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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かわいいあの子に恋をした」

「すみをさん」の小説


원문주소:

[pixiv] http://www.pixiv.net/novel/show.php?id=6403523





1. 사랑에 행복 (카나카오/카오카나)

2. 귀여운 그 아이에게 사랑을 했다 (와타토모)

3. 가장 사랑하는 손 안의 진주 (미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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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하면 주얼을 토하는 병이 있다는 모양이다. 치료법은 마음에 둔 사람이 주얼을 삼켜주는 것 뿐이라고 한다. 유전, 혹은 백년에 한 번 레벨로 발생할 정도의 레어도를 자랑할 정도로 돌발적으로 발병하므로, 그 존재는 금방 도시전설이 되어 있었다. 어째서 지금 그런 판타지같은 소리를 하는가 하면, 아무래도 자신이 그 '돌을 토하는 병'이라는 것에 걸렸기 때문이라고밖에 할 말이 없다. 

유메노사키에서는 최근들어 이 병이 수면 아래에서 유행하고 있는지, 학생들 사이에서는 그럴싸한 이야기가 퍼져 있다. 독자적으로 입수한 정보에 따르면, 하카제 카오루, 신카이 카나타, 사쿠마 레이는 발병자이다. 일부는 앞에 '전'이 붙지만. 자신은 네 명 째, 라는 소리이다.

다른 세 사람이 부러웠다. 마음이 통할 여지가 있는 것이다. 혹은 이미 결실을 맺은 이도 있다. 하지만 자신만은, 아무리 마음을 기울여봤자 그와 같은 결과에 도달할 것 같지가 않다. 병을 알게 된 순간, 이미 이 사랑을 포기하고 있었다.





"토모야 군, 돌을 토하는 병에 대해 알고 있나요?"

연극부 부실에는 토모야와 와타루 둘 뿐이다. 각자 대본을 읽던 중 와타루가 갑자기 말을 걸어온다.

"돌이요? 뭡니까, 그게."

"사랑에 빠지면 보석을 토하고 마는 병이라고 하더군요."

토모야는 한순간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금세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지어낸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와타루가 써먹을 만한 소재였다.

"뭐야 그게. 다음 연극 소재에요?"

"믿지 않으시는군요."

그렇게 말하더니 블레이저 주머니에서 작은 병을 꺼낸다. 손바닥 정도의 반투명한 병 안에는 붉은색 돌이 부실의 어둑한 조명을 흡수해 빛나고 있었다. 와타루는 꺼내든 그것을 토모야에게 보여준다. 와타루에게 이 이야기를 끝낼 생각이 없다는 것을 깨달은 토모야는, 대본을 근처 책상 위에 두고서 병 안을 들여다보았다.

"이 병에 들어있는 것이 바로 연심의 조각, 주얼입니다. 어떻습니까, 아름답죠?"

"아니, 그런 것쯤 장난감 보석이라도 사다가 채워넣으면 얼마든지 날조할 수 있는 거잖아요."

"완고하시군요…… 뭐, 좋습니다. 믿어주지 않으시더라도 할 일은 정해져 있으니까요."

자리에서 일어난 와타루가 토모야에게로 다가온다. 와타루가 제게 저지른 짓 중에 좋았던 추억이라고는 하나도 없던 토모야는 반사적으로 태세를 갖춘다.

"무슨, 속셈이야."

"토모야 군은 이걸 삼켜 주셔야겠습니다."

손가락이 토모야의 턱에 닿았다. 꾸욱, 턱을 들어올리나 싶었더니 다른 한 손이 슬쩍 입술을 건드려, 무심코 입을 열고 말았다. 어쩔 도리 없이 와타루의 손가락의 움직임을 지켜보고 있을 때, 그 손가락 사이에 무언가가 끼워져 있는 것이 보였다. 붉은색의 그것은 방금 와타루가 보여주었던 돌이었다. 그것을 깨닫자마자 단숨에 제정신이 돌아오고, 온 힘을 다해 와타루를 밀쳐낸다.

"하?! 당신 뭔 수상쩍은 걸 먹이려는 겁니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몸에 해는 없다고요?"

"그런 문제가 아니잖아!"

토모야가 화를 내봤자 와타루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언제나 있는 일이라지만 조금 허무해진다. 어떻게 봐도 반짝이는 돌로밖에는 보이지 않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남의 입에 넣고 먹이려고 들다니, 제정신이 아닌가 싶어 적이 불안해진다. 그리고 해가 없다고 해도, 평소의 행실 때문에 그 말을 믿을 수가 없는 것이다. 토모야는 와타루를 알 수가 없다.

"불쌍하다고는, 생각해 주지 않으시는 건가요."

"어?"

"이 주얼을 토한 사람은 지금도 이루어지지 않을 사랑에 괴로워하며 계속 주얼을 토하고 있단 말입니다. 병을 고치기 위해서는 누군가가 주얼을 삼켜주는 수밖에 없어요. 자, 사람 하나 살리는 셈치고!"

어쩐 일인지 얌전히 머리까지 숙이는 와타루에게, 일순간이지만 토모야의 마음이 흔들렸다. 하지만 점차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한 토모야의 표정을 와타루는 놓치지 않고, 최종적으로는 억지로라도 같은 결론을 이끌어내려 든다. 이렇게 되면 토모야로서는 숨쉬듯 반발하는 수밖에 없다.

"아니, 왜 난데요! 이야기를 들으니 마음은 아프지만 나일 필요는 없잖아요?! 그야말로 당신이 삼키면 되는거 아니냐고요!"

"저, 말인가요. 무리입니다."

"왜죠"

"너만은 사양이라는 소릴 들었답니다!"

"뭐야 그게…… 어쨌든 다른 사람을 찾아보세요. 그런 거, 좋아하는 상대한테 부탁하는 게 제일이라고 생각하는데요."

토모야의 말에 와타루가 눈썹을 치켜올렸다. 흥미가 생긴 듯 추궁의 화살이 날아온다.

"이런, 토모야 군은 자신이 그 누군가의 '좋아하는 사람'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들지 않나요?"

"아니, 내가 이런 소릴 하는 것도 슬프지만요, 나 유메노사키에서도 평범한 편이고, 반짝반짝하는 사람들이 잔뜩 있으니까, 아이돌이라면 모를까 어쨌든 그냥 마시로 토모야로서 특별히 좋아해 주는 사람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거든요."

학원 최강을 자랑하는 유닛의 얼굴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한 아름다운 남자에게 새삼스레 자신의 평범함을 논하는 것은 굴욕이라고 해야 할까, 포기라고 해야 할까. 와타루쯤 되는 미형이라면 자신을 누군가의 연애대상이라고 상정해도 용서되리라고 생각한다. 그저, 와타루는 일반인이 연애대상으로 삼기에는 조금 지나치게 특이하지 않은가 하는 느낌도 있지만. 토모야는 다소 단정한 얼굴 덕분에 여학생들에게 귀여움받거나 혹은 놀림감이 되거나 하던 중학교 시절을 떠올리고 찝찌름한 기분에 잠겼다.

"그것 참 슬픈 일이로군요."

"그보다, 그 주얼 누구 건데요. 저한테 먹이려고 했다는 건 여자 것일 테지만, 부장이 아는 사람인가요."

견디기 힘든 기억이 떠올라 씁쓸한 표정을 지은 채 와타루를 일별한다. 그 얼굴을 보고서 토모야는 움찔, 등줄이 튀어오르는 것을 느꼈다. 와타루와, 눈이 마주쳤다. 그저 그 뿐인데도 감정이 깎여 사라지고 만 듯한, 그런데도 울고 싶은 듯한 그 표정을 보고서 알 수 없는 죄책감에 사로잡힌다. 와타루는 언제나 희노애락중에서 희와 락만이 남은 듯한 표정을 짓고 있는 남자이다 보니 평소와의 극단적인 차이에 깜짝 놀라고 만다.

그 다음 순간, 와타루는 평소와 같은 웃는 얼굴로 토모야에게 시선을 주고 있었다. 아까까지의 와타루는 환상인가 무언가였던가, 하고 생각하기를 포기하기로 한다. 와타루는 의미심장하게 눈으로 웃으며 엄지손가락을 입술에 가져다 댔다.

"비밀, 입니다."

"부장은 무대라든가 다도라든가 하고 있겠다 세계가 넓으니까요. 잘 생각해보니까 제가 듣는다고 알 리가 없죠."

와타루의 세계는 넓다.

그다지 친구가 없다는 것이 발각된 이제에 와서는, 인간관계라는 의미에서는 단순히 와타루의 세계가 넓다고 말하기 힘들었다. 하지만 히비키 와타루라는 인간 속에 존재하는 수많은 서랍들의 수가 히비키 와타루라는 세계의 넓이를 대변한다. 평범한 토모야로서는 이해하기 힘든 넓이를 자랑하는 히비키 와타루의 세계에 언제나 질색하면서도, 토모야는 그것이 싫지는 않았다. 모르겠다고는 하지만 알고 싶지 않다고는 할 수 없는 것이 토모야의 본심이건만, 지금 할 말은 아니라는 생각에 입을 다문다.

"그런 것으로, 해 둘까요."





예정이 없는 날이면 둘 중 누군가의 집에서 영화를 감상하게 된 지 어느덧 두 손으로 다 헤아리지 못할 정도가 된다. 처음 토모야의 집에 왔을 때의 와타루는 어쩔 도리가 없을 정도로 소란스러웠지만, 갑자기 미남자를 끌고 나타난 토모야에게 난리를 피우던 여동생을 생각하면 거기서 거기다. 친구 집에 초대받은 것은 처음이라는 와타루의 말에 견디기 힘든 안타까움을 느꼈던 것도 벌써 옛 일이다.

와타루가 가지고 온 것은 돌을 토하는 병을 소재로 삼은 B급 영화였다. 연하의 여성에게 사랑에 빠져, 그 사랑 때문에 아름다운 돌을 토하게 된 남자의 비련을 그린 이야기. 마지막에, 남자는 마음을 전하지도, 자신의 병을 알리지도 않고서 몸 속에 쌓인 돌에 오염되어 죽어간다. 싸구려틱한 내용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얼마 전 같은 병에 대해 와타루에게 들은 적이 있었던 토모야로서는 묘하게 뒷맛이 나쁜 영화였다.

"꽤, 타이밍 좋은 주제를 골라오셨네요……"

"이런, 마음에 들지 않으셨나요?"

"난 연애물이라면 저번에 본 서양 영화쪽이 취향인데, 가 아니지. 얼마 전에 막 얘기한 참인데 이런 걸 가져오셨단 건…… 설마 당신, 내가 주얼을 안 먹었다고 해서 일부러……?"

"그럴리가요. 보세요, 제목순으로 보고 있으니까 이번에 이게 오더라도 이상하지 않잖습니까? 우연이에요."

"정말이네."

지난번의 일을 떠올리고 와타루를 의심하고 있었지만, 넘겨받은 케이스를 보자 확실히 이전에 함께 보았던 영화의 다음에 오는 것이 자연스러운 타이틀이었다. 우연이라고 치기엔 지나치게 타이밍이 좋은 듯한 느낌도 들지만 반론할 소재도 없었기에 이 이상은 추궁하지 않는다.

"이 병, 아는 사람이 별로 없는 거 아니었나요? 영화가 돼 있는데요."

"실재하는 병으로서는 마이너라고 부르기도 불쌍할 정도로 지명도가 없습니다만, 도시전설로서 매니아들 사이에서는 알려져 있답니다. 이런 영화가 나올 정도는요. 도시전설로 알려진 탓에 잘못된 정보도 많습니다만. 예를 들자면, 최후의 씬이라든가요. 주얼에는 몸에 쌓일 만한 독성따위는 없으니, 저건 창작일 테죠."

잘도 아네, 하고 토모야는 감탄했다. 과연 기인이라 불러야 할까 정보망은 얕볼 수가 없다. 대체 언제 도움이 될 만한 정보인가에 대해서는 수상쩍기는 하지만.

와타루가 DVD를 꺼내고 있을 때, 문득 떠올린 듯 토모야가 입을 연다.

"그러고 보니, 돌을 토하는 병이란 거 제법 소문이 되어 있더라고요."

토모야도 이야깃거리삼아 유닛 동료들이나 클래스메이트에게 병에 대해 물어보았다. 확실히 소문이 퍼지고 있기는 한지, 돌을 토하는 병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다들 알고 있었다. 거의가 실재한다고는 생각지 않는 듯한 말투이기는 했지만.

"그렇네요. 이 학원은 여전히 조금 폐쇄적인 부분이 있으니 울타리 안에서의 생활에 자극이 되고 있는 것일 테죠. 학생들도 모두 믿고 있는 것은 아닌 듯하고, 어차피 소문 수준의 남 일이니까요. 비현실적이라고 해도 재미있기만 하면 뭐든 좋다는 겁니다."

토모야가 경애하는 호쿠토가 이끄는 Trickstar가 폐쇄적으로 관리되고 있던 한때의 유메노사키의 존재방식에 종지부를 찍기는 했지만, 유메노사키 학원 그 자체의 폐쇄성은 변치 않는다. 일반 학교와는 달리 아이돌과나 기타 예능과를 안고 있는 이 학교에서는 오락 등 외부와의 연결이 다소 제한되어 있다. 돌을 토하는 병이라는 소문은 어떤 의미에선, 예능계의 학생들을 둘러싼 비일상에 익숙해질대로 익숙해진데다 자극에 굶주려있던 유메노사키이기에 퍼져나간 것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어째서 이런 이야기가 나온 걸까요."

"실제로 병에 걸린 사람이 있기 때문이죠."

"전에 가져온 주얼, 진짜였나요?"

"그렇답니다? 처음부터 그렇게 말했잖습니까."

"평소의 행실을 돌아보라고!"


"아니, 난 부장으로부터 듣기 전까지는 몰랐지만요, 부장은 왜 알고 있는 건데요?"

차례차례로 질문의 공세를 퍼부어도 와타루는 어떤 의문에도 간단히 대답해버린다. 아무리 기인이라 해도 이건 굳이 몰라도 되지 않나, 하는 생각도 든다. 너무 잘 알고 있으니 오히려 더욱 신경이 쓰인다.

"실제로, 봤기 때문이죠. 병에 걸린 사람을 알고 있으니까요. 아이돌과에도 몇 명인가……"

"네?!"

갑작스럽게 현실감을 느낀 토모야는 눈에 보일 정도로 동요했다. 자신 주변의 면면을 떠올리고서 설마 그 사람이, 하고 의심해 본다. 토모야의 명백한 동요가 재미있었던 와타루는 목소리를 죽여 분위기를 만든다.

"갑작스럽게 현실미가 생기기 시작했죠? 토모야군에게 있어 가까운 사람도 사실 사랑에 가슴을 앓으며 돌을 토하는 병에 걸린 나머지, 최후엔……"

"무서운 소리 하지 마!"

"그렇게 겁내시다니, 조금 더 담력을 기르시는 게 어떻습니까?"

생각 이상의 반응을 보여주는 토모야에게 조금 기가 막힌다. 토모야가 불편해할 종류의 이야기였나, 하고 반성해 봤지만 역시 어떻게 생각해봐도 그렇게 무서운 이야기는 아니다. 자신의 감각이 엇나간 것일까. 위로할 셈으로 이야기를 이어간다.

"돌을 토하는 병으로 죽은 인간은 현 시점에선 한 명 뿐입니다. 그것도 돌을 토하기를 그만둔 결과, 몸에 이물질이 축적되어 내장과 장기가 압박당해서…라는 이유에서니, 주얼 그 자체에 해는 없어요. 깊어진 사랑과 잘 해 나갈수 있다면 별 일은 아닐지도 모릅니다."

와타루가 알고 있는 것은 유메노사키 학원에서 두번째로 발생한 환자, 하카제 카오루의 모친의 이야기였다. 토모야가 싫어하는 것은 뭔지도 모를 이상한 병이 근처에서 발생해, 그 때문에 죽을지도 모른다는 상상이 떠올라서일 테다. 이 병은 사람을 죽이지 않는다. 그것만 안다면 괜찮을 거라고 가볍게 생각하고 있었다.

영화 속에서 병에 걸린 남자는 죽고 말지만 현실에선 그런 비극은 일어나지 않는다. 주얼의 특성 탓에 토하는 버릇이 들거나 목소리를 잃는 일도 있다지만 그 역시도 어디까지나 일부이다.

와타루는 거기까지만 이야기하고서 토모야의 얼굴을 보았다. 토모야의 얼굴에는 상상하고 있던 안도의 표정은 보이지 않아, 예상이 틀렸음을 깨달았다. 어쩐지 괴로워하는 듯한 얼굴이었다. 무슨 일인가, 하고 와타루가 묻자, 조금 괴로운 기색의 대답이 돌아온다.

"하지만, 사랑을 한다는 건 그것만으로도 괴롭잖아. 즐겁기만 한 게 아니잖아. 별 일 아니라니, 그건 아니지 않아?"

예상치 못한 대답에 와타루는 눈을 깜박였다. '이상한 병'에 공포를 품고 있었을 터인 토모야가, 병이 얽힌 와타루의 연애관에 반론을 내걸 줄이야.

"제법, 감정이 실려 있군요."

"나도 평범한 연애 경험쯤 있다고요."

부루퉁한 토모야의 모습에 뺨이 누그러진다.

"그 모습을 보니, 잘 되진 않았던 모양입니다만."

"시끄럽구만!"


"평범하게 사람을 좋아하게 되는 것만으로도 수치심이라든가, 공포라든가, 여러가지 감정으로 엉망진창이 되는데, 그 병은 그걸 토해내서 보여주는 거나 마찬가지잖아. 남보다 리스크를 안고서 연애해야 하다니, 그런 건 괴로워요."

토모야는 영화 속의 남자를 떠올리고 있었다. 주얼을 토하는 묘사는 보기 좋다고 하기 힘들었고 주얼이란 것을 몸 속에 쌓아가면서까지 사랑에 애태우는 그 집착도 이해할수 없었다. 그래도 누군가를 좋아하게 됨으로서 괴로워하는 마음만은 공감할 수 있었기에, 와타루의 말이 어쩐지 슬프게 느껴졌던 것이다.

"부장의 지인, 그 병에 걸린 사람은 분명, 우리들 같은 외부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훨씬 괴로울 텐데."

"그럴까요?"

"부장은 괴롭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나요?"

"토하는 행위 자체는 괴로워도, 감정에 선을 긋고 나면 주얼 그 자체에는 아무 생각도 들지 않습니다. 그 사랑을 포기하고 나면 단순한 작업에 불과하죠. 사랑이 괴롭기에, 토해내는 것이 괴로운 겁니다. 괴로운 것은 어딘가에서 사랑이 결실을 맺기를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그 사랑에 대한 감정을 없애버리면 괴롭지는 않잖아요?"

와타루는 토모야의 말이 단순한 동정이 아닌, 공감에서 나온 것이란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토모야의 말은 일반론이다. 주얼을 토할 정도로 사랑을 앓는 마음은 일반론으로는 정리할 수 없다. 병에 걸린 사람에게 다가가 괴로우냐고 물어본 것도 아니지만, 와타루에게는 확신이 있었다.

반대로 토모야는, 와타루의 말을 이해할 수 없다. 지난 드림 페스티벌을 통해 다소 가까워진 듯한 기분도 들었지만 아직도 와타루에게 다가가려면 한참 멀었다고 생각했다. 와타루의 말에는 토모야로서는 설명하기 힘든 설득력이 있었지만 그게 옳다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처음부터 포기하고 작업으로 삼는 선택지가 있다는 것부터가 리스크를 지고 있는 거잖아요. 사랑이 괴로워서 만들어지는 게 주얼인데, 주얼의 고통을 없애기 위해서 사랑을 포기한다니 본말전도 아니냐구요."

토모야는 머릿 속 냉정한 부분에서, 어째서 나는 부장과 연애관 다툼을 하고 있는 거냐, 고 생각하는 자신이 있음을 눈치채고 있었다. 자신은 그렇게 연애문제에 집착하는 인간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은데도 엉뚱한 말만이 새어나간다. 어째서 이렇게 진지해진 걸까 싶으면서도 지난번의 와타루의 표정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아서 무심코 입술을 깨물었다.

"아아, 그런 표정을 짓게 만들고 싶었던 게 아닙니다. 그저 병에 걸린 이들이 전원, 주얼을 토하는 데에 괴로워하는 것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 뿐이에요."

입술을 깨문 토모야를 위로하듯, 와타루는 단단한 손가락으로 토모야의 입술을 쓸었다. 토모야는 와타루의 갑작스러운 행위에 일순 놀란듯 했지만 와타루의 행동의 의미를 일일이 생각해봐도 끝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내버려두기로 했다. 와타루를 신경쓰게 만들었다는 생각에 원래의 텐션을 되돌리려 한다.

"부장은 너무 빙빙 돌려 말한다구요."

"후후, 커뮤니케이션이란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실감하고 있답니다……!"

"아니, 이런 건 단순한 의견차이일 뿐이지, 그렇게 거창한 게 아니잖아……"

"그런 '평범'도, 저는 그다지 경험해 본 적이 없기에."

의견이 다른 친구, 선후배 사이에서는 평범한 일인데도, 와타루는 그것이 경건한 일이라도 되는 양 일일이 기뻐한다. 와타루는 기인이라 불리기 전부터 누군가가 기뻐해주기를, 놀라주기를 바라며 타인의 감정을 우선하고 자신의 말을 눌러죽여 왔으리라.  기인이라 불릴 무렵엔 재능이라는 연결고리를 잃을 것만 같아, 동료들을 신뢰하면서도 버려진다는 데에 공포를 느끼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런 상태였던 것이다. 사소한 화제에서 자신의 생각을 주장하고 싶어도 의견이 부딪히면 거기서 끝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고작 잡담에서도 간단히 관계가 끊어질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제야 겨우 있는 그대로의 히비키 와타루를 드러내주게는 되었지만 근본적인 부분에서는 아직 어릿광대 히비키 와타루인 채다. 자신이 타협하면 된다고 여기고 있다. 그렇게 생각하자 토모야는 더이상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그 날, 와타루와 토모야는 강당에 있었다.

저명한 무대배우가 유메노사키에서 강연을 하게 되어 연극과 및 각 과의 연극부는 방과후의 시간을 사용해 그 강연에 참가하고 있었다. 본래라면 다른 연극부원들도 이 자리에 있어야 할 터였시만, 일이라든가 땡땡이라든가 하는 이유로 아이돌과의 연극부원은 와타루와 토모야 뿐이었다.

토모야는 생각한다. 연극에 관해서라면 토모야는 유메노사키에 입학한 뒤로 연기를 시작한 초보나 마찬가지이기에 현장에서 연기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신선했다. 그럼에도 토모야의 경우, 평소부터 강렬한 존재감을 떨치는 와타루라는 배우가 곁에 있는 탓에 어딘가 부족하다고 느끼고 마는 부분도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며 옆자리에 앉은 와타루를 올려다보자, 와타루는 새파란 얼굴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부장, 괜찮아요? 얼굴색이 안 좋은데요."

"토모야 군에게 걱정을 받다니, 저도 아직 한참 미숙한 모양이군요."

고개를 든 와타루의 얼굴은 평소와 무엇 하나 다름이 없어서, 토모야는 와타루의 발언도 있겠다, 조명 탓에 안색이 나빠 보였던 건가, 생각이 지나쳤던 모양이라고 결론지었다. 다시 한 번 와타루를 보자 눈이 마주친 순간, 의미심장한 미소가 돌아와 가슴이 철렁한다.

강연은 끝났지만 인원수 관계로 강당을 나가는 순서는 정해져 있었기에 와타루와 토모야는 퇴장까지 남은 시간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었다. 와타루는 강연 팜플렛을 시시하다는듯 바라본다.

"나, 뭔가 저질렀나요."

소란 속에서 두 사람 사이에 흐르는 침묵을 깬 것은 토모야였다. 갑작스러운 질문의 내용과 그 내용에 와타루는 눈을 깜박였다. 

"왜 그러죠?"

"어쩐지, 부장이 날 보는 눈이 이상하다고나 할까……"

"이런, 들켰나요."

역시 마음에 걸리는 것이 있었던가, 하고 토모야는 마음의 준비를 갖추었다. 자신이 물어본 주제에 그 손바닥에는 땀이 배어든다.

"말씀대로입니다! 저는 토모야 군을 사랑하고 있으니까요!"

돌아온 대답에 무너질 뻔한 몸을 어떻게든 추스른다. 와타루에게 제대로 된 대답을 기대한 자신이 바보였다고, 수 분 전의 자신을 때려주고 싶었다. 언제고 사랑을 논하는 와타루가 발하는 사랑의 울림은 가벼운 듯한 기분이 들곤 했지만, 설마 토모야에게도 발휘될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런 거 말고! 아니, 그것도 좀 이상한 것 같지만!"

"이런, 아니었나요."

"그런 게 아니라, 요즘 부장은 미스테리 스테이지 때와 같은 눈으로 날 본다고나 할까……"

"즉?"

"나를, 포기한 것 같은 눈으로 보는 듯한 기분이 들어서. 부족한 부분이 있다면 고칠 테고, 당신한테 들러붙어서 포기하거나 하지도 않을 테니까, 뭔가 있거든 얘기해 주세요. 나, 당신이 단념한다거나 실망한다거나 하는 거 제법 괴롭거든요."

언제부터였던가 하면 명확히 대답할 수는 없지만, 종종 토모야를 보는 와타루의 눈이 다른 사람들을 볼 때와는 다르다고 느낄 때가 있었다. 확실히 의식하게 된 것은 와타루가 처음으로 병에 대해 말을 꺼냈을 때다. 토모야가 와타루의 질문에 대답할 때마다 점점 그 눈빛에 그늘이 지는 것처럼 보였다. 확신한 것은 얼마 전, 영화를 보았던 날이다. 그 뒤로도 신경은 쓰였지만 일부러 이런 이야기를 꺼낼 만한 타이밍도 없어서 갑작스레 찾아온 단 둘의 시간인 지금 말을 던지는 수밖에 없었다.

"그런 식으로 생각하고 계셨을 줄이야. 걱정하지 않으셔도, 지금의 토모야 군에게 실망하지는 않습니다. 토모야 군은 평범하게나마 성장하고 있으니까요. 포기한 것이 아니라, 성장을 곱씹고 있었던 걸테죠."

"그런, 건가……?"

가볍게 흘려넘기는 듯한 감각은 부정할 수 없다. 와타루는 무대 위에서는 물론, 무대에서 내려온 뒤에도 훌륭한 연기자인 것이다. 그렇다기보다는 일상마저도 무대 위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들 때가 있다. 와타루는 툭하면 사람을 속이거나 말을 흘려넘기려 들곤 하지만, 의외로 거짓말은 잘 하지 않는다. 즉, 정말로 실망한 것은 아닐 것이다. 납득할 수는 없었지만 이 이상 속내를 이야기해 줄 것 같지도 않았다.

"토모야 군, 부르는군요."

"아, 정말이네."

상념을 끊고 와타루가 재촉한다. 가리키는 방향을 보자 비상구 앞에서 교사가 부르고 있었다. 연극부의 고문이다. 토모야에게 무슨 용무인 것일까, 밖으로 나간 뒤면 안 되는 걸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다시 한 번 와타루에게 등을 떠밀려 떨떠름하게 자리를 뜬다. 다행히 아이돌과의 퇴장까지는 아직 멀었다. 용건만 듣고 돌아오면 시간에 맞출 수 있겠지. 토모야는 한 두마디를 남기고 교사 쪽으로 향했다.


토모야가 교사 쪽으로 향하는 것을 확인하고서, 와타루는 돌연 그 자리에 무너져내렸다. 이마에는 땀이 배고, 안색도 방금 토모야가 지적했듯 좋다고는 말하기 힘든 푸른빛이었다. 와타루는 자신의 상태를 토모야 앞에서 필사적으로 감추고 있었던 것이다. 최근 예리해지기 시작한 토모야의 관찰력 탓에 한 순간 들키기는 했지만. 목 안쪽이 빙글빙글 소용돌이치는듯한 감각에 무릎을 꿇고 웅크렸다. 와타루의 이변을 눈치챈 주변 학생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옆의 학생이 말을 건넨 것을 시작으로 심장이 두근, 두근하고 와타루의 의식을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본능 그대로, 자신을 압박하는 이물질을 외부로 밀어내려 한다. 혀를 낮추고 목을 열자, 붉은빛 무언가가 툭, 하는 소리를 내며 바닥에 떨어졌다. 주위로부터 짧은 비명이 흘러나왔다.

와타루에게는 배에서, 심장에서 경쟁이라도 하듯 밀려올라오는 무언가를 막을 기력은 없었다. 목이 압박당하고 산소를 갈구하며 치고 올라오는 그것을 해방한다. 작은, 파편이라 해도 좋을 듯한 주얼이 멈출 줄 모르고 흘러나온다. 꼴사나워서, 눌러삼키고 있던 연심이었다. 밖으로 나온다 해도 아무도 받아들여주지 않을 것을 알기에, 너무나도 비참한 나머지 줄곧 가두어두었던 연심이, 갇혀 있던 복수라도 되는 양 차례차례 바닥에 흩어진다. 그것이 주얼임을 아는 자라면 별이 흩어진 것 같다고 말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곳에 그런 형편 좋은 존재는 없다.

구경꾼들이 와타루를 둘러싼다.여기저기서 짧은 비명이 들려오지만 그 누구도 와타루를 도우려 하지 않았다. 더럽다는 소리까지는 없어도, 서로가 서로에게 처리를 떠넘기는 목소리며 무리라느니 이상하다느니 하는 말들이 들려온다. 들리지 않으리라고 생각하고서 멋대로 떠들어대는 군중들의 존재는 우습고도 성가시다. 평소라면 우웩, 하고 헛구역질하며 새된 비명을 올리고 과장된 반응을 보일 군중들이 동정하는 듯한, 두려워하는 듯한 눈으로 와타루를 둘러싸는 것이, 어쩐지 슬펐다.

손으로 모으려 해도 지금까지 속에 쌓여만 왔던 주얼은 멈추지 않는다. 손바닥 위에서 넘쳐 흐르는 모습에, 자신의 일이면서도 불쌍해 견딜 수가 없었다.

"괜찮아요?!"

머리 위에서 들리는 목소리. 토모야였다. 교사와의 이야기가 끝났는지 와타루의 모습을 보고서 서둘러 달려온다.

아이돌과의 학생이 등장함으로서 군중은 마치 지시라도 받은 듯 길을 연다. 토모야가 이쪽으로 달려오는 모습이 보이고, 동시에 주얼의 폭포가 흐름을 멈추었다.

"토모야, 군."

"아아, 정말! 말은 안 해도 되니, 까……"

토모야는 바닥에 흩어진 주얼과 와타루의 손바닥 위에 남은 파편을 보고서 눈을 크게 뜬다.

"부장, 이건…"

와타루는 입을 다물었다. 말할 수 있을리가 없다. 원래가 와타루의 기행에 휘둘리곤 하는 토모야이기는 해도 약해진 와타루와 이 상황을 보고선 아무래도 평소와 같은 말투로 따지고 들 수가 없었다.

"잘은 모르겠지만…… 괴로우신 거죠."

질문이라기보다는 단정이었다. 와타루는 간신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양호실로 가요."

눈 앞에서 갑자기 토모야가 몸을 낮춘다. 멍하니 그것을 바라보자 찌릿, 하고 노려본다.

"사양하지 않으셔도 돼요. 제 어깨 붙잡으세요."

"…혼자서도 괜찮습니다."

"안 괜찮으니까 그러는 거잖아! 나도 당신 하나쯤은 지탱할 수 있으니까, 맡겨 두란 말이에요."

그렇게 말하는 토모야에게 팔을 붙잡혀, 토모야의 어깨에 기댄다. 작다고만 생각했던 어깨가, 등이, 생각보다 커서 망설임이 들었다.

"저 보석같은 건 정리해버려도 되는 건가요."

토모야의 시선은 와타루가 토해낸 주얼 쪽으로 향한다. 얼른 버리고 싶었다. 갈 곳을 잃은 연심의 파편따위, 와타루에게 있어서는 토사물과 별반 다르지 않은 것이다.

"나중에, 직접 처리, 하겠습니다."

하아, 하고 숨이 새었다. 추태를 보인 끝에 혼자 제 연심을 처리하는 허무함이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우울해진다. 그 모습을 본 토모야는 어이없다는 듯 한숨을 쉰다.

"죄송합니다. 그것도 나중에 제가 정리해 둘 테니까, 그냥 보기만 할 분은 돌아가 주셨으면 하는데요."

강당을 나서는 그 순간, 토모야는 군중을 향해 냉정하게 그렇게 말했다. 놀란 와타루가 고개를 든다.

"토모야, 군."

토모야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대로 와타루를 양호실로 옮긴다. 체격차 탓에 이마에는 땀이 배어 있다. 그런데도 내색도 하지 않고서 투덜투덜 푸념하면서도 와타루를 걱정하는 그 사람좋음에 기가 막히면서도, 어쩐지 울고 싶어졌다.




와타루가 양호실에서 잠에 들어있던 사이에, 토모야는 강당으로 돌아가 와타루가 토해낸 주얼을 모으고 있었다.

그 기인이 약해져 있다는 사실이 아직도 믿어지지가 않았지만, 와타루가 생각했던 것과 같은 구름 위의 인간이 아니라 토모야와 마찬가지로 기뻐하거나 외로워하거나 하는 보통 사람이라는 것도 이미 알게 된 뒤다. 미스테리 스테이지에서 보인 눈물이 진짜라는 것도 알고 말았다. 남의 입에서 나온 것이라는 이유로 양호 선생으로부터 장갑을 받기는 했지만, 지금 모으고 있는 이 주얼이 만지기에 꺼림칙한 것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토모야도 와타루에게 듣기 전부터 어느정도는 알고 있었다. 사랑을 하면 돌을 토한다는 꿈같은 현상의 존재를. 처음 들었을 때는, 아니 들은 뒤로부터 지금까지도, 전혀 믿기지 않았다. 그래도 바닥에 흩어진 장미 꽃잎과도 같은 붉은 파편과 얇은 입술에서 붉은 조각을 떨구던 와타루의 모습을 보고 만 이상은 믿을 수밖에 없었다. 토모야로서는 와타루가 주얼을 토한다는 말도 안 되는 현상을 일으켰다는 것보다도, 와타루가 주얼을 토할 정도로 누군가를 애타게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이 더 믿기 힘들었다. 사람을 휘두르고 흔들어대는 저 자유분방한 남자도 누군가를 사랑한 나머지 괴로워할 줄 아는구나, 하고 본인에게는 더없이 실례가 될 법한 생각인 줄을 알면서도 감탄하고 만다.

와타루는 말했다. 이건 고칠 수 있는 병이라고. 어째서 고치려 하지 않는 것일까, 이제와서 당연한 의문이 생긴다.

갑작스레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와타루가 처음 돌을 토하는 병에 대해 이야기했던 날의 일이 문득 뇌리를 스친다. 그 때 보여주었던 작은 유리병, 그 내용물은 분명 누군가로부터 부탁받은 것이 아닌, 와타루 자신의 주얼이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어째서 토모야에게 그것을 먹이려 한 것인가.

"널 좋아하니까, 가 아닐까?"

분명 아무도 없었을 강당에 자신 이외의 누군가의 목소리가 울린다. 머리 위에서 들린 소리에 반응해 올려다보자, 지독히 단정한, 아름다운 얼굴이 있었다.

"어…황,"

어째서 여기에 있는 거냐, 고 물어보고 싶어질 만도 한 사람이 실제로 눈 앞에 있다. 토모야에게 있어 와타루와는 다른 의미로 구름 위의 인간과도 같은 존재이자, 와타루에게 있어 동지라 해도 좋을 존재. 

"황제!……가 아니라, 회장."

"이거구나, 와타루의 주얼은."

할 말을 잃은 토모야를 개의치 않고서 텐쇼인 에이치는 옆에서 몸을 숙인다. 갑자기 나타난 학원의 최고권력자에게 동요를 감추지 못하는 토모야에게 신경을 쓰는 건지 쓰지 않는 건지, 에이치는 토모야가 모으고 있던 주얼을 그대로 손으로 집어들어 응시한다.

"반짝반짝하네."

"그러, 네요."

친구의 것이라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그럼에도 타인이 토해낸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건드릴 수 있는 건 황제의 그릇인지 상대가 와타루이기 때문인지, 토모야는 모른다. 아는 사이마냥 말을 걸어주는 데에 찬물을 끼얹는 것 같지만 토모야와 에이치에게 접점은 없다. 와타루의 유닛 동료이자 같은 유닛인 하지메의 부활동 선배로서 간접적으로 연결되어있을 뿐인데 어째서 이렇게 친근하게 구는 것일까. 틀림없이 와타루의 주얼은 그 사람이 늘 품에 지니고 있는 붉은 장미처럼 정열적인 색이라 할 만하지만, 막상 동의를 요구받으니 평범한 대꾸밖에는 떠오르질 않는다.

그보다도 아까 이 사람, 터무니없는 소릴 하지 않았던가, 하고 토모야는 겨우 생각이 미친다.

"어때? 주얼을 토할 정도의 사랑을 받는 기분은."

토모야의 사고를 읽기라도 하는 듯 확신어린 말을 다시 한 번 던진다. 이 사람은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걸까 싶으면서도 이 사람이라면 무슨 일이 있어도 이상하지 않겠다, 고 토모야는 제 안에서 결론을 내린다. 그보다도 토모야로서는 아까의 에이치의 발언의 의도를 읽을 수가 없었다.

"아, 아뇨, 그런 소릴 하셔도……아니, 저한테 하신 말씀인가요? 어째서 그렇게 되는 거죠?"

"그야 그러니까, 라고밖에는 설명할 수가 없는데."

"저도 부장도 남자끼리잖아요."

"사소한 문제라고 생각지 않아?"

"아니, 제법 큰 문제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렇구나."

"가벼우시네요…… 부장도 평범하게 여자앨 좋아할 테고."

이 무게감 없는 대화는 대체 뭐람. 힘이 빠진다. 에이치의 가벼운 답은 토모야를 전혀 납득시키지 못했지만 말대꾸를 할 용기도 없다. 어째서 당연하게 와타루가 토모야를 연애적 의미로 좋아한다는 결론이 나오는 것인지도 모르겠고, 남자끼리라는 커다란 문제를 전혀 개의치도 않는 대담함이 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에이치는 토모야를 일단 남자라고 인식은 하고 있지만 사실은 남자라고 생각하지 않는 게 아닐까, 하는 의심도 든다. 에이치와 토모야의 공통된 지인인 하지메는 여자애로 착각할 정도로 사랑스러운 외모를 하고 있으니, 같은 유닛인 토모야도 비슷하게 여기고 있는 게 아닐까, 그렇게 하지메에게도 미묘하게 실례되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그럼 묻겠는데, 주얼을 토할 정도로 무거운 마음을 품고 말 정도의 관계가 될 만한 여자아이가, 와타루에게 있다고 생각하니?"

에이치의 질문에 토모야는 생각한다. 와타루와 이성이란, 실은 의외로 잘 연상이 되질 않는다. 와타루는 경의를 표할 만한 인간에게는 누구에게나 예의바르고, 레이디를 대하는 태도 역시도 숙지하고 있을 테지만 여성에게만 특별히 상냥한 것도 아니고, 유메노사키의 아이돌과는 전학생 소녀를 제외하면 전원 남자뿐이다. 와타루는 일반인과 비교하자면 슬플 정도로 친구를 사귀는 스킬이 부족하다는 점도 있어, 이성친구관계를 상상할 수도 없다. 솔직히 말하자면 떠오르는 바가 없었지만, 전혀 알 수가 없다고 해버리는 것도 어쩐지 체면 문제인 듯해, 일단 생각나는 걸 말해 보았다. 

"취미로 하는 서클이라든가."

"와타루 이외의 참가자는 연배가 있는 부인 분들 뿐이야."

"옛 동급생이라든가."

"만날 기회도 없는데 이 타이밍에 사랑에 빠져서 주얼을 토할까?"

"윽, 우연히 지나친 귀여운 여자애애게 한눈에 반했다든가!"

"악화라 해도 좋을 정도로 연심이 깊어지지 않으면 주얼은 나오지 않는다나 봐. 첫 눈에 반한다는 게 가벼운 기분이란 뜻은 아니지만, 와타루가 한 번 본 것만으로도 지독히 애타는 사랑에 빠질 거라고 생각하니?"

토모야가 떠올린 가능성을 에이치는 철저히 논파해 나간다. 이 정도로 하나하나 단호히 부정당하면 아무리 토모야라 해도 에이치가 내려는 답이 하나뿐이라는 것은 빤히 보였다. 하지만 자기 입으로 말해버리고 나면 더이상 되돌릴 수 없는 무언가를 알게 될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게다가 만에 하나 남자도 연애대상에 넣는다고 쳐도, 회장을 좋아하게 될 가능성 쪽이 더 높잖아요. 멋있고, 아름답고, 옛날에 여러가지 있었던 것 같고."

토모야의 말이 의외였던지, 지금까지 웃는 얼굴로 가능성을 하나하나 잘라내던 에이치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토모야를 보았다. 일순 고개를 숙이나 싶었더니 웃음소리가 흘러나온다. 그 소리는 점차 커지더니, 웃을 만큼 웃은 후, 다시 미소와 함께 토모야를 향한다.

"분명, 와타루와는 여러가지로 있었지. 적이었던 그를, 기인의 틀마저 뛰어넘으려 하던 그를 붙잡아서, 동료로 삼았으니까."

미스테리 스테이지에서 와타루도 말했었지, 하고 떠올린다. 지금도 충분히 이상한데, 한 때 에이치가 붙들어 놓지 않았더라면 와타루는 여러모로 위험해져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아름다운 얼굴을 하고서, 재능 역시 넘치고, 인연도 있다. 남자라는 것만 빼면 와타루가 에이치를 사랑하게 될 가능성도 있는 게 아닐까, 자기가 떠올린 생각인데도 토모야는 어쩐지 이유도 모른 채 속이 답답해졌다.

"하지만, 연애는 별개 문제일까. 결국, 나와 와타루는 가느다란 실로 연결된 관계에 불과해. 신뢰하고 있지만 그건 황제와 기인 사이에 형성된 것이야. 재능이 있기에 가능한 관계. 우리들은 서로, 그저 우리들로서 한 발을 내딛기를 두려워하고 있는 걸테지. 난 동료로서, 혹은 한때의 적으로서 재능 넘치는 히비키 와타루라면 이해하고 있지만, 그저 히비키 와타루에 대해서라면 분명 네겐 이길 수 없을 거야."

어째서 에이치 정도 되는 남자가 이런 소리까지 하는 것일까, 토모야는 슬슬 이해하기가 힘들었다. 토모야가 와타루와 가까워졌다고 느끼게 된 것은 정말 겨우 최근의 일인 것이다. 지금까지 이상한 사람이라고만 생각하고, 그간의 기행과 입은 피해 탓에 경원시하고 있었다는 자각도 있다. 에이치가 모르는 히비키 와타루따위는 모른다. 토모야가 아는 것은 토모야가 아는 히비키 와타루 뿐인데, 토모야가 와타루를 알고 있다는 사실을 마치 대단한 일이라도 되는 양 이야기하는 에이치는 잘 이해가 가지 않았다.

"하지만, 어째서, 나 같은 걸."

"이 뒤는 본인의 입으로 들으렴."

입을 움직이면서도 솜씨좋게 주얼을 모으던 에이치는 주운 주얼을 토모야에게 건넨다. 토모야가 허둥지둥 바닥을 보자 주얼은 이미 남아있지 않았다. 에이치가 전부 모은 것이다. 이게 전부라는 말에 에이치는 자리에서 일어나 등을 돌렸다. 토모야가 그 등에 감사를 표하자, 에이치는 미소띤 얼굴로 돌아보았다.

"사실을 밝히자면, 와타루의 상대가 내가 아니라고 확신하는 건, 와타루의 상담을 해 주고 있었기 때문이야."

"네?"

"'귀여운 그 아이에게 사랑을 해서, 돌을 토하게 되고 말았습니다!'라던데."


에이치의 모습이 보이지 않게 된 뒤에야, 귀엽다니 날 말하는 거냐 망할 자식, 하고 부끄러움을 감추듯 중얼거렸다.





토모야가 양호실에 돌아오자 와타루는 침대 위에서 몸을 일으킨 채 멍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답지 않은 그 모습에 방금 전까지 에이치와 나누었던 대화가 문득 되살아난다. 부정하듯 기세좋게 고개를 젓자, 와타루는 의아하다는 얼굴을 했다.

"정말로, 모아 온 건가요."

와타루의 시선이 토모야가 손에 든 주얼이 든 주머니를 향하기에, 긍정을 표하듯 들어올려 보였다.

"당신이 쓰러졌다는 소문이 퍼졌는지, 회장도 어디서 듣고서 도우러 와 줬어요."

"그렇습니까."

그 말에서는 감정을 잘라낸 듯한 기척이 느껴졌다. 군중들이 보는 앞에서 이물질을 토한다는 것은 어떤 인간이든 괴로우리라. 심지어 와타루는 주변이 모르고 있을 뿐, 의외로 겁많은 일면도 있다. 토모야가 달려오기까지의 시간을 그 넓은 곳에 노출되어 있던 와타루를 생각하면 어설픈 말은 꺼낼 수가 없다. 와타루의 얼굴을 보기가 힘들어서, 시선을 맞추지 않도록 조심하며 침대 옆의 의자에 앉았다.

"구경꾼이라는 거 잔인하지…… 평소에는 얼마든 치켜세우면서, 토하는 순간 거리를 두니까."

한숨과 함께 불평한다. 누군가가 토하는 모습을 보면 보통 반사적으로 혐오감이 생길 터다. 토해낸 것이 이물질이라면 더더욱 그렇다. 그렇다고 해도, 혐오감이나 놀람이 먼저 생겨난다 해도, 아픈 사람을 돕는 것은 이상한 것도 특별한 일도 아닐 텐데. 그런데도 그 자리에 있던 학생들은 누구 하나 와타루에게 손을 내밀지 않았다. 그 안에 강호 유닛인 fine에서 화려한 꿈을 보여주던 히비키 와타루를 동경하던 사람이 한 명도 없을 리가 없었다. 와타루의 팬도 있었을 텐데, 그런데도 아무도 움직이지 않았다. 토모야는 지금도 그 사실에 화를 내고 있었다.

"보통이라면, 싫을 테죠. 설령 그게 평소 숭배하던 대상이라도."

와타루는 눈썹을 떨구고 쓸쓸하게 웃었다. '보통'을 방패삼아 군중을 감싸려는 모습은, 잘라 말해 애처로웠다. 언제고 남에게 무른 와타루를 보고 있을 수가 없어서, 그 모습에 열이 받아서, 코웃음친다.

"정말로 좋아한다면, 조금쯤 도와줘도 된다고 생각하는데요."

"오늘은 제법 엄하시군요. 평소라면 팬이나 관객에게 경의를 표했을 텐데."

"내가 올 때까지 아무도 양호선생님을 부르려고도 하지 않았잖아요. 이 병이 생명에 문제는 없는 거였으니 망정이지, 진짜 큰 병이었으면 어쩔 거냐고."

말을 하면 할수록, 떠올리면 떠올릴수록, 그 순간의 와타루와 그를 감싸고 있던 군중들에 대한 분노가 멈추질 않았다. 평소 보기 힘든 토모야의 그 모습에 와타루는 멀뚱멀뚱, 토모야를 바라본다.

"오늘의 토모야 군은, 제게 상냥하네요."

"나도 약해진 부장한테 화를 내거나 하진 않는다고요. 부장 안의 난 그렇게 반항기처럼 보여요?"

"그럴리가요. 토모야 군은 어리석을 정도로 단순할 뿐이지, 상냥한 아이라고 생각한답니다."

"그거 칭찬하는 거야 욕하는 거야, 어느 쪽이야?"

"상냥하게 대해 주어서 기쁘다, 는 뜻입니다." 

본 적도 없는 부드러운 미소와 함께 그렇게 말하는 와타루에, 토모야는 진정할 수가 없었다. 시선을 이리저리 움직이다, 손에 쥔 주얼의 존재를 생각해낸다. 에이치와의 대화를 떠올리고서 머뭇머뭇 말을 꺼냈다.

"나, 이거 삼킬까요."

"뭡니까? 갑자기."

"전에 말했잖아요, 이 병은 누군가가 주얼을 삼켜주지 않으면 낫지 않는다고. 부장이 괴롭다면, 나라도."

"괜찮습니다."

토모야로서는 제법 용기를 내서 한 말이었다. 하지만 와타루의 반응은 생각과 달랐다. 지난번엔 와타루가 토모야에게 먹이려 들었던 주제에, 대체 무슨 바람이 분 거람. 생각하던 것과 다른 전개에 초조해진다.

"사양하지 않아도 되는데요."

"그런 게 아닙니다, 지난번 토모야 군에게 말했듯이, 그건 사랑하는 상대가 해 주지 않으면 의미가 없거든요. 누구든 상관없는 게 아니에요."

정말로 좋아하는 상대가 아니면 의미가 없었던 건가, 하고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와타루의 마음을 뒷받침하는 증거가 생기고 말았다. 그 말은 와타루가 토모야에게 주얼을 먹이고 싶어했던 이유를 제 입으로 폭로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것을 와타루 본인은 알고 있는 것인지 깨닫지 못한 것인지, 토모야는 알 수가 없다. 지금까지의 일들을 돌아보면 어째서 이번만은 이렇게나 거부하는 것인지 이해할 수가 없어서, 자포자기마냥 목소리가 거칠어지고 만다.

"그러니까 내가 하겠다잖아요!"

토모야가 외친 순간, 와타루의 눈이 차갑게 가늘어진다. 저질렀다, 하고 본능적으로 직감했다. 눈을 내리깐 와타루에게 당황해 머뭇거리는 수밖에 없다.

"……에이치인가요."

"아, 아니."

단번에 그 출처를 알아차리는 모습에서 정말로 와타루가 에이치에게 상담을 했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에이치만이, 진실을 알고 있었다. 이미 와타루의 안에 확신이 있는데 이제와서 토모야가 부정할 수 있을리가 없다.

"들켜 버린 이상 어쩔 수 없지요. 저는 토모야 군을 사랑합니다."

의외로 깨끗이 마음을 자백하는 모습에 토모야는 순수히 놀랐다. 조금 더, 어떤 응수가 있을 줄로만 알았는데.

"지난번의 일은, 그런 겁니다. 평소와 다를 것 없는 장난이라고 생각해 준다면 몇 번이고 같은 수를 쓸 수 있고, 잘 된다면 삼켜 줄지도 모른다, 고."

"어이."

"아무것도 모르는 토모야 군을 속여넘기는 듯한 짓을 하려니 가슴은 아팠습니다만, 사실대로 털어놓았다가 기분나빠한다면, 아무리 저라도 힘들어서… 이런 건 절대로 '보통'이라는 말로는 정리할 수 없을 테고요."

군데군데 생각해 볼 바가 있는 참회이기는 했다. 시선을 향하자, 와타루의 눈에서는 냉기가 걷히고 쓸쓸함과 자조로 물들어 있음을 알아차리고 말았다. '평범'을 자신의 손에 닿지 않는, 천상의 존재처럼 생각하는 와타루가, '보통'과의 거리를 슬프게 여기는 듯이 이야기하는 것을 들으면 견딜 수가 없다. 동시에 와타루가 토모야의 마음을 멋대로 단정짓고 있는 것이 토모야로서는 화가 난다.

"그럼, 아까 부장의 마음을 알고서 삼켜 주겠다고 말한 내 마음도 헤아려 달라고요."

멍하니 이쪽을 보는 얼굴.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 고 말하고 싶은 듯한 그 표정을 보고, 평소 보지 못한 그 얼굴에 속이 다 시원했다. 토모야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생각을 얼굴에 드러낸 와타루를 본다.

"솔직히, 남자는 연애대상이 아니에요. 남의 연애의 형태에 편견은 없다고 생각했지만, 그 상대가 제가 될 거라고는 보통 생각 안 하니까."


"하지만, 그래도, 혐오감이나 위화감 같은 것보다도 먼저, 부장이 괴로워하는 건 싫다고 생각해버렸으니까 이제, 어쩔 수 없잖아."


"부장의 마음에 응해줄 수 있을지는, 지금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지만, 당신이 날 좋아한다고 생각해주는 건 그걸로 상관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니까 난 당신의 연심을 삼키는 것이 가능합니다."


기세를 타고 마음을 부딪힌다.

토모야는 오래 전에 첫사랑을 마쳤다. 지금까지 좋아하게 된 건 모두 여자아이였다. 동성을 상대로 좋아하게 된다거나 사랑받는 건 자신과는 다른 세계의 이야기라고 믿고 있었기에, 존재는 알고 있었지만 막상 자신에게 향하는 마음에 어찌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그렇게 어디까지나 '보통' 세계에 몸을 두고 살아온 토모야로서는, 이레귤러한 상황에서는 자기 생각대로 행동하는 수밖에 없다. 와타루가 걱정된다는, 와타루가 괴로워하지 않기를 바란다는, 가장 먼저 머릿속에 떠오른 마음을 솔직히 전하는 수밖에 없었다.

"마지막 말, 영어 교과서에 나오는 예문같은 말투로군요…"

"시끄럽구만!"

"토모야 군은, 불쌍할 정도로 사람이 좋군요."

사람이 좋다고 말하는 주제에, 참으로 사랑스럽다는 듯한 그 표정에, 토모야는 견딜 수가 없었다. 어째서 이 재능과 기적에게 사랑받는 남자가 평범을 그림으로 그린 듯한 토모야를 좋아하게 된 것인지, 한 번 물어보고 싶을 정도다.

"그런 날 좋아하는 주제에."

"그렇네요."

부끄러움을 숨기려 가시돋힌 소릴 해도 순순히 긍정한다. 이 노도와 같은 전개 속에서 잘도 그렇게 냉정하게 행동하네, 하고 내심 감탄하고 말았다.

"토모야 군은 귀여운 후배이고, 기인과는 관계 없는 제 얼마 되지 않는 친구이고, 평범하지 않은 제 동경이자, 그저 히비키 와타루가 좋아하는 사람입니다."

토모야는 이런 식으로 숨김없이, 올곧게 주어지는 호의를 그다지 경험해 본 적이 없다. 스트레이트한 말은 아무래도 부끄럽다.

그건 그렇다 쳐도, 이렇게나 토모야를 좋아한다면 주얼을 삼켜도 상관없다고 생각하는데, 어째서 안 된다는 걸까.

"하지만 지금은, 아직 삼켜주지 않으셔도 됩니다."

"하아?"

"토모야 군이 그렇게 말씀해주신다면 전 당신을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이 히비키 와타루, 어떤 수단을 사용해서라도 당신을 손에 넣어 보이겠습니다! 토모야 군이 저와 마찬가지로 저를 좋아하게 되어 주신다면, 그 때 제 사랑을 그 몸에 받아들여 주십시오."

와타루의 말에 할 말을 잃었다. 강하구나, 라고 생각했다. 앞으로 노력해보겠다는 건가. 토모야를 노리겠다는 선언에 어찌해야 할지 알 수가 없다. 일단 토모야는 이성애자다. 하지만 평소의 와타루를 보고 있으면 정말로 저지를 것만 같다고, 남의 일처럼 생각한다. 이 시점에서, 와타루에게 혐오감을 느끼지 못하는 시점에서 와타루에게 승기가 있다고 해도 좋다는 것을, 토모야는 모른다.

"그걸로, 괜찮아요?"

"갑자기 기대되기 시작하는군요! 희망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런 고통쯤 아무것도 아니죠!"

소리높여 웃는 와타루는 주얼을 토하는 고통을 견디겠다고 한다. 다른 누구도 아닌, 토모야를 손에 넣기 위해. 평범한 자신을 원해준다는 것이 근지러우면서도, 싫지는 않았다. 와타루가 진심이라면 토모야도 와타루와 진지하게 마주해 보겠다고 생각한다. 가능하다면, 와타루를 주얼을 토하는 고통으로부터 하루라도 빨리 해방시켜주고 싶다고 바랐다.

와타루의 선전포고에 토모야는 참지 못하고 입가를 올렸다. 손에 쥔 주얼의 중량감이, 와타루의 마음의 무게가 이제와서 느껴진다.

"그 도전, 받아들이죠."

어디 마음대로 해 봐, 하고 토모야는 마음 속으로 대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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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타루한테 반말로 화내는 토모야 정말 좋아합니다. 이분 토모야 멋있어요...

오자 탈자는 트위터나 댓글로 부탁드립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시 마음에 드셨다면 원문 페이지↑에서 평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본문내 시리즈에서 2편 커플링표기가 반대로 되어있었던 것을 발견해 고쳤습니다 알려주신분 정말 감사합니다 와타토모가 맞습니다ㅠㅠ(16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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