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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四季の斜塔:冬」

「AKA」の小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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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xiv] http://www.pixiv.net/novel/show.php?id=6625657



사계의 사탑


1. 겨울

2. 봄

3. 여름

4.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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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가 자라듯, 휴대폰의 연락처가 늘어나거나 줄어들듯, 음식의 취향이 변하듯, 본 영화나 읽은 책이 늘어가듯이. 인간은 외견도 내면도 바뀌어 간다. 벽돌로 만든 담이 허물어지듯, 새로운 도로나 가게가 늘어나듯, 오래된 나무가 만족스럽게 꽃을 피우지 못하게 되듯이. 인간을 감싼 환경도 변화해 간다. 대통령이 바뀌듯이, 지폐에 그려진 위인의 얼굴이 바뀌듯이, 새로운 법률이 만들어지듯이, 사회가, 세계가 변화해 간다. 한 번 호흡을 하는 사이에도 무서울 정도의 변화가 일어나는 이 지구상에서 불변하는 것이 존재하기는 하는 것일까. 나는 변하지 않아, 그렇게 말한 그의 머리카락은 확실히 자라고 있고, 어제까지만 해도 완벽했던 손톱은 닳은 것이 보이고, 마지막으로 만났던 어제의 아침에서 오늘의 아침에 걸쳐 하루 분의 연령을 쌓아가고 있다.

졸리다는 듯한 얼굴로 나에게 기대는 리츠는 내가 문득 힘을 빼고 반대쪽으로 체중을 이동시키면 마찬가지로 몸을 기울인다. 반대로 내가 나의 의지로 그에게 기댄다면, 나보다 힘이 없이 꾸벅꾸벅 졸고 있던 리츠는 간단히 반대쪽으로 쓰러지리라. 즉 그런 것이다. 내가 지칠대로 지쳐 그를 지탱할 힘을 잃고 만다면, 내가 그에게 기대고 만다면.

나는 시험삼아 졸업증서를 품에 안은 사쿠마 선배에게 기대어 보았다. 리츠는 깜짝 놀란 얼굴로 포크를 쥐고서 케이크의 스폰지를 자르던 손을 멈추었다. 사쿠마 선배는 이런이런, 하고 웃으며 살짝 내 어깨를 밀어내었다.


"후후, 아무리 이 몸이라 해도 놀라고 만다네, 이사라 군."

"마지막이니까요."

"그대가 기대어 준 것은 처음인 듯한 기분이 드네만."

"그럼, 처음이자 마지막이네요."


사쿠마 선배는 내가 기대는 것은 허락하지만, 결코 계속해서 기대어 있도록 두지는 않는다. 나는 그가 처음 스바루와 멤버들을 도와주었던 자리에는 없었지만 여러 부분에서 도움을 받았고, 또한 그럼으로서 일어난 혁명에서 그 역시도 좋은 방향으로 영향을 받았으리라 생각하고 있다. 필요할 때에는 손을 내밀어 주지만, 필요없다고 생각했을 때엔 결코 손을 빌려주지 않는다. 그럼에도 무척 양호한 관계를 구축할 수 있었다.

앞으로 학생회장으로서 지낼 1년동안 내게 필요한 것은 바로 그 용기이다. 내가 없어지더라도 괜찮도록, 나를 따라주는 그들의 손을 제대로 떨칠 수 있게 되어야만 한다. 그렇지 않았다간 내 졸업 후, 그들은 똑바로 서 있을 수 없게 되어버릴 테니.

나는 자세를 고치고서 눈 앞에 앉은 리츠를 보았다. 눈이 마주치자, 그의 눈동자가 슬픈 듯 흔들렸다. 아마도 그도 나와 마찬가지일 것이다. 당연한 것이 무너지는 공포. 그것은 줄곧 마음 깊은 곳에서, 캔 주스 바닥에 들러붙어 아무리 애를 써도 입에 들어오지 않을 과육과도 같이, 무가치하지만 보물과도 같은 존재감으로 씁쓸한 향기를 풍기고 있다.

오늘, 사쿠마 선배가 학원에서 사라졌다. 수일 후면 그는 이 집에서도 사라지리라. 리츠는, 줄곧 포기하지 못하고 안고 있던 과육이 든 그 캔을 손에서 놓아야만 한다. 포기하고 캔째로 버릴 것인가. 결심하고 캔에 커터를 밀어넣어, 그 과육을 삼킬 것인가. 그것은 리츠에게 달렸다.


사쿠마 선배가 사라지더라도, 우리가 끌어안고 있는 것들이며 입장이 변하더라도, 우리 두 사람의 거리감에 눈에 띄는 변화는 없었다. 변함없이 리츠는 목요일마다 우리집에 묵으러 오고, 내가 대학 수험 공부를 하는 동안엔 그도 공부를 한다. 리츠는 대학 수험을 보지 않고 아이돌 활동에 전념하겠다고 한다. 이미 작곡가로서 활동중인 츠키나가 선배를 설득하는 데는 아직 성공하지 못한 모양이지만, 모델 일로 돌아간 세나 선배, 마찬가지로 모델로 돌아갈 예정인 나루카미와 함께 아직 고교생활을 계속하게 될 스오를 기다려 다시 함께 해 나가겠다는 듯하다.


"나만 머리도 나쁘고, 이거다 싶은 게 없다니 꼴사납잖아."

"Knights에서 최고의 인기를 자랑하는 남자가 할 말이냐, 그거."


공부 중 크래커를 집어먹으며, 리츠가 소리높여 웃었다. 츠키나가 선배가 의뢰를 받아 작곡한 곡을 연주하거나 인지도를 높이기 위해 모델 두 사람과 그라비아 촬영을 하거나, 스오의 졸업을 기다리는 사이에 공백이 될 1년동안도 세세하게 일의 계획이 짜여 있는 모양이니 말처럼 걱정하고 있는 것 같지도 않다. 고급 호텔의 바에서, 밤에 피아노를 치게 될지도 몰라. 그렇게 말한 적도 있었다.



그렇게 고등학교 3학년의 봄이 지나고, 여름이 지나, 겨울이 왔다. 자유등교기간이 되자 리츠는 학교에 전혀 오지 않게 되었지만, 학생회의 인수인계 때문에 거의 매일같이 학교에 다니는 나를, 그는 돌아가는 길에 자주 붙잡았다. 말 그대로 길가에서일 때도 있고, 지금 카페에 있으니 가는 길에 들러, 라는 연락이 올 때도 있다. 대부분이 후자였다. 앞으로는 낮에도 일을 해야 할 테니까 일어나는 연습을 하는 거라며 종종 적당한 시간에 외출을 하는 듯했지만, 딱히 할 일도 없다고 카페에서 시간을 죽이는 일이 잦았다.

오늘은 길가에 있는 날이었다. 돌아가는 길에 위치한 신사의 돌담에 앉아 다리를 꼬고서, 무릎 위에 올려둔 태블릿을 왼손으로 조작하면서 오른손에 든 편의점 드립 커피를 종종 입가로 옮긴다. 크고 두터운 스톨을 감고서, 거기다 퍼 후드가 달린 야상을 입은 탓에 목 주변의 볼륨감이 제법 대단했다. 그렇게나 목을 꽁꽁 싸맨 주제에 꼰 다리, 스키니 팬츠 아래로는 양말도 신지 않은 발에 모카신을 신고 있었다.

발소리를 눈치챈 리츠가 고개를 들었다. 스톨에 가린 탓에 그의 표정은 거의 보이지 않았지만, 그의 눈을 보면 스톨 아래로 미소를 짓고 있으리라는 짐작이 갔다.


"안뇨옹. 마-군, 수고하심다."

"뭐야, 그게."

"존댓말 연습."

"유감스럽지만 그 존댓말이 통용되는 건 앞으로 1개월 정도려나."


어쨌든 그 옆에 자리를 잡는다. 리츠의 눈은 계속 나를 좇고 있었지만, 내가 자리를 잡고 앉자 고개를 정면으로 되돌렸다. 눈에는 보이지 않아도 확실히 그 자리의 공기라는 것이 있는 걸까, 신기하네, 하고 멍하니 생각한다. 그저 존재하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과 공유할 수도 있는 것. 그건 정말로 신기한 일이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마음을 읽을 수 없는 타인과 함께 느낄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 때만은 서로가 무엇을 생각하는지 알 수 있었다. 공기를 공유하는 그 자리에서만은 마음이 통한다. 실제로는 무척 단순히, 나와 상대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는 것에 불과하겠지만.

나도 리츠도, 서로가 줄곧 느껴왔으면서도, 입 밖으로 꺼내지 못했던 것. 우리들은 입을 다물고서 불안, 그리고 기대와 싸우고 있다.


"우리들, 헤어지는 거구나."

"푸핫… 잠깐 기다려봐, 바보야, 웃기지 말라니까."


리츠가 꺼낸 말에 완전히 허를 찔려 몸을 뒤트는 나를 보고서, 리츠도 드물게 웃음을 참을 수 없다는 듯 입술을 비죽였다 깨물었다 하며 노력하고 있었지만, 결국은 웃었다.


"그치만 그렇잖아, 확실히 예전엔 학년도 달랐지만, 집에 가면 마-군이 있었는걸. 완전히 떨어져 버리는 건, 처음이니까. 마-군이 없는 인생 따위 상상할 수가 없네."

"잠깐, 아니, 다신 못 만날 것처럼 말하지 말래도. 놀아 달라고."


나는 내가 '놀아 달라'는 말을 꺼낸 것이 이상했고, 리츠는 지금까지는 당연히 얼굴을 보고 지냈는데 앞으로는 약속을 잡고 만나야 하는 거면 그건 '논다'는 게 되는 거냐, 며 무어라 중얼거리더니 재미있어서 견딜 수가 없다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안 돼, 웃겨."

"우리들, 보통 친구들끼리 하는 그런 거 해 본 적이 없으니까. 조금 기대되네."

"후후. 나도. 재미있어졌어."


어느샌가 날은 완전히 저물어 있었지만, 리츠의 태블릿으로 지도를 불러와서는 내 대학은 여기니까 이 근처에 아파트를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리츠는 일단 사무소의 숙소에서 지내게 되었지만 사실은 아직 위치를 모른다고 하더니, 이 근처면 좋겠다, 고 이상을 이야기했다. 그럼 이 역에서 만나기 쉬울 거라든가, 이 역 빌딩은 심야까지 운영하니까 편하다든가, 공상의 장래를 상상하며 둘 다 추위로 콧물이 멈추지 않게 될 때까지 마주 웃었다.

슬슬 돌아갈까, 하며 일어나 발을 내딛었다가, 찬바람에 둘이서 몸을 떨었다. 이를 부딪히는 소리가 울려서 무척 꼴사나웠지만, 이 추위가 사랑스럽다는 생각을 했다. 이 삼거리를 오른쪽으로 꺾어 나오는 막다른 골목엔, 봄이 되면 벚꽃이 아름답게 만개하는 가로수길이 있다. 나는 그 오른쪽 길에 슬쩍 시선을 주었다 금방 되돌렸다. 벚꽃이 필 시기에 안게 될 불안을, 지금만은 떠올리지 않도록.


"마-군, 우리집 들렀다 가지 않을래? 어젯밤에 케이크 만들었거든. 오늘 중에 처리해야 하는데."

"잘 먹겠습니다."

"다행이다. 오늘은 그 얘기 하려고 기다렸어."

"그런 건 빨리 말해. 추웠잖아."

"괜찮아, 괜찮아. 마-군이랑 여기저기서 함께 지낸 추억을 만드는 거니까."


금방 대답이 떠오르질 않아 문득 바라본 리츠의 눈이, 쓸쓸한 듯 웃고 있었다. 온화한 바람이 불어와 리츠의 뺨에 머리카락이 내려앉는다. 그것은 마치 부드럽게 흔들리는 등나무꽃처럼 아름다웠다.


리츠가 냉장고에서 꺼낸 것은 홀케익 반쯤 되는 크기의 스트로베리 쇼트 케이크(딸기가 올라가 있으니까 아마도 그렇게 불러도 문제는 없을 것이다). 조금 신 딸기를 써 버려서, 라며 다즐링 티를 진하게 우려내 주었다. 나는 케이크를 삼등분해서 하나를 냉장고에 돌려놓고, 두개를 테이블 위에 놓았다.

냉장고에 자리잡은 1인분의 케이크를 보고서 작년의 일을 떠올린다. 나, 리츠, 사쿠마 선배, 세 명 분의 케이크가 늘어서 있던 졸업식 날의 일을.


"마-군, 넋 놓고 있으면 생각하는 게 꽤 얼굴에 드러나는 타입이니까 말야. 그렇게 쓸쓸하게 냉장고 보는 거, 그만둬 줄래?"


어이없다는 듯, 리츠가 내 접시에 포크를 얹어놓았다. 사과하는 것도 어쩐지 이상할 것 같아서 쓴 웃음을 짓는다. 리츠는 내 관자놀이에 손가락을 튕기더니 건너편에 앉았다.


"그러고 보니까, 형 졸업식 날, 이렇게 케이크를 먹었지. 마-군, 그 때 어째서 형 옆에 앉았더라."

"네가 사쿠마 선배 얼굴 보면서 케이크 먹었다간 맛 없어질 거라고, 그렇지만 옆에 앉는 건 더 싫다고 떼를 썼잖아."

"그랬던가. 기억 안 나. 하지만 그 때, 마-군이 형한테 기댔던 건 기억하고 있어."


오늘, 포크를 스폰지에 찔러넣은 채로 손을 멈춘 것은 리츠가 아니라 내 쪽이었다. 내 동요를 눈치챈 듯, 리츠가 눈썹을 치켜올리고 내 손을 보았다. 나는 허둥지둥 식사를 재개한다.


"있잖아, 나 조금은 변했을까."


그렇게 말한 리츠는 온기를 얻으려는 듯 두 손으로 티컵을 감싸고 고개를 숙인 채 내게 시선을 던졌다. 그 곳에는 기대도, 불안도 없었다. 그저 진실만을 말해주었으면 한다는 진지하고 순수한 감정만이 떠올라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변했어."


나는 포크를 내려놓고 뺨을 괴고서, 미소했다. 순간, 리츠의 표정도 천천히 풀어지며 그의 피부에 피가 도는 것처럼 보였다. 기쁨은 따스하다. 때로 너무 뜨겁다고 생각될 정도로.


"공부도 하고 있고, 시간도 전보다 효율적으로 쓸 수 있게 됐지, 일어나 있다고 상태가 나빠지는 일도 줄었고, 졸업 뒤의 일도 제대로 생각하고 있고? 제법 자립했네, 리츠. 사쿠마 선배가 집을 나간 뒤로 어느 쪽으로 굴러갈 지 몰라서 살짝 불안했다고. 좋은 방향으로 굴러가서 다행이야."

"그건 조금 아닐지도."


리츠는 미소지은 채 그렇게 말했다. 내가 한순간 불안하다는 듯한 표정을 짓는 것을 보고서, 살짝 웃으며 부정하듯 부드럽게 고개를 젓는다. 그리고 마치 애라도 태우듯 그대로 아무 말 없이 케이크를 입에 담았다. 턱을 움직이며 나를 보고서, 다시 작게 웃는다. 테이블 아래에서 내 다리를 차더니, 내가 놀라는 순간 웃음을 참을 수 없게 된 리츠의 입에서 딸기 조각이 날았다.


"아, 진짜, 더럽게."

"아하하, 미안하다니까. 아니, 형 일은 뭐, 지금까지도 집에서 얼굴 마주치는 일은 거의 없었고 별로 다를 것도 없어. 그 부분은 결국 혈연자라고 해야 하나, 이미 완전히 해소된 부분이 있지."

"흐응? 잘 모르겠지만, 불화가 없다면 다행이네."

"내가 변해야만 한다고 생각한 건, 형이 사라졌을 때가 아니라, 마-군이 형에게 기대는 걸 봤을 때."


나? 이미 입에 케이크를 넣은 뒤라 말을 하지도 못하고 제스쳐로 그렇게 대꾸하자, 리츠는 그래, 하고 중얼거리며 홍차를 한 모금 마셨다. 눈을 감고 컵에 입을 대는 모습은 홍차의 맛이나 향기를 즐기는 것처럼도 보였고, 과거의 경치를 떠올리고 있는 것처럼도 보였다.


"마-군, 금방 형한테 밀려났지만. 그렇게 말했어. '처음이자 마지막이네요'. 기억해?"

"아아, 기억해."

"그 말, 무척 잔혹했어."


리츠는 내 얼굴을 보지 않은 채 그렇게 말하고서, 무표정하게 제 몫의 케이크를 비웠다.


"맛있었어. 과연 나라니까. 저기, 마-군. 언제까지 그렇게 풀죽어 있을 거야."

"아니거든."

"맞잖아. 괜찮아, 형은 그렇게 신경쓰지 않을 테니까. 조금 쓸쓸해 보이기는 했지만. 하지만 마-군은 내 소꿉친구지, 형이랑은 유닛 사이가 비즈니스적으로 이어진 것 말곤 아무 관계도 없으니까 그 사람은 아무래도 좋다구. 슬슬 상심한 내 이야기 해도 돼?"


몸짓이며 손짓을 섞어가며, 어쨌든 이야기하고 싶어서 견딜 수가 없다는 듯한 리츠에게, 나도 겨우 어깨의 힘이 빠졌다. 리츠가 나를 저버리지 않아주었다는 것에 안도한다. 그것도 얼굴에 드러났을까, 문득 이쪽을 바라본 리츠가 허둥지둥 눈을 돌렸다. 보지 못한 척 해 줄 생각인 모양이지만, 그 헛기침은 일부러 하고 있다는 게 너무 빤히 보이니까 그만했으면 좋겠다.


"형에게 기대는 마-군을 보고 말야, 솔직히 형이 부러웠어. 형은 연상이니까, 그만큼 마-군의 어리광을 받아줄 수 있구나, 하고. 그래서, 깨달았는데, 나도 마-군보다 연상이더라고."

"까먹지 말라고."

"그럼 왜 나한테는, 하고 생각해봤더니, 애초에 나한텐 마-군을 지탱할 힘이 없구나 싶어서. 물리적인 이야기가 아니라. 아니, 물리적으로도… 조금 힘들지도 모르지만. 게다가, 형한테 밀려나서 슬퍼보이긴 커녕 조금 기뻐 보이는 마-군을 보고, 나 전부 깨달아 버렸어. 놀라지 마? 나, 마-군에 대해 제법 잘 안다구."


리츠는 장난이라도 치는가 싶을 정도로 의기양양하게 그렇게 말했지만, 그가 전혀 장난을 치고 있지 않다는 것은 시선의 움직임으로 어느정도 알 수 있었다. 그가 말한 것은 이런 것을 가리킨 것일까. 어쩐지, 상대에 대해 알게 된다. 그만큼의 세월을, 시간을 우리들은 함께 보내 왔다. 리츠라면 이렇겠지, 라는 생각은 대개 들어맞으며 그 반대 역시도 그러하리라.


"마-군이, 앞으로도 나와 함께 이렇게 있기 위해서 변하려고 해 준다면, 나도 변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 형처럼, 마-군에게 '처음이자 마지막이네요' 같은 말로 밀려나고 싶진 않아."

"이제 그만 좀 들추라고! 으아아악 하고 소리지르고 싶으니까."

"시끄러우니까 그만둬."

"너 그거 앙심 품고 있지."

"당연하지. 형은 쓸쓸하네, 정도에서 그쳤지만, 그걸 보고 있던 난 이게 내 일이었다면 어쩌지 싶어서 정말 무서웠단 말이야."


리츠도 나와 함께 있기 위해 강해지려 하고 있었던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하면 기뻤다. 리츠의 미소를 보고, 그도 그렇게 생각해주고 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리츠는 진짜 날 엄청 좋아하는구나."

"마-군도 나를 엄청 좋아하는 주제에."


그렇게 말하며 고개를 갸웃하고 미소짓는 리츠는, 카다멈 향기처럼 내 마음을 따뜻하게 만든다.

졸업하면, 전혀 다른 생활을 하게 된다. 말하자면 사쿠마 리츠는 어떤 의미에서는 내 생활의 일부이자, 내 마음의 가장 깊은 곳에 살아가는 물고기와 같은 것이었다. 아름답게, 느릿하게 내 마음을 헤엄치며, 때로 쿡쿡 하고 내벽을 쪼아댄다. 아프지는 않지만 간지럽다. 그런 존재와 얼굴을 마주할 수 없는 생활을 계속하라는 건, 확실히, 리츠가 말한 '헤어진다'는 표현이 가장 가까운지도 모른다.

하지만, 분명, 나쁜 일은 아니다. 우리들은 서로의 마음의 호수에서 탈출해, 바다로 나가 세계를 알게 되리라. 그리고 이번에는 외부로부터, 별개의 인간으로서, 처음으로 제대로 마주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이제 우리들은 서로의 마음의 호수에 가지고 있던 자신의 자리를 버렸다. 그러잖았다면 나는, 눈 앞의 남자가 이렇게나 아름다웠다는 것을 깨닫지 못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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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는 세상에 둘뿐인 느낌의 리츠와 마오를 굉장히 좋아하는데, AKA님의 리츠마오는... 정말 고등학생 두 사람이 연인이지만(겨울에서는 아직 아니지만...), 그보다는 가족이자 친구로서 가까워지고,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성장해 나가는 느낌이라서 무척 신선하고 즐겁게 읽었습니다. 웃고 떠들고 장난치고 하는 모습이 굉장히 귀엽고 사랑스러워요. 겨울에서 봄, 여름, 가을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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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시 마음에 드셨다면 원문 페이지↑에서 평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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