나는 손가락의 등쪽으로 자신의 뺨을, 입술을 두드려 자신의 표정이 어떻게 되어 있는지 확인하려 했다. 스스로는 진지한 얼굴이라고 생각하기에 만져본 것만으론 역시 잘 알 수가 없다.


"기쁜 걸까나."

"내가 알겠냐. 하지만, 그렇군, 기쁘다기 보단, 행복해? 보일까."

"후후. 그거라면, 그렇지만."

"귀찮기는~! 릿츠!"

"뭐가 말야."


왕님은 웃고, 크게 손을 흔들며 회의실로 돌아갔다. 난 적당히 샌드위치에 따뜻한 밀크티라도 마실까 하고 카운터 석에 짐을 내려놓았다.





여벌 열쇠를 사용해 마-군의 방에 들어선다. 아직 돌아오지 않은 모양이다. 평소같았으면 돌아와 있을 시간이지만, 내년 2월부터 첫 투어를 한다는 모양이다. 그 회의며 레슨, 리허설, 라이브에 맞춘 신곡 등 때문에 이번 겨울이 고비일지도, 라고 말했던 걸 기억한다.

마-군은 어느쪽인가 하자면 더위를 타지만, 오늘은 비교적 추우니까 난방을 켜 둘까, 어떻게 할까. 나는 재킷을 걸치고 잠시 얌전히 있어 보았다. 필요 없다고 판단하고 재킷을 벗고서, 일단 물을 끓여 두기로 했다. 커피 포트를 사라고 몇 번인가 말한 적이 있지만 그가 살 것 같지가 않았기에, 주전자에다 물을 끓이고 보온병에 도로 담는 작업이 필요했다. 난 쓸데없는 수고라고 생각하지만, 그는 별 생각이 없는 듯하다.

마-군은 원래가 그렇게 빈틈없는 편은 아니기에 자주 바닥에 교과서가 그대로 어질러져 있거나 하지만 오늘은 꽤나 깔끔해져 있었다. 난 그 이유를 모를 정도로 둔감하지 않다. 대체 얼마나 기대하고 있는 거람, 그렇게 생각하면 입가가 느슨해진다.

침대에 드러누운 채 마-군의 잡지를 넘기고 있을 때, 아파트 아래에서 차가 멈추는 소리가 들렸다. 내다보자 택시였다. 나온 것은, 평소와 마찬가지로 마-군이다. 이쪽을 보는 기척은 없었지만 불이 켜져 있다는 것은 차 안에서 확인했는지, 서둘러 현관을 향해 사라졌다.

금세, 조금 숨이 차오른 마-군이 들어오더니, 나와 눈이 마주치자마자 파안했다.


"어서 와. 수고했어."

"응. 미안, 조금 길어져서."


딱히 시간을 지정해 약속한 것도 아니었는데 성실하게 사죄한 그는 가방을 두고서, 그 위에 겉옷을 내려놓았다. 서두른 탓에 조금 더운 듯, 옷깃을 펄럭였다.


"방, 오늘은 제법 깨끗한데?"

"그야, 리츠의 곡은 아름답잖아? 깨끗한 방에서 듣고 싶으니까."

"아하하. 뭐야, 그거."


가볍게 잡담으로 오늘 있었던 일 따위를 이야기하는 사이에 마-군의 상태도 진정된 것 같았다.

물론 아직 막 만들었을 뿐 노래하지는 않았기에 어레인지고 뭐고 없이 내 피아노 음과 종이에 휘갈긴 가사 뿐이지만, 내가 그것을 꺼내자 마-군은 기쁜 듯 몸을 내민다. 그 모습을 보는 것이 무척 기쁘다.

마-군은 이어폰을 끼고서 눈을 감은 채 천천히 음을 들었다. 파도소리를 듣는 밤처럼, 몸을 맡기듯, 입가에는 희미하게 미소를 띠고서. 그가 이어폰으로 듣겠다고 한 덕분에 나는 할 일이 없다. 그저 마-군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새침하고 시원시원한 눈썹, 평소에는 느끼지 못하지만 눈을 감으면 보이는 쭉 뻗은 콧등, 건강한 빛을 띤 뺨. 그것들은 꼼짝도 않는 동안에도 그가 살아있다는 것을 가르쳐 준다. 원래가 그런 얼굴인 것이다. 예를 들면 낫쨩은 가끔 조각처럼 보일 때가 있고, 잠들어 있을 때의 형은 정말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인간이 맞나 싶을 정도로 덧없이 보일 때가 있다. 하지만 마-군의 아름다움은 그런 종류의 것이 아니었다. 나에게 불안이 아닌, 온기를 준다. 때때로 울고 싶어질 정도로.

곡이 끝나자, 그는 아무 말 없이 내 손에서 레포트 용지를 가져가더니 그것을 바라보며 다시 한 번 재생 버튼을 눌렀다. 힘이 빠진 듯, 살짝 내 어깨에 기댄다. 나는, 작년 겨울의 그 날을 떠올렸다. 함께 케이크를 먹고, 변하자고 서로에게 맹세했던 날을. 그 때 생각하고 있던 것과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기울어져 버리긴 했지만, 올곧기만 한 것도 재미없다. 이 기욺에는 가치가 있다. 나는 내게 기대는 마-군을 물리적으로도 지탱할 수 있었다. 지금처럼.

마-군이 레포트 용지를 무릎에 올려두고서 이어폰을 벗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난 역시 그의 반응이 신경쓰인 나머지 얼굴을 들여다보려 했지만, 바로 옆에서 기댄 채 고개를 숙이고 있는 상태론 이루어지지 않는 소망이다.


"저기, 마-군. 어땠어? 가르쳐 줘."


마-군은 고개를 기울이고, 흘끗 내 얼굴을 보았다. 마-군은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다는 듯 입술을 꾹 다물고 있었지만, 언제 웃음소리가 흘러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필사적으로 웃는 얼굴을 참고 있었다.

내가 포기하고 어깨에서 힘을 빼자, 마-군은 몸을 일으켜 내게서 떨어졌다. 휴, 하고 작게 숨을 토한다.


"여러가지 일이 있었지, 이 1년동안."


그 한 마디에, 그가 이 곡을 제대로 해석해 주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분명 앞으로도 이 1년동안 그와 내게 일어난 변화는 큰 사건이 되어 서로의 마음에 남을 것이다.


"보물로 삼을게."

"곡을?"


나는 웃었다. 그야 레코드가 되면 물리적으로 소중히 여길 수는 있겠지만, 지금은 아직 형태로는 남지 않은, 나와 그의 귀와 눈과 마음에만 존재하는 음의 배열을 보물로 하겠다고, 그가 말한다.


"그것도 물론이고. 하지만, 굳이 따지자면 너, 일까."

"여기 웃음 포인트?"

"어떨까. 어느 쪽이든 좋아."


결국엔, 그렇게 말한 마-군 쪽이 웃었다.

난 곡을 흥얼거리고, 마-군은 그것을 들으며 때때로 콧노래로 참가한다. 그렇게 멍하니 있을 뿐이었지만, 그러고 있는 것만으로 나는 행복하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이게 행복인지 어떤지는 잘 모르겠지만, 내가 그렇게 생각한다면 분명 그럴 것이다.

현실적으로 생각하면 금방은 무리이리라고는 생각하지만. 분명 이 곡이 세상에 나올 무렵엔, 우리들은 다시 예전처럼 같은 장소로 돌아갈 테지. 목요일의 약속도 끝이다. 우리들의 바람이란 분명 서로가 마찬가지로, 그저 옆에 있을 수 있기를, 그리고 옆에 있어주기를 바라는 것 뿐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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