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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四季の斜塔:夏」

「AKA」の小説


원문주소:

http://www.pixiv.net/novel/show.php?id=6658348



사계의 사탑


1. 겨울

2. 봄

3. 여름

4.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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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변했고, 눈치채 버렸어. 마-군도 얼른 깨달아 줘."


몸은 움직이지 않지만 의식은 깨어 있는 잠결 속에서, 나의 머리카락을 쓸어넘기며 속삭이는 리츠의 목소리를 모른체하고 있었다. 나는 비겁하다. 언제까지고 타인의 뒤치다꺼리만 하면서 결국 자신이 가장 중요했다. 미움받는 것이 두려워서, 누구에게도 사랑받고 싶지 않았다. 그저 언제나 사람을 잘 돌봐주는 좋은 사람이라는, 그 정도의 존재이면 충분했던 것이다. 아이돌로서의 자신은 고등학교 생활 중에 그 공포를 버렸다. 하지만 있는 그대로의 나는, 아직도 호의라는 눈부신 빛에 발견되지 않도록 살금살금 장소를 바꾸어가며 어두운 동굴 안을 방황하고 있다. 박쥐처럼. 언젠가 동굴 끝까지 쫓겨가리라는 예감을, 나에게는 날개가 있다는 변명으로 지워나가며. 그 날개가 이미 상처투성이에 너덜너덜해져 있다는 것도, 닥쳐오는 빛은 나의 그런 약해진 날개로 도망칠 수 있을 정도로 작은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아무것도 깨닫지 못한 척 굴고 있다.




"다음 달, 해외에 가. 어디더라, 까먹었지만."

"어이, 잊어버리지 마. 중요한 거잖아. 더운 나라? 추운 나라?"

"모르겠대도."


리츠는 창가에 진을 친 채 컵 아이스크림을 뺨에 욱여넣고 있다. 바람이 거의 없는 밤이었지만, 때때로 퍼레이드의 서막처럼 한 줄기 바람이 들어오면 시원한 듯 눈을 가늘게 뜬다. 초여름, 비가 그친 밤은 바람도 희미한 냉기를 품고 있다. 방 전체를 통할 정도의 바람은 아니었기에 막 씻고 나온 나의 이마에는 이미 땀이 배어 있었다.


"더운 나라라면 너 죽어버릴 거 아냐."

"그러네에. 그보다 더운 나라는 우리랑 별로 안 어울리니까, 서늘한 곳 아닐까."

"좋겠네."

"따라올래?"

"갈 것 같냐, 바보야."


장난스레 목에 걸고 있던 타올로 훤히 드러난 리츠의 정강이를 때렸다. 그는 싫다는 양 다리를 상체 쪽으로 끌어당기면서도 즐거운 듯 웃었다. 티셔츠에 하프 팬츠 차림으로 소리높여 웃는 리츠는 어쩐지 어리게 보였다.

TV는 틀지 않은 채, 리츠는 컴퓨터에서 흘러나오는 롤링 스톤즈의 루비 튜스데이를 들으며 아무 말 없이 아이스크림을 먹는다. 나는 냉장고에서 리츠가 남긴 미츠야의 사이다를 꺼내어 마시면서 슬쩍 리츠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때때로 밖을 지나는 차가 웅덩이에 고인 빗물을 튀기는 소리가 난다.

만나지 못한 동안엔 그다지 외로운 줄도 몰랐지만, 매주 그를 만나게 되고부터는 내일 이맘때면 그의 모습은 이곳에 없으리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일 저녁에는 한나절 전까지만 해도 그가 몸에 두르고 있던 담요를 개어 옷장 안에 넣게 되리라고. 눈 앞에는 아직도 리츠가 있는데, 나는 그의 체온이라곤 눈꼽만치도 남지 않은, 그저 여름의 열기를 뒤집어써 차갑기는 커녕 바깥 공기와 같은 온도를 품은 그것을 손에 쥘 순간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것을 품에 안았던 지난주의 자신을 떠올리고서 또다시 같은 짓을 할 자신을 상상했다.

흘끗, 이쪽으로 시선을 던진 그와 눈이 마주치고 정신이 들어, 허둥지둥 눈을 내리깐다. 그 순간 스마트폰의 진동이 울려서 나는 뚜껑을 닫지 않은 페트병을 싱크대 옆에 올려두고, 컴퓨터 옆에 놓아두었던 그것에 손을 뻗었다. 대학교에서 온 알림이었다.


"내일 2교시 휴강이래."

"헤에. 잘 됐다, 밤 새도 되겠네. 뭐 하지?"

"어린애냐."


나는 웃었지만, 리츠는 웃지 않았다. 한 순간 침묵이 흐르고, 리츠가 침대에서 두 다리를 내린다.


"난 말야, 마-군, 이야기가 하고 싶어."


동굴의 끝에 도달해 버렸구나, 나는 생각했다. 리츠의 눈동자 앞에서는 나의 날개따위는 펼칠 틈도 없으리라는 것을, 나는 그 순간 처음 깨달았다. 빛이 침식해 오는 것을 알아차리면서도 필사적으로 숨을 눌러죽이고, 구석에서 움츠러든 내 존재를 눈치채지 못한 채 떠나가 주기를 바란다. 나를 두고 가 줘. 나를, 비추지 말아 줘. 새삼스레 뭐야, 하고 장난스러운 말 한마디로 대꾸하면 좋을 텐데, 나는 더이상 도망치지도, 쫓아내지도 못하고 구석에서 몸을 웅크리는 수밖에 없는 단순한 겁 덩어리였다.


"떨고 있네. 내가 무서워?"

"그런 건 아니야."

"말투, 뭐가 그렇게 딱딱해."


리츠는 입가만 끌어올려 미소지었지만, 지금까지 봐 온 중에서도 가장 어설픈 미소였다.


"이제 모르는 척은 그만두자."


그 순간의 충격을, 나는 무어라 표현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느껴보지 못한, 격렬한 충동이었다. 그리고 이해한다. 동굴에 나타난 빛은 나를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붙인 것이 아니다. 내가 끌어들인 것이다. 그것은 박쥐처럼 은신처를 원한 것이 아니라 출구를 찾아 어둠 속을 헤매고 있었다. 나를 비추려는 빛이 아니라, 난 여기 있어, 다가오지 마, 그렇게 자기를 지키기 위한 빛이었다. 서로가 겁쟁이였다. 형태는 달라도 닮은 꼴이었다. 아무것도 무섭지 않아. 나는 빛을 맞이할 순간을 기다린다. 그 시야에 다른 누군가가 나타난 순간, 그는 어떻게 할까. 놀란 나머지 더욱 강한 빛을 뿜어낼 것인가, 겁먹어 그 빛을 끄고 말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상냥하게 계속 빛을 비추어 줄 것인가. 함께 출구를 찾아나서기 위해.


"그냥 이야길 하는 것도, 우리답지 않다고나 할까, 뭐, 시시하니까. 게임 안 할래? 마-군, 트럼프 있어?"

"트럼프? 아아… 있던가. 있네."


벽장에서 캐리어 백을 꺼내 펼치자, 이전에 촬영에 나갔을 때 사용했던 클로스 케이스며 호텔의 비품과 함께 트럼프가 나왔다. 신칸센을 타면 스바루가 소란을 피우기 때문에, 그를 얌전히 만들기 위해 가져갔던 것이다. 결국엔 한층 더 시끄러워졌을 뿐이었지만.


"우와. 이 타월 안 빨았어."

"그거 절대로 잡균 굉장할걸."

"세탁하면 괜찮겠지. 리츠 전용."

"진짜 그만두래도. 그 무늬 기억해 둘 거니까. 나한테 주기만 해 봐, 이 아파트, 사진 찍어서 SNS에 올릴 거니까."

"절대로 그만둬."


리츠는 침대에서 내려와 컵 케이스를 바닥에 두고, 그 자리에 흐트러져 있던 담요며 쿠션, 내 교과서를 한꺼번에 모아다 옆으로 치웠다. 바닥에 충분히 장소를 확보하고서 일단 옆에 두었던 쿠션을 다시 한 번 가져오더니 그 위에 한쪽 무릎을 세우고 앉는다. 어쩐지 이 자리에서 무엇을 하려는지를 알 수 있었던 나도 의자의 방석으로 쓰고 있던 얇은 라운드 쿠션을 그의 반대쪽에 두고, 그 위에 책상다리를 하고서 앉았다.


"좋아. 그럼 룰을 설명하겠습니다. 하트랑 다이아, 빨간 카드를 뽑으면, 진심을 말하기. 스페이드랑 클로버, 검은 카드를 뽑으면 상대에게 하고 싶은 걸 뭐든 해도 좋은 걸로 하겠습니다. 하지만 말하는 건 금지. OK인가요?"

"OK입니다."

"그리고, 조커가 두 장 있습니다. …있지?"

"있어, 있어. 잃어버리지만 않았다면. 아마 괜찮을 거야."

"조커는 특별한 카드입니다. 설명은 이상입니다."

"아니, 뭔 소린지 모르겠는데."

"모르지 않아. 생각해. 그럼 또 하나 중요한 것. 진심을 말한다, 고 했지만, 이 게임의 최대의 목적 말인데. 우리들 말야, 이런 식으로, 함께 있지 않은 동안 뭘 하고 있었다든가 하는 건 이야기한 적 있지만, 실제로 떨어져 있어 보니까 어땠다거나, 그런 이야기를 한 적은 없잖아? 그걸 아는 게 목적이야. 재밌을 것 같지."


재미있을지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리츠가 나와 떨어져 보고서 어떻게 생각했을지는 신경이 쓰이고 흥미가 생겼다. 그러고 보면 확실히, 이런 이야기를 해 본 적은 없었다. 그는 어떻게 지내고 있을지를 생각할 때, 그도 이런 생각을 하고 있을까 생각해 본 적은 있다. 그가 내가 없는 생활을 어떻게 여기고 있었을지 신경이 쓰인 적은 있었지만, 실제로 만나게 되면 눈 앞에 그가 있는 것이 너무나 당연하게 여겨져서 그렇게 깊이 생각해 본 적은 없었는지도 모른다.

내 표정에서 긍정의 빛을 읽었는지 하자 하자, 하고 리츠가 어린아이처럼 손뼉을 쳤다.


"그러엄, 마-군은 카드 섞어서 신경쇠약처럼 파바밧, 하고 펼쳐 줘. 난 룰 까먹을 것 같으니까 종이에 적어 둘게."

"야, 말 꺼낸 건 너잖아. 괜찮은 거냐."


리츠는 내 대학용 가방을 뒤져 필통을 꺼내선 볼펜을 고르더니, 레포트 용지를 한 장 찢었다. 그리운 그의 필체를 옆눈으로 지켜보며 나는 카드를 섞는다. 리츠의 글자는 결코 깨끗하다고는 말하기 힘들다. 작고, 둥글다. 하지만 펜을 쥐는 손은 무척 예뻤다. 그의 동작 하나하나를 넋놓고 보게 된 것 역시도 그와 떨어져 보기로 결심한 뒤의 일이다. 이런 이야기를 하면 좋은 것일까. 그건 무척 부끄럽고 조금은 두려운 일이었지만, 그가 무슨 소리를 할지가 신경쓰여서 즐거운 마음에는 변함이 없었다.

순서는 가위바위보로 결정했다. 나는 주먹을 냈고, 리츠는 보를 냈다. 내 패배다.


"그럼 나 먼저."

"이긴 사람부터냐고."

"당연하잖아? 이건 포지티브한 게임이라구."


리츠는 가장 가까운 카드를 쥐고 단숨에 뒤집는다. 다이아의 4였다.


"다들 날 돌봐주지만, 어째서 마-군이 아닌 걸까 생각하면 쓸쓸했어. 쓸쓸하다고 생각하고 싶지 않아서, 스스로 하게 됐어."


리츠는 아래를 본 채 그렇게 말했다. 그건 마치 소중한 것을 잃어버린 작은 어린아이같아서, 굳이 따지자면 죄책감이 들었다. 그를 손에서 놓고 말았다는. 아까까지의 밝은 분위기가 단숨에 날아가버려서 이걸 어쩌면 좋은가 싶었지만, 리츠가 흘끗 재촉하는 듯한 시선을 주기에 나는 허둥지둥, 마찬가지로 가장 가까운 카드를 뒤집었다. 클로버의 9였다.

카드에서 시선을 들고 리츠를 보자, 옆에 있는, 직접 쓴 룰 페이퍼를 옆눈질로 확인한 그가 나에게 시선을 막 향하던 참이었다. 나는 아무 말 없이 손을 뻗어, 바닥에 놓여있던 아이스크림 컵을 들고, 먹었다. 제법 흐물흐물해진, 단 맛이 강조된 그것에 살짝 얼굴을 찌푸린다. 예상 이상으로 맛있지는 않았지만 리츠는 그게 먹고 싶었는지 혀를 차고 아랫입술을 비죽였다. 못생겼어. 나는 입술을 깨물고 웃음을 참았다.


"다 먹었어?"


나는 말해서는 안 되므로, 엄지손가락을 세우고 입술을 핥았다. 리츠는 제길, 하고 입 밖으로 욕을 내더니, 이번엔 조금 떨어진 곳에 있던 카드를 뒤집었다. 클로버 에이스였다. 리츠는 가볍게 내 뺨을 때렸다. 나는 그를 노려보고 바로 다음 카드를 뒤집었다. 스페이드 7. 나도 마찬가지로 그의 뺨에 복수했다. 다음으로 뒤집힌 카드는 하트 퀸. 그는 조금 생각에 빠진 듯 입술 끝을 손가락으로 긁더니 내 눈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함께 있던 무렵엔, 어째서인지 깨닫지 못했지만. 마-군의 눈은 예뻐. 표정이 바뀌면, 색도 변하는 것처럼 보이거든. 엄청 귀여워. 눈치채지 못했던 세월이 미웠어."


더위 탓인가, 내 얼굴에 열이 오른 탓인가. 땀이 배어나온다. 그 쪽에 의식을 집중하고 있자 땀방울이 되어, 뺨을 타고 흐르는 것이 느껴졌다. 리츠는 아까까지의 길을 잃은 어린아이같은 표정을 싹 바꾸고서, 내 상태가 바뀌는 모습에 장난스레 미소짓고 있다. 턱까지 흘러내린 그 땀방울을 손등으로 닦아내고 다음 카드를 뽑는다. 다이아 3. 처음으로 뽑은 붉은 카드. 내 목이 울린 것을, 그는 눈치챘을까.


"처음엔 그저 네가 걱정이었어. 괜찮을 거라는 건 알지만, 안심했지만, 조금 외로웠으려나. 외로웠겠지. 잘, 모르겠더라고. 머릿속이 가득차서."


스페이드의 킹을 뽑은 리츠는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다이아 2를 뽑은 나는 말을 이었다.


"만나지 못한 사이엔, 그런 생각이 많이는 들지 않았지만. 매주 목요일이 기다려지는 반면, 금요일이 싫어졌어. 네 체온이 남아있지 않은 담요가 방치된 방에 돌아오는 게 싫어."


옆에서 마구잡이로 뭉쳐진 담요를 만지며 그렇게 말하자, 리츠는 꿀꺽 목을 울리더니 얼굴을 붉혔다. 그가 부끄러워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려니 나까지 다시 얼굴이 뜨거워지기 시작했지만, 전해졌다고 생각하면 무척 행복해졌다. 기뻤다. 내 말에 그의 표정이 바뀌었다는 것이. 다시 그의 마음 속에 돌아가는 데 성공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스페이드의 에이스를 뽑은 그는, 그것을 천천히 손에 쥐고서 무릎으로 카드를 밟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몸을 내밀더니, 다시 물방울이 되어 흐른 내 땀을 핥았다. 부끄러운 것보다도 간지러운 감각이 먼저 몰려와, 나는 웃었다. 미소지으며 제자리로 돌아간 그의 무릎에서 땀 때문에 달라붙은 하트의 잭이 얼굴을 드러내고 있었다. 우리들은 얼굴을 마주했다.


"뽑아버렸네."


리츠가 말했다. 나는 소리를 내어 웃는다. 리츠도 웃었다.


"뽑아버렸으니까, 어쩔 수 없지. 연속이지만 내 차례. 어디, 그렇지… 머리가 안 돌아가, 잠깐 있어봐."


머리카락을 쓸어올린 리츠는, 변함없이 입가가 허물어져 있다. 나는 웃음으로 일관했다. 드러난 리츠의 뺨에도 땀이 흘러서,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열이 오를 것만 같았다.

이제, 둘 다 숨기는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었다. 내가 동굴 속에서 몸을 웅크리고 지켜왔던 것도, 빛이 제 안에 지켜왔던 것도, 따뜻한 태양빛 아래서 정체를 완전히 드러내고 있다. 그것은 그에게도 보였을 터이고, 나에게도 보였다.


"마-군이 해줬음 하는 게 아니라, 마-군에게 해 주고 싶은 것들만 생각했어. 난 마-군에게 이걸 하고 싶고, 이것도 해 주고 싶어, 하고. 하지만 내게 해 줬음 하는 건, 그저, 그 곳에 있어주는 것 뿐이었어."


클로버 6을 뽑은 나는, 그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카드의 위치를 확인하며 무릎을 뻗어, 손으로 그의 눈을 가리고 눈을 감기를 재촉했다. 리츠는 얌전히 눈을 감았다. 살짝 벌린 입술에서 새어나는 숨이 뜨겁다. 나는 그와 얼굴을 마주하고, 개가 하듯이 그의 코끝에 자신의 코끝을 문질렀다. 얼굴을 떼자, 리츠도 눈을 뜬다. 자신의 쿠션 위로 돌아가 무릎에 카드가 붙어있지 않다는 걸 확인한다. 의기양양하게 그를 보자 리츠는 웃었다.


"진짜, 마무리가 어설프다니까. 마-군, 손바닥 봐봐."


그 곳에는 조커가 붙어 있었다.


"아아-…"

"후후, 아하하. 진짜 바보야."

"시끄러."


손바닥에서 떼어낸 조커를 바라본다. 제법 기분 나쁜 분위기의 그림에 내 기분도 살짝 식고 말았지만, 이 카드를 뽑은 의미를 생각해야만 했다. 그러나 나는 어렴풋이 이 카드의 의미를 알고 있었다. 특별한 카드의 의미를.

리츠는 조용히 미소지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무척 아름답다고 생각했다. 어느 순간까지 그의 얼굴을 단정하게 생겼다고 생각한 적은 있었지만, 그 때문에 이렇게나 미칠듯이 흐트러진 적은 없었다. 리츠를 좋아하기에, 이렇게나 그의 표정 하나하나에 고동이 높아진다. 그건 분명 수많은 사람들이 경험한 것, 하지만 나로서는 처음 경험하는 것.

손에 든 조커를 휘었다가, 그대로 공중에 날렸다. 그것은 리츠에게 닿지 않은 채 카드의 바다에 낙하했다.


"리츠를 사랑하게 되어서, 난 행복해."


리츠는 손등으로 입을 덮고서 시선을 피했지만 그가 미소짓고 있다는 것은 알 수 있었고, 그 눈동자는 들떠 있었다. 기뻐하고 있다기보다도 나와 마찬가지로, 행복하다고 생각해 주고 있는 듯 보였다. 그는 한 번 나를 보았지만, 다시 금방 시선을 돌리고 신음했다.


"아-… 그, 상상한 것 이상이라서… 잠깐, 미안. 너무 행복해서 좀 무서워졌어."

"하?"

"나로도 괜찮은 거지?"

"너면 됐어."

"…거기선 네'가', 좋다고 해야지."


무릎에 올린 팔에 얼굴을 묻고서, 원망스러운 듯 이쪽을 바라보는 그의 얼굴은 역시 평소보다도 붉었고, 눈동자도 열기를 띄고 있었다.


"네가 좋아."


말을 고치자, 평소의 태도를 되찾은 그는 수줍은 듯 웃고, 카드 위에 벌렁 드러누웠다. 그대로 양팔을 내 목에 감아와서, 나도 이끌리듯 옆에 드러누웠다. 리츠는 내 머리를 끌어안고서 몇 번이고 키스했다. 입술을 마주한 채 자세를 바꾸어, 내 위에 올라타는 듯한 형태를 취하더니 한 번 거리를 두고 내 얼굴을 바라본다. 그의 뺨에 손을 대자 다시 키스가 내려온다. 그것을 받아들이며 그의 티셔츠 안에 손을 밀어넣자, 일순 그의 몸이 크게 들썩였다. 하지만 금방, 의사를 가지고, 마찬가지로 그도 내 티셔츠 안으로 손을 넣었다.


열중해 있던 탓에 전혀 눈치채지 못했지만, 다음날 아침이 되어서야 서로의 몸 여기저기에 트럼프 때문에 생긴 작은 상처들을 발견하고서, 둘 다 천장을 보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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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리즈에서 제일 좋아하는 순간이 여기였는데... 서로 좋아한다는걸 알면서도 그... 사랑한다는 말을 하기까지의 그 순간이요...... 친구에 연인이 더해지는 순간이라는 느낌이 들어서 정말 좋아합니다 누군가 제마음을 알아주셨으면 좋겠어요(번역한 목적..)



오자 탈자는 트위터나 댓글로 부탁드립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시 마음에 드셨다면 원문 페이지↑에서 평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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