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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의 말

(픽시브 본문)


2016/07/26

 

인간이 아닌 아도니스와 인간 소마.

 

「追憶の影」

「うるち まい@通販中」の小説 

 

원문주소:

[pixiv] http://www.pixiv.net/novel/show.php?id=70577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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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결코, 후회따윈 하지 않는다.


 차갑게 식어 움직이지 않는 몸을 끌어안은 채 걸어나간다. 밤 사이에 숨어들 만한 장소를 찾아내야 했다.

"칸자키…… 미안하다."

 드러난 창백한 목덜미에는 송곳니 자국이 남아 있다. 흘러나올 만한 피는 이미 모두 흐른 뒤일 터다. 칸자키는 움직이지 않는다.

 칸자키의 생명은 내가 전부 집어삼키고 말았으니까.

 이렇게 되리라는 것은 그 날부터 알고 있었다.

"칸자키, 나는……"

 후회따위는 하지 않아.





"얼른 먹어버리면 되잖아."

 오오가미 코가가 날 향해 그렇게 말했던 것은 고등학교 2학년 때의 여름이었다.

"무슨 소리지?"

 경음악부 부실에서 단팥빵을 뺨에 가득 밀어넣고서 고개를 갸웃한다. 내 먹는 속도가 그렇게나 느린 걸까.

 오오가미는 귀찮다는 듯이 혀를 찼다.

"그 사무라이 나부랭이 말이다."

 사무라이. 그 단어에 클래스메이트의 모습을 떠올린다.

 칸자키는 오늘 유닛 연습에 임하고 있을 터이다. 여름방학에 들어간 뒤로 학교에서 얼굴을 마주할 기회는 없다. 매일의 일과인 조깅에서 어깨를 나란히 하고 달리는 정도였다.

 "몇 번이고 말하지만 칸자키는 그런 게 아니다."

 난 칸자키에게 우정을 품고 있다.

 그러니 난 칸자키로 식욕을 메꾸려는 것이 아니다. 분명 칸자키는 젊고 건강하지만, 평범한 인간이다.

 송곳니를 박아넣으면 피를 흘린다. 살을 뜯어내면 더는 되돌릴 수 없다. 그 목덜미를 물어뜯고 먹어치우면 목숨을 잃는다. 칸자키는 사라지고 만다.

 그래서는 안 되었다.

"하지만 너, 지독한 얼굴이라고?"

"기분 탓이다."

 마지막 한 입을 입에 던져넣고서 우물거린다. 달다. 빵이 입 안의 수분을 빼앗아 간다.

"눈 앞에 먹이가 던져져 있는데 기다리란 명령을 들은 개 같다고."

 그 말에 울컥했다. 오오가미도 나도 개가 아니다. 짐승이다. 스포츠드링크를 입에 담고 빵을 삼켰다.

"난 누군가의 명령을 받고서 먹지 않는 게 아니야. 자신의 의지로 그러는 거다."

 나는 칸자키를 해하지 않는다.

"하지만 먹고 싶잖아?"

 오오가미는 비웃는다. 마치 나를 동정하듯이.

 문고리가 돌아가는 소리에 정신이 흩어졌다.

 문을 향해 시선을 돌린다. 금발의 남자가 얼굴을 내밀었다.

"우왓, 남자 뿐이잖아! 오늘은 안즈 쨩이 있다고 해서 온 건데……"

 한숨을 쉬면서도 부실에 들어오는 남자로부터 달콤한 향기가 났다. 향수가 아니다. 나는 이 냄새를 잘 알고 있다.

"하카제 선배."

"어라? 아도니스 군, 어쩐지 화나지 않았어?"

 화가 났다고 해도 하카제 선배는 신경쓰지 않으리라.

"화나지 않았다."

 일어나 그에게 다가선다. 희미한 냄새였다. 아마도 엇갈려 지나친 정도일 것이다.

"칸자키를 만났나?"

"아아, 응. 해양생물부 부실에서. 거북이에게 먹이를 주러 왔다던데."

 꼬르륵, 하고 배에서 소리가 났다.

 내 뒤에서 오오가미가 소리높여 웃어댔지만 난 전혀 웃을 수 없었다.






"이렇게 함께 식사를 하는 것도 오랜만이로군!"

 칸자키가 웃었다. 여름방학도 끝나고 둘이서 식사를 하며 근황을 보고하는 중이었다.

"방학동안 새로운 요리에 도전해 봤소이다. 괜찮다면 아도니스 공도 맛을 봐 주었으면 하오."

 젓가락으로 집은 고기 요리가 입가로 다가왔다. 향초의 향기가 난다.

"맛있군. 이건 양고기인가?"

"과연 아도니스 공이로군! 양고기를 잔뜩 얻었기에."

 요리를 설명하는 목소리를 들으며 감탄한다. 직접 만들 때엔 굽거나 삶거나 둘 중 하나이다 보니 세심하게 맛을 들이거나 스파이스를 곁들이는 데엔 신경쓰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칸자키의 요리는 섬세하고 훌륭했다.

"칸자키는 대단하군."

 칸자키가 고개를 저었다. 달콤한 향기가 났다. 그 때의 그 냄새다.

 이건, 피와 살의 냄새다.

 입 안에 침이 분비된다. 목을 울렸다.

 인간의 피와 살을 이토록이나 맛있어 보인다고 생각한 것은 처음이었다. 오한이 등줄기를 달린다.

 나는, 칸자키를……





 유닛의 일 때문에 수학여행에는 가지 않았다.

 며칠이나마 칸자키와 만나지 않는 날이 이어진다. 조금이지만 안심이 되었다.

 그 날부터 죽 생각해 왔다. 나는 칸자키를 먹을 것으로서 생각하고 있는 것인가 하고. 대답은 노, 였다. 칸자키는 나의 소중한 친우이다. 인간이다.

 그래, 인간인 것이다. 우리들 언데드와는 다르다. 인간이다.

"사람을 먹는 건 마물의 습관이지."

 언제였던가, 사쿠마 선배가 그렇게 말했다. 틀림없이 나는 인간이 아니다. 하지만 인간을 먹은 적은 단 한번도 없다. 17년간 단 한번도.

 그런데, 어째서 이제 와서.

 한숨을 토한다.

 최근에는 무엇을 먹어도 포만감을 느끼지 못한다. 배를 채워도 무언가가 부족하다고 느끼고 만다.

"이런이런, 역시 수학여행에 가고 싶었는고?"

 라이브를 준비하던 사쿠마 선배가 고개를 기울였다.

"그게 아니다."

 수학여행에 가지 않아도 되게 된 데에는 안심하고 있었다. 칸자키를 만나지 않아도 된다. 칸자키를 향한 식욕을 억누르지 않아도 된다.

 그런데도 칸자키가 곁에 있지 않으면 애가 탔다.

"사쿠마 선배는, 어떤 때 인간을 먹고 싶어지지?"

"흠. 아도니스 군 치곤 특이한 질문이로구먼."

 피를 빨지 않는 흡혈귀는 턱에 손을 대고서 무언가를 생각하는 듯했다.

"아도니스 군이 하는 말이니 말일세. 남에게 농을 던지려는 게 아니라, 순수히 식욕의 이야기를 하는 것일 테지, 지금의 이 몸에겐 상용식이 있으니 그런 충동이 남아도는 경우는 없지만…… 흐음."

 사쿠마 선배는 고개를 들었다.

"식욕과 성욕은 비슷한 위치에 있다네."

"하?"

 성욕. 17년을 살아온 남자라면 어느정도는 가지고 있다. 하지만 식욕과는 연결되지 않는다.

"마물과 인간의 사랑은 갈등이지."

 사랑.

 그 단어가 머리에 울렸다.

"아도니스 군은 특히 인간과의 혼혈인 만큼, 익숙하지는 않겠지만 말일세. 인간의 목숨은 덧없지. 몸은 연약하고, 수명은 짧아. 어차피 우리들은 남겨지고 마네. 본능이 그것을 이해하고 있는 게야. 그렇기에 언제고 상대를 먹어치우고, 몸의 일부로 만들어 소유하고 싶다는 본능이 뒤따르지.

그렇게 해 버리면 영원히, 함께 있을 수 있다고."

 영원히, 함께 있을 수 있다. 무척 매력적인 제안처럼 들렸다.

 하지만 아니다.

"그런 짓을 해 버렸다간 칸자키는 두 번 다시 움직이지 않게 되어 버린다."

 사쿠마 선배는 웃었다.

"그것이 갈등이란 걸세."






 나는 칸자키에게 사랑을 하고 있다.

 무척 간단히 납득이 갔다. 하지만 받아들이고 싶지는 않았다.

 사쿠마 선배의 말대로라면 이제부터 난 언제고 칸자키를 먹어치워버리고 싶다는 갈등을 안고서 살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그런 짓은 사양이다.

 칸자키는 강하다. 내가 지킬 필요가 없을 정도로. 하지만 혹시 방심하고 있을 때에 목덜미를 덥썩 깨물어버린다면 어떨까. 칸자키의 흰 목을 떠올리고 오싹해졌다.

 그렇게 되면 칸자키에게 있어 가장 위험한 존재는, 바로 나인 것이 아닐까.

 내가 칸자키를 해한다.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악몽에 시달리는 빈도가 늘었다. 이상한 소리다.

 새빨갛게 물든 목덜미와 입에 퍼지는 감미로운 피와 살의 맛에, 사라져가는 생명에, 허둥지둥 몸을 일으킨다.

 단 한 번, 악몽을 꾼 뒤 몽정을 했다.

 친우의 생명을 빼앗음으로서 성적으로 흥분하는 자신이 두려웠다. 꺼림칙했다. 추잡했다.

 난 더이상 칸자키의 곁에 있어선 안 된다.





 나는 칸자키를 피하게 되었다. 무척 걱정해주는 클래스메이트에게는 둘러대어 넘겼다.

 하지만 같은 반에서 매일 얼굴을 마주하는 사이여선 한계가 있다. 클래스메이트는 속여넘겨도 칸자키를 속일 순 없었다.

"아도니스 공! 나는 귀공에게 무언가 실례되는 일이라도 했소이까? 난 무신경한 부분이 있으니, 말해주지 않으면 잘 모르오."

 점심 시간,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내 책상을 칸자키가 초조한 듯 내리쳤다. 반의 시선이 모였다.

"칸자키…… 그게 아니다. 너는 나쁘지 않아."

"그렇다면 어째서."

 당장이라도 검을 뽑을 듯한 모습에 클래스메이트들이 웅성이고 있다. 한숨을 쉬었다.

"잠시, 이야기를 하자."

 칸자키의 손을 쥐고 교실을 나섰다.



 교사를 나와 인적이 없는 장소를 향한다. 칸자키는 아무 말 없이 따라왔다.

 뒷 교정의 나무로 둘러싸여 교사로부터는 보이지 않는 장소를 발견하고는 멈추어 섰다.

"네게 거짓말을 하고 싶지 않다."

 칸자키는 똑바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군침이 돈다. 배가 고팠다. 허기를 느꼈다.

"난, 인간이 아니야."

 입 밖으로 낸 뒤에야 단어를 잘못 선택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이지 않소?"

 칸자키는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갸웃했다. 어찌 설명해야 좋을까.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좋을까. 이를 깨물었다.

"그게 아니다. 내 조국에 있는…… 그렇군, 요괴라고 부르는 것이 옳을까, 그것의 일종이다. 믿지 않아도 좋아. 하지만 사실이다."

 잘 설명할 수가 없었다. 칸자키의 모습을 살핀다.

"아도니스 공은 거짓말을 하지 않겠다고 했소. 의심할 여지가 없소이다."

 아무런 의문도 없이 그렇게 대답한 칸자키에게 안심했다. 

 올곧게 내 말을 받아들여 주는 칸자키가 좋았다. 사랑스러웠다.

 상처입히고 싶지 않았다.

"내게는 인간과는 다른 힘이 있다. 언젠가 너를 해치게 될지도 몰라."

 그러니까 칸자키가 나쁜 것이 아니다. 원인은 내게 있으니까.

"그래서 나를 피한 거요?"

"그래."

 칸자키는 당황한 듯 보였다.

"하지만, 어째서 나만을?"

"그건……"

 말문이 막힌다. 무어라 전하는 것이 좋을지 망설이고 있었다.

 갑자기 너를 식량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하기에는 저항감이 있었다.

"너와 너무 가까워진 거다. 난 괴물이니까 자신의 입장을 생각했어야 했는데."

 인간이 아니니까. 인간으로서 살아가기 위해 자신의 입장을 이해했어야 했던 것이다.

"그건, 무언가 문제라도 있는 게요?"

 칸자키는 진심으로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칸자키?"

 허리에 차고 있던 검을 뽑아든다. 마치 칸자키 자신처럼 올곧고 아름다운 검이다. 얇은 검신이 예리하게 빛난다.

"난 언제나 검을 지니고 있소. 잘 베이는 검이지."

 이전, 시험삼아 베는 모습을 본 적이 있기에 이것이 장식이 아니라는 건 잘 알고 있었다. 칸자키는 춤이라도 추는 것처럼 검을 번뜩였다.

"아도니스 공은 내가 무섭소이까?"

 검의 끝이 우뚝, 코 앞에서 멈추었다. 정확한 움직임이다.

"그런 생각은 한 번도 해보지 않았다."

 칸자키를 잃는 건 두려웠지만 칸자키 그 자체를 두려워해 본 적 따윈 한 번도 없었다. 반에는 검을 휘두르는 칸자키를 두려워하는 이도 있지만, 난 칸자키가 검으로 인간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다행이오."

 팽팽하게 긴장해 있던 칸자키의 분위기가 풀어졌다. 검을 내리고서, 검집에 넣는다.

"아도니스 공이 나와 다르다 해도, 아무리 강한 힘을 가지고 있어도, 나는 아도니스 공을 두렵다고는 생각하지 않소. 분명 같은 이유일 테지."

 그게 아니야, 칸자키. 난 그저 힘을 지니고 있는 것만이 아니다. 너를, 네 생명을, 내 본능은 빼앗아 취해버리고 싶다고 외치고 있는 거다.

 그런데도, 이형인 나를 그런 식으로 받아들이지 말아 줘.

 머리를 감싸안는다.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좋아한단 말이다."

 목 안쪽에서 목소리가 새었다.

"내 욕구는 식욕이자 육욕이다. 그래서, 두려워……"

 칸자키를 상처입히고 만다. 죽이고 만다. 그 충동이 배 깊은 곳에 잠들어 있다. 떨쳐낼 수가 없다.

"두려웠어."

 머리를 감싸고 웅크린다.

 나는 크고 강해졌다. 그런데도 자신이 마치 어리고 연약한 어린아이인 듯한 기분이 들었다. 비참했다.

 포옥, 하고 따스한 것이 몸을 감쌌다.

"괴로웠을 테지."

 눈 앞에서 검은 머리카락이 흔들리고 있다. 칸자키에게 끌어안겼다는 것을 깨달았다.

"난 다른 인간들보다 튼튼하게 되어 있소. 걱정할 필요는 없다오."

 떨어지는 체온이 아쉽게 느껴졌다. 가까운 곳에 칸자키의 얼굴이 있다.

"고개를 들어주길 바라오. 난 아도니스 공의 태양같은 눈동자를 보며 이야기를 하고 싶소. 가마와 이야기하고 있는 게 아니니까."

"칸자키,"

 고개를 들자 바로 눈 앞에 무릎을 꿇고 미소짓는 칸자키의 모습이 있었다.

 소중한, 나의 친우. 나를 받아들여 주고, 곁에 있어 준 인간. 가슴 깊은 곳이 뜨거워졌다.

"그것은 대답이라 받아들여도 좋은 건가?"

"헤?"

 칸자키가 멍하니 입을 벌렸다. 역시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던 모양이다.

"난 너를 좋아한다, 그러니까"

"아."

 작은 목소리와 함께 칸자키의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어간다.

"아도니스, 공!"

 칸자키가 일어섰다.

"난, 아도니스 공이 나를 피해서 슬펐소. 외로웠소. 더 함께 있고 싶소."

 드문드문 흘러나오는 말에 칸자키가 진심을 담아 대답해 준다. 사랑스러웠다.

"좋아해."

 자리에서 일어나 칸자키의 어깨를 잡았다.

"좋아한다……"

 칸자키는 얼굴을 새빨갛게 물들인 채 어색하게 웃었다.

"연모의 정에는 어둡지만…… 그 말은 기쁘게 생각하오."

 칸자키의 몸을 꼭 끌어안았다.

 마음이 통했다는 사실이 기뻤다. 이 이상 아무것도 필요없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럼에도 불안은 사라지지 않았다.

 난 언젠가 칸자키를……






 손을 마주잡으면 안심되었다. 키스하면 허기를 달랠 수 있었다. 끌어안으면 만족할 수 있었다.

 칸자키와의 시간은 내 마음에 평온을 주었다. 틀림없이 난 칸자키를 먹어치우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했다.



 겨울이 시작될 무렵 칸자키는 감기에 걸렸다. 어렸을 적 이래로 감기따윈 걸려본 적 없다며 본인은 고개를 갸웃했다. 얼굴색이 나쁘다.

 사소한 일이었다. 칸자키는 아무 것도 아니다, 단련이 부족했을 뿐이라고 되풀이했지만 짚이는 데가 있었다.

"내가…… 무의식중에, 칸자키의 생명을 빨아들이고 있는 건가."

 난 이미 칸자키를 먹어치우기 시작한 것인지도 모른다.



"이 몸이라고, 뭐든 알고 있는 것은 아니네만."

 내가 칸자키의 생명력을 빼앗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렇게 상담하자 사쿠마 선배는 귀찮다는 듯 말했다.

"이대로라면 칸자키는 죽고 말아."

 어떻게든 칸자키로부터 생명을 빼앗지 않을 수는 없는 것일까.

 사쿠마 선배는 가늘게 웃었다.

"떨어지면 되지 않겠나."

 내가 바로 떠올린 것도 그것이었다.

"칸자키가 허락해 주질 않는다."

 칸자키에게 사정을 이야기했지만 받아들여 주질 않는다. 그렇기는 커녕 화를 내었다. 내가 불안해하는 것은 자신의 수행이 부족했던 탓이라면서.

 이해해 주지 않는 것이 아니다, 이해를 마치고서도 칸자키는 나의 제안을 거절한 것이다.

"아도니스 공의 양분이 되는 거라면 난 상관없소."

 그 말을 들은 순간, 난 처음으로 칸자키를 두렵다고 생각했다.

 나로부터 칸자키를 앗아가는 것은 칸자키 본인인 것이다. 도망칠 수 없다고도 생각했다.

"하하하, 상사상애로구먼."

 사쿠마 선배가 메마른 웃음을 흘렸다. 그리곤 침묵하더니, 잠시 후 입을 연다.

"혹시, 그 도련님을 영원한 한 쌍으로 맞아들일 각오가 있다면 지혜를 빌려줄 수도 있네."

"정말인가?! 어떻게 해야 하지?"

 지푸라기에라도 매달리고 싶은 심정이었다. 이 때의 나는 모든 것을 단락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아이의 숨통이 끊어지기 전에 그대의 송곳니를 목에 박아넣으면 되어."

 창백한 목을 가리킨다.

 몇 번이고 꾸었던 악몽이 되살아난다.

"내게, 칸자키를 죽이라는 말인가……?"

 입 속에 퍼지는 감미로운 피의 향기. 그것은 꿈이다, 현실이 아니다.

 아아, 하지만 혹여라도 칸자키의 피와 살을 맛볼 수 있다면.

 머리를 끌어안고 불온한 본능을 떨쳐낸다.

"로비스 오멤을 알고 있는고?"

 사쿠마 선배는 극히 진지한 표정이었다.

"아아…… 내 고향엔 없었지만, 늑대인간의 일종이라고 들었다."

 남미 어느 나라인가의 미신이다. 늑대인간이 되고 만 인간이 타인을 뭄으로서 인간으로 돌아간다.

"그 말대로일세. 그들은 괴이를 옮겨 치유하지. 감기나 마찬가지야."

 하지만 난 로비스 오멤이 아니다. 태어나면서부터 괴물이었던 것이다. 누군가에게 옮김으로서 인간이 될 수는 없다.

"우리들의 경우엔 존재부터가 괴이 그 자체인 덕분에 인간을 간단히 감염시킬 수 있지."

 인간을 감염시킨다. 그 말은 즉, 칸자키를 이쪽 세계의, 괴몰로 만든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칸자키의 수명을 두려워하지 않아도 된다. 칸자키를 먹어치워버리지는 않을까 떨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정말로 그런 게,"

 가능한 것일까.

"이름도 없는 이국의 짐승의 왕. 그 후예여."

 사쿠마 선배는 마치 연설이라도 하는 듯 두 팔을 벌리고 소리높여 말했다.

"긍지높은 괴이의 왕. 그대는 그저 바라기만 하면 되는 게다. 그리고 그 목덜미에 송곳니를 박아넣으라."

 마치 노래하는 것처럼, 음정이 낮아진다.

"허나 선명히 생각해야 할 게야. 그대의 반려에게, 왕에 걸맞는 괴이의 형태를 말이지."

 그 말은 두려웠으나, 동시에 감미로웠다.

"실패하면……?"

 마른침을 삼킨다.

"인간이 하나 죽는 것 뿐일세."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 말하는 사쿠마 선배도 언데드이다. 나와 마찬가지로.






 3학년이 되었다. 사쿠마 선배는 미련없이 졸업해버리고, 난 오오가미와 둘이서 언데드로서 활동하게 되었다. 오오가미는 멤버를 늘릴 생각은 없는 모양이었다.

"아도니스 공! 오래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오!"

"아니. 다음 라이브 준비가 있는 거지?"

 달려온 칸자키에게 웃어 보였다.

 칸자키는 지금도 홍월로서 활동하고 있다. 홍월의 리더가 되어 신입생 선발도 끝내고, 지금은 라이브 준비로 바쁘다. 서류 작업에 약한 탓에 때때로 이사라며 후시미에게 울며 매달리고 있는 듯했다.

 둘이서 돌아가는 길은 오랜만이었다.

"졸업하면 어떻게 할 거지?"

 아직 먼 일이었지만 시야에 넣어두어야만 했다. 3학년이 되자마자 당장 오디션을 받기 시작한 이들도 적지 않았다.

"하스미 공이 새로이 그룹을 만든다고 권유를 받았소. 고마운 이야기인지라 받아들이려 하오."

"그런가."

 홍월의 멤버는 둘 다 활동하고 있지만, 특히 하스미 선배는 프로듀스 쪽에도 관계하고 있다고 한다.

"아도니스 공은 어떻게 하실 거요?"

"난, 다시 언데드로서 선배들과 유닛을 짜기로 되어 있다."

 아무리 신입생이 언데드에 들어오고 싶어해도 오오가미가 거절하는 이유는 거기에 있었다.

"그런가. 기대되는군."

 새로운 유닛을 짠 칸자키, 다시 오리지널 멤버로 활동하는 언데드. 틀림없이 잘 될 거라 믿고 있었다.

"칸자키."

"음."

"난 집에서 나오려고 한다."

"그렇소? 누님들이 무척 외로워하실 텐데."

 쓴웃음이 나왔다. 누나들은 내가 없다 해도 없는 대로 즐겁게 지낼 것이다.

"함께 살지 않겠나."
 칸자키는 눈을 동그랗게 떴지만, 한 박자 늦게 소리내어 웃었다.

 밝은 미래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불안으로부터 눈을 돌리고 있었던 것이다.






 졸업 후, 둘이서 살기 시작하고 서로의 일도 순조로웠다.

 칸자키의 몸은 건강 그 자체였다. 하지만 생기가 사라지고 어딘가 느른해 보였다.

 2년이 흐르자 그 건강도 오래가지 않고, 칸자키는 말라서 마음대로 몸을 일으키는 것조차 힘들어하게 되었다.

 초봄부터는 예능활동을 정지하고 입원생활에 들어갔다. 이유모를 쇠약. 의료로는 어찌 할 수도 없는. 거리를 두자고 제안했지만 칸자키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 상태가 되어서는 거리를 두어봤자 아무 의미도 없다고, 사쿠마 선배는 말했다.

 여름이 되자 외출 허가가 내렸다. 그 즈음엔 나도 예능활동을 쉬고서 칸자키의 곁에 붙어있는 시간이 늘어 있었다.

 상황은 좋아지지 않는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외출 허가가 내렸다, 그것은 끝을 의미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마지막으로 바다가 보고 싶다고 칸자키는 말했다.

난 최후를 받아들이지 못한 채였다.




"칸자키……"

 걸을 힘조차 잃어버린 몸을 끌어안고 해변에 내린다. 차를 내어 조금 먼 곳까지 나왔다. 이 부근에는 칸자키가 오래 전 산 수행에 사용했던 장소가 있다고 한다.

"바다 냄새가 나는군……. 이러고 있으니 학생 시절이 생각나오."

 아침부터 눈의 상태가 나빠 잘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체온이 떨어진 몸을 끌어안는다.

"나를, 원망하나?"

 칸자키는 초점이 맞지 않는 눈동자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어째서……?"

 정말로 이유를 알 수 없다는 듯한 모습에 가슴이 괴로워졌다.

"나와 함께 있었던 탓에 넌 이런 몸이 되고 말았다."

 비쩍 말라선, 머리카락의 윤기도 사라지고, 더는 눈도 보이지 않는다. 한때의 모습은 그림자도 찾아볼 수가 없다.

"나는, 아도니스 공과 함께 지낼 수 있었던 것, 감사하고 있소."

 그런데도 칸자키는 나를 원망하기는 커녕 고맙다고 말하는 것이다. 눈가가 뜨거워졌다. 

 칸자키의 뺨에 물방울이 떨어졌다.

"울지 말아."

 더는 검도 쥘 수 없을 정도로 마른 손이 내 뺨에 닿았다.

"연약한 나를 용서해 주시오."

 그게 아니야. 칸자키는 결코 연약하지 않았다. 지금도 그렇다. 칸자키는 강하다.

"내가, 나빴던 거다."

 내가 칸자키를 사랑해버린 탓에. 이를 꽉 깨물었다.

 숨통이 끊어지기 전에 그대의 송곳니를 목에 박아넣으면 되어.

 그 말이 뇌리를 스쳤다. 각오를 다져야 했다.

"칸자키, 아플 거라고 생각한다. 참을 수 있겠나?"

 칸자키는 고개를 끄덕였다. 더는 말소리를 낼 수 없을 정도로 약해져 있다.

 흰 목덜미에 입술을 대었다. 입을 벌리고 목 아래에 송곳니를 미끄러트렸다. 귓가에 닿는 연약한 숨소리는 지금이라도 멎어버릴 것만 같았다.

"널 잃지 않겠어."

 목덜미에 이를 박아넣는 순간, 칸자키의 입술에서 숨소리가 흘렀다.

"사랑하고 있소."

 그런 소리가 들린 듯한 기분이 들었다.

 입 속에 피가 넘쳐흐른다.

 난, 계속 칸자키의 곁에 있고 싶어.

 같은 존재가 아니라도 좋아. 함께 살고, 함께 죽고 싶었다.

 그 날, 나를 좋아한다며 끌어안아 주었던 칸자키의 모습이 떠올랐다.






 칸자키는 눈을 뜨지 않았다.

 나로서는 실패한 것인지 성공한 것인지 알 길이 없었다. 

 칸자키의 몸을 끌어안고 숨어든 곳은 낡은 산 속의 오두막이었다. 오두막 안은 낮동안 기온이 올라 후덥지근했다. 칸자키의 몸은 차가운 채로 썩지 않았다.

 사흘이 지났다.

"난, 실패한 것일까."

 잃고 만 것일까.

 그런데도 후회는 하지 않았다. 칸자키가 눈을 뜰 때까지는 단 둘이서, 계속 이 곳에 있겠다고 결정했다.

 설령 그 날이 영원히 찾아오지 않는다 해도.

 



 한 달이 더 흘렀다.

 뜨거운 시기도 지나고 조금 쌀쌀해지기 시작했다.

 밖은 단풍이 들었다. 창밖에서는 아침해가 비쳐들고 있었다.

계속 이 곳에 있었던 탓에 바깥 세상의 상태는 창으로 보이는 경치로밖에는 알 수가 없었다.

"난 이 시기가 되면 네게 고백했던 날을 떠올린다."

 눈을 뜨지 않는 칸자키에게 말을 건다. 대답은 없다.

 이렇게 되리라는 것은 그 날부터 정해져 있었던 것이리라.

 나는 후회하지 않는다.

"제대로 말로 한 적이 없었군."

 바닥에 흩어진 머리카락을 쓰다듬는다. 칸자키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사랑한다."

 이 세상의 무엇보다도 사랑스러웠다. 어떤 모습이 되더라도. 칸자키가 내 유일한 존재였다.


"아도, 니스……공?"


 신음하는 듯한 갈라진 목소리가 귓가에 닿았다. 허둥지둥 몸을 일으킨다.

"칸자키……!"

 칸자키의 눈동자가 똑바로 내 모습을 담고 있었다. 그 날처럼, 건강한 몸이었다. 목의 상처만이 남아있었다.

 부드러운 동작으로 몸을 일으킨다.

"칸자키, 다행이다…… 다행이야."

 칸자키가 움직이고 있다. 그 사실에 지독히 안심했다. 해방된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아도니스 공, 나는 대체……"

 눈물이 넘쳐흐른다. 일어난 칸자키의 몸을 품 안에 가둔다.

"고맙다, 돌아와 줘서. 고마워."

 끌어안은 몸은 차가운 채였다. 그래도 좋았다.

 지나치게 세게 끌어안은 탓인지 칸자키가 몸을 비틀었다. 몸을 떼어내고 얼굴을 들여다본다.

"아도니스 공의 눈동자는 태양빛 같군."

 칸자키가 그 날처럼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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