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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掌中の珠は最愛」

「すみをさん」の小説 


원문주소:

[pixiv] http://www.pixiv.net/novel/show.php?id=6797325




1. 사랑에 행복 (카나카오/카오카나)

2. 귀여운 그 아이에게 사랑을 했다 (와타토모)

3. 가장 사랑하는 손 안의 진주 (미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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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그 병 아니냐, 돌을 토하는."


돌을 토하는 병이라니 대체 뭐냐, 며 슈는 소꿉친구에게 캐물었다. 얼굴을 바짝 가져다대자 쿠로는 귀찮게 되었다며 머리를 긁적였다.

슈의 손에는 노란빛 돌이 쥐어져 있었다.


같은 반의 황제의 존재, 혹은 마음의 컨디션의 문제, 여러가지 요인 때문에 부정기적으로 등교하는 슈는 오랜만에 학교에 온 날, 아니나다를까 쿠로에게 붙잡히고 말았다. 하스미에게 볼 일이 있어 A반을 찾은 쿠로는 슈의 모습을 발견하자마자 용건을 간략히 마치고 슈의 손을 붙잡고서 가든 테라스까지 끌고 나왔다. 슈는 무어라 언성을 높였지만, 주문한 2인분의 런치에 크로와상이 들어와 있으니 아마도 곧 분노를 가라앉히리라.

"2주일이나 나오질 않아서 무슨 일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했지만…… 그런 거였나, 너."

"그러니까, 그게 대체 뭐냐고 묻지 않아!"

슈가 어째서 그렇게나 흥분하는 것인지 쿠로로서는 알 길이 없다. 하지만 소꿉친구로서 오래 사귀어 온 상대인 만큼 다루는 법은 파악하고 있다. 런치에 따라온 생햄 샐러드의 햄을 씹으며 슈의 말을 반쯤 들어넘긴다. 생햄 샐러드는 유메노사키에서도 절품이라고 불릴 정도로 맛있었지만, 햄이 너무 얇은 탓에 고기를 먹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를 않아서 쿠로는 적당히 런치를 고른 것을 후회하고 있었다. 쿠로의 모습을 보고이야기를 흘려듣고 있다는 것을 눈치챈 슈는 소리를 한층 높여 옛 별명으로 쿠로를 불렀다. 과연 그 목소리는 머리에 울려서, 쿠로는 귀를 막으며 포크를 내려놓고 입을 열었다.

"일부 사람들에게 발병하는, 사랑을 하면 생기는 병이야. 악화되면 돌……주얼을 토하는. 넌 아마 그걸 테지. 지금 유메노사키에서 유행하고 있으니까."

"이 내가 그런 괴상한 병에 걸릴 리가 있겠나, 바보같군."

넌센스라며 슈는 기막혀했지만 쿠로로서는 다른 가능성이 떠오르질 않는다. 노란색 사탕 덩어리와 같은 것을 입으로부터 내놓고 마는 병이 그 이외에도 있다는 말인가, 의료에도 기괴현상에도 정통하다고는 할 수 없는 쿠로는 두 손을 드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말이다, 실제로 그런 병……이라고 해도 좋을지는 모르겠지만, 그런 현상은 존재한다고. 너만은 절대 아니라니, 그럴 리가 있겠냐."

"흥. 어차피 소문이나 그런 거겠지. 신빙성이 있을 리 없어."

이 녀석은 정말로 완고하다는 단어가 그대로 인간이 되기라도 한 듯한 남자였다. 쿠로는 숨을 토한다. 신경이 얼마나 예민해졌는지 그 행위에까지 이러니 저러니 떠들어댈 정도니 지치지도 않는다고 감탄하는 수밖에 없다.

"확실히 내가 직접 본 적은 없지만, 반에 있단 말이다. 돌을 토하는 병에 걸렸다고 공언하는 녀석이 말이야."

쿠로의 말에 슈는 겨우 이 병이 현실의 일이라는 것을 인식했다. 그리고 쿠로와 같은 반이라는 말에 가장 먼저 머리에 떠오른 것은 그 누구보다 사랑스럽고 귀여운 슈의 최고 걸작이었다.

"뭐라고…… 설마, 니토는 아니겠지!"

"니토? 아니, 그 녀석 관련해서 그런 이야기는 들은 적 없는데."

"그럼 되었다만."

"너 말이다…… 아니, 그보다 니토는 아니지만 너와 관계 있는 녀석이야."

"흥, 니토가 그런 이상한 병에 걸리지 않았다면 어찌되든 상관 없단 말이다."

코웃음치는 슈를 보며 쿠로는 무심코 한숨을 흘렸다. 슈의 니토 지상주의도 도가 지나치면 다른 사람의 오해를 살 수 있으니 적당히 해 줬으면 싶기는 하지만, 아마도 그런 소릴 해 봤자 이해하지 못하겠지.

진지하게 이야기를 듣지 않는 슈에게 지친 나머지 쿠로는 다시 한 번 크게 숨을 토했다.

"그렇게 말한 건 히비키다. 그 녀석, 타학과 녀석들이 잔뜩 있는 앞에서 돌을 토해내 버렸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겠지. 한때 소문이 돌았다고, 기인 정도 되는 아이돌이 사랑에 애타다 못해 이상한 병에 걸리고 말았다면서."

"이러니까 사랑이란 한없이 어리석은 짓이란 거다."

슈는 친우를 떠올리며 분한 눈빛으로 말을 토했다.

사랑 따위, 다른 누군가에게 휘둘려 자신을 유지하지 못하게 되는 불완전하고 불쌍한 감정일 뿐이다. 무방비하게 드러난 벌거벗은 감정이기에 간단히 타인에 의해 상처입고 만다. 슈가 아는 친우는 그런 것에 휘둘리지 않는 완벽한 어릿광대였건만, 사랑이 벗을 멀어지게 만든다.

와타루를 깔보는 듯한 표정을 한 주제에 동정과 배려의 빛이 목소리로부터 비치는 것을, 슈는 눈치채지 못한다. 솔직해질 줄 모르는 소꿉친구에게 쿠로는 쓴웃음을 지었다.

"걱정이 되거든 만나러 가 주라고. 그보다, 히비키의 일이라면 지금은 됐어. 네 이야기니까. 너 외에도 우리 학과에 돌을 토하는 녀석이 있으니 말도 안 되는 소리는 아니잖아."

"큭……마, 만에 하나 내가 그렇다고 치자, 어떻게 해야 낫는 거냐, 이 병은."

"상대가 그걸 삼키면 된다고 들었지만…… 너, 좋아하는 상대가 누구야?"

"간단히 가르쳐 줄 리가 없잖나?! 게다가 나는 사랑따위 한 적 없어!"

"이래서야 원점으로 돌아올 뿐이잖냐…… 뭐, 네 성격을 생각하면 그렇게 간단히 말해줄 리가 없지, 생각해 주지 못해 미안했다. 일단 히비키나 양호 선생과 상담해 봐. 뭔가 곤란한 일이 생기면 나도 힘이 돼 줄 테니까."

그러니까 나는 사랑따위에 빠진 게 아니라며 크로와상을 베어무는 슈의 모습에 쿠로는 이제 몇번째인지 모를 한숨을 흘렸다. 슈의 손이 쿠로의 크로와상으로 향하는 것을 발견하고서, 이 이야기는 끝이라고 말하는 것과 동시에 슈의 손등을 꼬집는다. 폭력이라고라도 말하고 싶은 듯 쿠로를 노려본 슈의 눈에는 희미한 주저의 색이 흔들리고 있었다.



오늘은 연극부가 활동하지 않는 날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슈는 연극부 부실 앞에 섰다. 빛이 새어나오는 것을 보고 목적한 인물의 존재를 확인했다.

"실례한다, 와타루는 있나."

들어서자마자 소파에 앉은 와타루가 눈에 들어온다. 앉은 채 대본을 읽고 있일 뿐인데도 느껴지는 우아함에 슈는 조용히 감탄했다. 입을 다물고 있으면 수많은 미술품들 사이에 섞여 미술관에 전시되어 있어도 손색이 없을 미장부인데 아깝다는 생각까지 든다.

와타루는 슈의 방문을 눈치채자 연기라도 하는 듯, 독특한 느릿느릿한 말투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방금 전까지 넋을 놓고 있었던 만큼, 그 반동으로 무심코 얼굴을 찌푸리고 만다.

"이거야, 제가 부르는 일은 있을지 몰라도 당신이 직접 제 성을 찾아올 줄이야…… 별 일이 다 있군요. 그럼, 용건은 무엇일까요? 아아, 아무 용건 없이 찾아오신 거라 해도 좋습니다. 그렇담 그런 대로 친우와 티 파티를 즐길 뿐이죠!"

"아아 정말이지, 소란스럽다! 제대로 볼 일이 있어 온 거니 그 다과회 도구는 집어 넣도록 해!"

슈가 언성을 높이자 와타루는 익숙하다는 듯 어디서 꺼낸 것인지 모를 티 팟이며 테이블을 서둘러 정리했다. 대강 정리가 끝난 와타루가 다시 소파에 몸을 맡기고서 또 한 번 묻는다.

"그래서, 슈가 제게 무슨 용건입니까? 그다지 즐거운 이야기는 아닐 것 같은데요."

꿰뚫어 보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무심코 말을 삼켰다. 윽, 하고 한 번 신음하고서, 포기한 듯 숨을 토한다.

"아아, 즐거운가 즐겁지 않은가, 어느쪽인가 하면 즐겁지 않은 이야기일 테지. 네가, 돌을 토하는 병에 걸렸다는 말을 듣고 찾아와 본 것 뿐이다."

슈의 말에 와타루는 눈을 동그랗게 떠 보인다. 그런가 싶었더니 부드러운 미소를 떠올리는 모습에, 이번에는 슈가 놀랄 차례였다. 슈가 아는 이 친우는 이런 식으로 부드럽게 웃는, 온도를 지닌 인간이 아니었다.

"놀랐습니다. 아니, 당신은 학교를 자주 쉬시니 제 추태를 모르는 것도 당연하겠죠. 게다가, 당신이 절 걱정해서 찾아와 주신 데에도 놀랐습니다."

"흥, 걱정 따위는 하지 않았어. 넌 뻔뻔한 녀석이니까. 그렇게 간단히 꺾일 리 없잖아?"

"그렇군요-…… 그래서, 알고 싶으신 건 뭐죠?"

얼굴은 웃고 있는데도 슈를 꿰뚫어보는 눈동자에 장난을 치는 기색은 없었다. 사실을 말하자면 와타루에게 이야기를 꺼낼지 어떨지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망설이고 있었지만, 여기까지 와 버린 이상은 역시 슬슬 각오를 다져야 할 테다. 쥐어짜듯 꺼낸 목소리는, 조금 갈라지고 말았다.

"……그 병은, 어떻게 해야 낫지?"

와타루는 슈의 질문에 호오, 하고 숨을 흘렸다. 바라보는 슈는 의지하는 듯한 눈을 하고 있었기에 와타루도 진지하게 대답하려 한다.

"마음에 둔 상대가, 자신의 연심의 결정인 주얼을 삼키면 됩니다."

"그건 알고 있다. 그게 아니라, 달리 방법은 없나? 상대가 삼키지 않으면 평생 주얼을 토하는 수밖에 없는 건가?"

"그렇군요. 삼키면 낫는다고 하는 것 역시 다른 누군가의 경험담에 불과하니…… 사실은 다른 방법이 있는지도 모릅니다만, 저는 모르겠네요."

"그런가."

현 상황을 고칠 방법이 그 뿐이라는 것은 슈에게 있어 제법 큰 타격이었다. 슈의 성격을 생각하면 입이 찢어져도 다른 이에게 자신이 토해낸 것을 먹어 달라는 소리 따위는 못 할 테지.

"하나 더, 고치지 않으면 평생 주얼을 토하며 살아가는 수밖에 없는가, 하는 질문 말입니다만……"

"뭐냐."

"그러는 수밖에 없겠죠."

와타루는 말했다.

이것은 유일하게 완치된 환자의 '상대'이자 와타루의 지인로부터 들은 이야기이지만, 환자는 본디 돌을 토하는 병의 발병률이 높은 핏줄의 인간으로서 그의 모친 역시도 같은 병을 앓았다고 한다. 그의 모친은 환자의 부친, 즉 자신의 배우자와 맺어진 뒤에도 병이 멎지 않았다. 그리고 어떤 계기로 거리감이 생겼고, 그 스트레스로 돌을 눌러삼키기 시작하게 되었다. 그러자 그녀는 죽고 말았다는 것이다. 적절한 처치를 통해 완치시키지 않으면 틀림없이 죽을 때까지 주얼을 토하게 되리라. 마음에 둔 상대가 바뀐다 해도 마찬가지이다. 그리고 가장 큰 금기는 아마도, 스스로 주얼을 삼키는 것이리라고.

"그러니 슈, 당신도 같은 전철을 밟지 않도록 부탁드립니다. 이 나이에 친우를 잃고 싶지는 않으니까요."

단숨에 말을 끝내버리는 와타루에게 대꾸할 말이 떠오르질 않았다. 잠시 아연한 슈였으나, 정신을 차리는 것과 동시에 격앙해 외친다.

"내가 그 병에 걸렸다고는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어라,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그런 것으로 해 두지요. 대체 누구를 위해 물어보러 오신 것인지는 묻지 않을 테니, 부디 그 사람에게 안부를 전해주시길."

"흥. ……너는, 정말로 변해버렸군,"

"그렇습니까? 저는 변함없는 어릿광대입니다만…… 아아, 물론 머릿속의 소재거리라면 여러모로 늘었답니다!"

"그런 소리가 아니란 말이다. 너는 훨씬, 적절한 표현은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그래, 차가웠지 않나."

한 때, 몇 겹이고 가면을 뒤집어 쓴 듯한 와타루의 모습은 사람이라기보다는 슈가 사랑하는 인형에 가까웠다.

"너를 이렇게까지 바꾸어 놓다니, 네가 사랑했다는 인물은 제법 대단한 인간일 테지."

와타루 쪽을 바라보자, 백은빛 머리카락을 늘어뜨리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늘어뜨린 그 백은으로부터 후후, 하는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의아하게 여기고 얼굴을 들여다보려 하자 갑작스레 와타루는 고개를 들었다. 우왓, 하고 무심코 소리를 높이고 만다. 슈의 반응은 신경쓰지 않고서 와타루는 슈의 눈동자를 꿰뚫어보기라도 하듯 바라보았다. 그 보랏빛은 와타루의 연정을 녹인 듯한 달콤한 빛을 품고 있어서,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갑갑해진다. 견디지 못한 슈는 시선을 피하고 만다.

"그저 대단한 인간이기만 했더라면 저도 이렇게까지 괴롭지는 않았을 테지요. 뭐, 그런 인간을 제가 좋아하게 될 리도 없겠지만요…… 좋아하게 된 계기나 이유는 있을 텐데도, 그게 이해는 되는데도 납득이 되지를 않기에 좋아하는 겁니다."

"이해는 되는데도,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예에. 계기가 있기에 저는 그 아이를 사랑하게 되었을 텐데도, 아직껏 이해하지 못할 부분도 틀림없이 존재한답니다. 어째서 그 아이였어야 했을까, 하고. 그의 무른 부분도, 약한 부분도, 알고는 있습니다. 좋아할 수 없는 부분 역시도 분명히 있어요. 제 사랑에 어울리는 다른 사람이 있으리라고, 다른 이가 그보다 뛰어나다고, 그렇게 생각할 때도 적잖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그 아이가 좋으니 이 감정을 사랑이라 부르는 것일 테죠."

슈에게는, 먼 곳으로 감정을 향하는 친우가 마치 다른 인간처럼 보였다. 슈는 와타루가 주얼을 토할 정도로 연모하는 상대가 누구인지는 몰랐지만 과거의 와타루를 돌려주었으면 하는 마음도 어느정도 움트고 만다.

"너는 조금 더, 완벽한 사고에 마음을 둔 인간이었다고 생각한다만."

"저 자신에 대해서라면, 저는 변함없는 완벽주의자랍니다. 타인에게 강요하는 것은 삼가기로 했지만요. 그런 짓을 했다가 그 아이가 도망치는 건 이제 사양입니다. 그 아이는 평범하니까요."

"평범……"

납득이 가지 않는다는 듯 눈썹을 찌푸린다.

냉정하게 가면을 둘러치고서 보다 높은 경지를 추구하다 못해 부서지려 하던 와타루의 상대가 '평범'이라니, 슈로서는 믿을 수가 없다. 슈의 표정에서 그 마음을 읽어낸 듯, 와타루는 한 번 더 소리를 높여 웃으며 중얼거렸다.

"평범하다구요. 평범한, 저만의 사랑스러운 아이랍니다."

달콤한 말에 가슴이 답답해 오는 것을 참지 못하고 슈는 와타루를 노려보는 수밖에 없었다.




슈는 쿠로 이외의 그 누구에게도 이 기괴한 상황에 대해 이야기할 생각이 없다. 애초에 돌을 토하는 병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더라면 쿠로에게도 이야기하지 않았으리라. 설령 친우인 와타루가 같은 상황에서 같은 병을 경험한 선배라고 해도, 양호 선생인 사가미가 이미 몇 명이나 되는 환자를 진료한 적이 있다 해도, 슈가 스스로 타인에게 이 일을 입에 담을 일은 없다. 와타루는 어느 정도 눈치챘을 테지만.

자신이 그런 것에게 사랑에 빠져 괴물같은 행위를 강요하려 하고 있다니, 이련 현실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 무심코 연심을 품고 만 아이의 얼굴을 떠올리고는 초조함에 가슴이 죄어든다. 그 탓에 매일 가슴이 아파올 때마다 억지로 주얼을 토해내는 작업을 거치는 것이다. 원하지 않았던 사랑에 초조해서, 사랑을 자각하도록 강요당해서, 연심에 반응해 보석을 토해내고, 지금의 이 상황에 울컥한다. 악순환이다. 그리고 슈에게는 이 악순환으로부터 벗어날 방도가 없다.

와타루를 방문한 지 벌써 며칠이나 지났는데도 아무런 해결책도 찾아내지 못했다. 슈는 자신의 상황을 누구에게 털어놓지도 못한 채로, 사면초가에 처해 있었다.

"스승님, 와그라노?"

옛 의상을 수선하고 있던 슈의 손이 멈춘 것을 의아하게 여긴 것인지 미카가 말을 걸어온다. 방과후의 수예부실엔 방문자는 없다. 언제나와 마찬가지로 두 사람만의 공간이 형성되어 있었다.

미카의 목소리에 정신을 차린다.

동시에 이마에 와닿는 온기를 느꼈다. 의식을 시야에 집중하자, 응응, 하고 중얼거리며 슈의 이마와 자신의 이마에 손바닥을 누르는 미카가 보였다. 딱히 열은 없구마, 하는 목소리에 슈는 겨우 이 상황을 이해했다. 미카의 얼굴이 상상 이상으로 가까운 곳에 있기에 심장이 크게 튀어오른다. 갑작스럽게 가까워진 끝에 집중하지 못한다는 것까지 지적당해서, 슈는 반사적으로 울컥해 미카에게 차갑게 대하고 만다.

"아무것도 아니란 말이다!"

"우왓, 미안타…… 캐도 스승님, 요새 자꾸 멍하니 있어갖고 걱정이데이."

"괘, 괜찮다. 네가 신경쓸 일이 아니야. 그보다, 자신의 작업 진척을 신경쓰는 편이 좋을 텐데."

"맞다, 그랬제. 쫌만 더하믄 완성이니깐, 나중에 스승님이 봐 줬음 허는디……"

"……완성되면 가지고 오도록."

슈의 대답을 마지막으로 대화가 끊어지고, 각자의 작업에 몰두한다.

슈는 옆에 자리한 미카에게 들키지 않도록 작게 기침했다. 목을 톡톡 두드리고, 고개를 숙이나 싶더니 소리를 내며 자리에서 일어선다.

"스승님?"

"……화장실에 가는 것 뿐이다."

"있제, 얼굴색도 안 좋은디 역시 어디 안 좋은 거 아이가……?"

"괜찮다고 하잖나."

미카의 걱정을 떨쳐내고서 슈는 부실을 나선다. 잠시 멈추어 크게 숨을 들이쉬나 싶자마자 다음 순간에는 입을 틀어막고 화장실로 달려들어간다. 칸에 들어서 난폭하게 문을 잠근다. 문에 등을 대고 주르르 자리에서 무너졌다.

"제길, 카게히라 녀석."

하아, 하고 숨이 샌다. 고개를 숙이고 오른손으로 목을 죄자 이물질이 밀려나왔다. 압박당하는 고통에 시야에 물기가 어린다. 단속적으로 짧은 숨을 토하며 고통을 버티려 노력한다. 혀를 낮추고 목 안쪽을 확장하자 투둑, 하고 주얼이 흘러나온다. 그것들은 슈의 무릎에 굴러떨어진다. 바닥에 넘친 몇개인가의 주얼을 어떻게든 수습해 손바닥에 모았다.

슈가 떨구는 것은 반드시 각이 둥근 사각형의 주얼이다. 그것도, 노란색과 푸른색. 정확히는, 평소에는 노란색을 많이 쏟아내지만 그 안에 가끔 푸른색이 섞여드는 것이다. 쿠로가 본 것은 노란색 뿐이었다. 눈치가 빠른 쿠로이니 파란색을 보면 금방 슈가 마음을 둔 상대를 알아차리고 말 것이다. 주얼의 색과 사랑하는 사람의 관련성따위 슈는 모른다. 그래도, 이 색들은 너무나도 그 아이의 눈동자를 떠올리게 만들고 만다. 자각하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마음에 둔 것은 카게히라 미카라는 것을.


부활동도 함께, 유닛도 함께, 심지어는 돌아갈 장소도 같은 상대이다. 평범하게 다른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었을 경우와 비교하면 압도적으로 긴 시간을 곁에서 보내게 된다. 떨어져 있는 것은 말 그대로 수업중, 혹은 미카의 교내 아르바이트 시간 정도가 전부였다. 그렇기에 악순환으로부터는 벗어날 수가 없다.

방금 전만 해도 고작 신경을 써 준 것에 일일이 반응해 버렸다. 피부가 닿고 온기를 느낀 순간 얼굴에 열이 몰리고 체온이 오르는 것을 알았다. 통각이 둔한 것과 마찬가지로 온 몸의 감각이 둔한 미카가 온도를 느끼는 감각 역시도 둔한 것이 그나마 다행이었다. 체온의 고저를 제대로 실감하지도 못하는 주제에 슈를 걱정해 열을 재려던 모습이 사랑스러워 견딜 수가 없었다. 자신을 향하는 미카의 호의란 어미새를 따르는 새끼새의 감정과 별다를 것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 그런데도 일일이 반응해버리는 자신이 싫어서, 슈는 고개를 숙였다.

그렇게 미카의 일거수 일투족을 떠올릴 때마다 연심이 날뛰고 강렬한 토기에 휩싸인다.

다시 치밀어오른 토기에 입을 크게 벌리고 손가락을 밀어넣는다. 괴로운 듯한, 갈라진 목소리를 흘리며 주얼을 토해낼 때마다, 슈는 자신이 더럽게만 느껴져 비참한 기분에 잠긴다. 무릎에 흘러떨어진 주얼을 주우며 아연해지고 만다.

갑작스레 문이 큰 소리를 내며 흔들린다. 슈는 반사적으로 등을 움찔했다.

"스승님, 여 있제? 와 이래 사람도 안 다니는 화장실에…… 역시 몸 안 좋은거 아이가!"

미카였다.

"스승님! 와카노, 와그라는데 스승님!"

문 건너편에서 들려오는 초조한 미카의 목소리가 슈의 머릿속에서 쾅쾅 울려퍼지며 멈출 줄을 모른다. 한마디라도 말을 건네면 상대는 진정할 것이다. 그런 것은 충분히 알고 있다. 그런데도 목에서 치밀어오르는 귀찮은 연심이 방해가 되어 목소리를 낼 수가 없다. 나를 내버려 두라고 말하고 싶어서 두 번, 문을 두드렸지만 오히려 반응이 돌아왔다는 것에 한층 흥분한 듯 높아지는 미카의 목소리에 대처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슈 본인의 목소리가 들리지 않는데 문만을 두드린 것을 '여기서 꺼내 달라'거나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 정도의 비상사태'라고 인식한 것이 아닐까. 미카의 혼란스러운 머리로는 슈의 의도를 이해하는 것조차 불가능했던 것이다.

한 번 더 삼켜버릴까, 하고 목에 힘을 넣었다.

주얼을 토해내지 않고 계속해서 삼키는 것은 죽음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 이 상황에서 주얼을 토해냈다간 십중팔구 미카에게 들키고 말리라. 그것만은 반드시 피해야만 했다. 캥캥 난리를 피우는 미카는 귀찮고, 병에 대해 알게 되면 지나치게 걱정할 미카가 성가셨고, 자신이 사랑을 하고 있다는 것을 미카에게 들키는 것은 참을 수 없이 부끄러웠다. 슈의 인격을 둘러싼 프라이드라는 벽은 결코 미카에게 약점을 드러내는 것을 허락하지 않는다.

목에 힘을 넣고 치미는 주얼을 억누른다. 코로 크게 숨을 들이쉬고 해방되길 바라는 주얼들을 목 안 깊은 곳으로 되돌린다. 자신의 목이 위아래로 울컥하는 것이 리얼하게 전해져 왔다.

한 번 삼키고 나면 더이상 망설일 것도 없다. 무릎 위에 하릴없이 늘어서 있던 주얼을 긁어모아 입에 담는다. 한꺼번에 서둘러 밀어넣은 탓에 목이 메자, 문 건너편의 미카의 목소리가 한층 커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미카를 자신의 목소리로 달래기 위해서라도 지금 토해낸 주얼을 삼켜서 처리해야만 한다, 그 생각에만 사로잡혀 있다. 거의 대부분을 삼키고서야 겨우 미카에게 대꾸하는 데 성공한다.

"이제 괜찮다, 너는 부실로 돌아가서 기다리도록."

돌아온 슈의 대답에 안심한 듯 미카의 한숨소리가 들린다. 정말로 괘안나, 하는 질문에 정말로 괜찮다, 라고 대꾸한다.

"진정되믄, 돌아온나. 걱정인께 오늘은 고마 돌아가제이."

부실을 정리하고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문 앞에서 미카의 기척은 사라졌다. 슈는 양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고개를 젖혔다. 스스로 제 연심을 삼키는 우스꽝스러움이 견딜 수가 없었다.










제 주얼을 삼키는 슈의 버릇은 나을 줄을 몰랐다.

낫기는 커녕 날이 갈수록 치밀어오르는 주얼의 수가 늘어가는 탓에, 눌러삼키는 양도 늘었다. 즉, 슈의 병은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동시에 목이 아파오기 시작했다. 경도가 있는 고형물을 억지로 몇 번이고 집어삼키면 목에 지장이 오리라는 것 정도는 평소의 슈라면 간단히 상상할 수 있었을 텐데도, 연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지금의 상태로는 그마저도 한없이 어려웠다.

등교하게 되었음에도 종종 기침을 하는 모습을 보이는 슈에게 동급생은 미덥잖은 시선을 숨기지 않는다. 극히 가끔, 사람 좋은 녀석들이 걱정스러운 듯 말을 걸어오기도 하지만 본래 사람을 가리는 성격인데다 몇 번이고 결석을 반복해 온 슈로서는 제대로 커뮤니케이션을 취할 수가 없었다. 애초에 무슨 벌칙게임도 아닐 텐데 슈의 지인들은 모조리 교실이 떨어져 있었다. 반이라곤 둘 뿐인데 이게 어찌 된 일인지 모르겠다며, 클래스메이트와의 교류를 강요당할 때마다 슈는 괴로워하고 있었다.

창 밖, 어딘가의 반이 체육 수업을 하는 모습을 턱을 괴고서 바라본다. 그게 대체 몇 학년, 어느 반인지도 모르고, 아는 사람이 있는 것 같지도 않으니 구경해봐야 즐거울 리도 없는데, 오직 시선을 향할 곳을 확보하기 위하여 슈는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츠키 군!"

갑작스러운 큰 소리에 흐려져 있던 사고가 깨어난다. 팟, 하고 고개를 들자 눈썹을 치켜올린 교사와 이상한 것을 보는 듯한 클래스메이트들의 시선이 슈에게 모인다. 수업중이라는 것을 떠올린 슈는 고통섞인 기침을 했다. 교사의 한숨소리가 들린다.

"겨우 현실로 돌아온 것 같군요…… 교과서 75페이지를 읽어보세요."

어쩔 수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교과서를 손에 든다. 점심시간까지는 앞으로 5분도 남지 않은 듯하다. 귀찮은 짓을 시키는군,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지시받은 부분을 찾아 읽으려 한다.

부자연스러운 침묵이 교실을 감쌌다.

괜찮아요? 라고, 교사가 묻는다.

괜찮을 리 있나, 하고 마음 속에서 욕을 퍼부었다.

목소리가 나오질 않았다. 읽으려 하던 슈의 목은 소리를 내지 않은 채 아무 의미 없는 공기만이 밖으로 밀려나왔다.

뻐끔뻐끔 입을 움직여도 상황은 변하지 않았다. 무심코 두 손을 목에 가져간다. 교과서가 털썩, 하고 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것과 함께 교실이 술렁이기 시작했다. 이런 식으로 남들 앞에서 주목을 받는 것은 슈에게 있어 편치 않은 일이었다. 위에 고통이 달리는 순간, 호응하듯 수업 종료를 알리는 종이 울려퍼졌다. 교사의 수업종료 신호와 함께 슈는 도망치듯 교실을 뛰쳐나갔다.




"묘하군."

슈에게는 더이상 자신의 병에 대해 형편을 가릴 여유가 없었다. 양호실에 달려들어가 양호 선생에게 덤벼들다시피, 나오지 않는 목소리를 쥐어짜 소리쳤다. 어떻게 해야 하느냐, 고.

갑자기 나타난 슈에게 얼이 빠진 듯한 사가미는 필사적으로 무언가를 외치려 하는데도 소리가 되질 않는 마음을 알아차렸는지 앉기를 권했다.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우선 목의 상태를 보자며 진찰을 시작한다. 일단 슈의 목을 확인한 사가미는 곤란하다는 듯 머리를 긁적였다. 묘하다, 는 소리를 들은 슈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대신 표정으로 무슨 소리냐고 물었다.

"히비키로부터 네가 주얼을 토하는 병에 걸렸다는 건 넌지시 들었다만,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그 탓이라고 생각했거든. 하지만 네 목을 진찰한 바로는 그럴듯한 붓기는 없어. 이츠키, 토해내는 주얼은 수리검같은 모양을 하고 있더냐?"

짐작가는 바는 없었다. 슈가 토해내는 주얼은 중간 정도 크기의, 각이 둥근 긴 사각형이었다. 자신이 토해낸 것 이외의 주얼을 본 일이 없으니 오히려 다른 모양도 있었던가 하는 경악이 있었다. 고개를 저어 자신의 뜻을 전하자 사가미는 한층 더 복잡한 얼굴을 했다.

"성가신 병이군."

툭, 하고 중얼거린 말은 슈로서는 짐작가는 바가 너무 많을 정도였지만 사가미의 의도는 그와 달랐다.

"음-…… 이츠키, 소리가 나오지 않는 건 병 때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정신적인 것일 테지."

목소리가 나오지 않는 원인은 병이 아니다.

사가미의 말은 슈에게 적지않은 충격을 주었다. 자신이 원치 않는 모든 일들의 책임을 병에게, 자신의 연정에, 혹은 그 마음이 향하는 미카에게 떠맡김으로서 정신적 안정을 취하려던 의도가 있었음을 슈는 겨우 깨달았다. 그것들을 향하던 화살 끝을 잃자 자연스레 몸에서 체온이 사라져가는 것만 같았다. 손 끝이 차다. 전신에서 핏기가 사라져 간다.

슈의 상태를 본 사가미는 허둥지둥 손을 저었다. 슈의 상태는 그만큼이나 불안정했다.

"이츠키, 아니다. 돌을 토하는 병에 걸려 이물질을 토해내거나, 억지로라도 자신의 감정과 마주해야만 하는 상황을 겪거나, 그런 것들이 연속됨으로서 마음에 부담이 생긴 것이라고 말하려던 것 뿐이야."

그러니까 진정해라, 라며 등을 쓸어내린다. 평소라면 다른 사람이 달래려 드는 것 따위 단호히 거절했을 슈였지만 지금은 이의를 제기할 여유조차 없다.

"병에 걸린 다른 녀석들 중엔 커다란, 각이 진 주얼을 토해낸 끝에 목이 상한 녀석이 있거든. 처음엔 이츠키의 목도 그런 거라고 생각해서 물어본 거다. 오해하게 해서 미안하구나."

점차 평정이 돌아온다. 타인의 체온에 안심한 것일까, 굳어 있던 목에서 힘이 빠지기 시작한 것 같았다. 갈라지기는 했지만, 슈의 목에서 힘없이 목소리의 편린이 흘러나온다.

"이야기는 다음에 들을 테니 오늘은 그만 쉬어라. 분명 후배와 동거하고 있었지…… 수업이 끝나면 여기에 들르라고 할 테니 오후에는 자고 있어도 좋아. 쉬는 편이 진정될 테고."

사가미가 말하는 후배가 미카라는 것을 떠올리고서 반사적으로 지금은 만나고 싶지 않다고 생각해 버렸다. 사가미는 슈가 마음에 둔 상대를 모른다. 혹시 사가미가 미카를 불러온다면 분명 다시 목소리가 나오지 않을 것임이 틀림없다. 어쩌면 목소리 이외에도 이상한 부분이 발견될지도 모른다. 미카에게 걱정을 끼치는 것은 사양이었다. 최악의 경우 슈의 현 상태를 들키게 될지도 모른다.

침대를 정리하려고 자리를 뜬 사가미에게 손을 뻗어도 닿지 않는다. 초조한 탓에 머리가 돌아가지를 않았다. 미카를 양호실로부터 떼어놓아야만 한다고, 그 생각만이 머리를 지배한다.

갑작스레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단숨에 정신이 든다. 누가 온 것인지는 모르지만 얼굴을 보이기 싫다는 생각에 무심코 얼굴을 감추었다. 약해진 자신을 들키고 싶지 않았다. 고개를 숙이고 손으로 얼굴을 감싼다.

"뭐 하는 거냐, 너."

어느 새인가 곁으로 다가온 방문자는 노골적으로 고개를 숙인 슈의 얼굴을 들여다본다. 거슬린 나머지 무심코 돌아보자, 그 곳에 있는 것은 쿠로였다. 어째서 이 곳에 쿠로가 있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아 겨우 돌아온 서투른 목소리로 물었다.

"너야말로, 어째서, 여기에."

"난 네 짐을 가져온 거라고. 아까 하스미로부터 네 상태가 좋지 않아서 양호실에 갔다는 소릴 들었으니까. 이야길 들어보자니 이거야, 오늘은 수업을 더 못 듣겠구나 싶어서 다 가져와 줬다."

참으로 눈치가 빠른 소꿉친구가 아닐 수 없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싶은 마음은 태산같았지만 타고난 성질과 극한까지 혹사당한 신경 탓에 그리 말하는 것조차 힘들었다.

"너, 또 혼자 고민하고 있는 거 아니냐. 주얼을 토한다는 그거, 아직 안 나은 거였어?"

쿠로의 말에 움찔, 등이 떨렸다. 이 소꿉친구의 설교는 이전부터 불편했다.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알기에 이기적으로 굴 수도 없는데, 담담히 늘어놓는 정론으로 공격당하니 싫은 것이다.

"뭐냐 키류. 너, 이츠키의 상황을 알고 있는 거냐."

"하아, 일단은……"

"그럼 잠시 상대를 해 줘. 이런 건 의외로 남에게 털어놓으면 편해지지만, 이츠키 같은 녀석은 잘 아는 사람 상대가 좋을 테지."

움찔, 하고 입가가 경련했다. 머뭇머뭇 쿠로 쪽을 향하자 의기양양해보이는 미소를 띠고 있었다. 나쁜 예감밖에는 들지가 않는다.

"뭐든 들어줄 테니 있는 대로 토해내라고."




"그래서, 상대는 누구야."

"……말하고 싶지 않아."

"말하고 싶지 않아, 가 아니지. 이 이상 질질 끌다간 이번에는 쓰러질지도 모른다고. 안 그래도 너는 남들보다 섬세하잖아."

"너는 정말 나에게 실례되는 소리만 하는군."

"너야말로, 얼른 살기 괴로운 네 성격을 받아들이라고."

원래가 신경질적인 성격이 이 성가시기 그지없는 병을 악화시키고 있는 원인 중 하나라는 것 쯤, 슈 본인도 자신의 몸으로 경험해 알고 있었다. 타인과 어울리기 힘들고, 사소한 것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그런 주제에 남들의 배는 자아가 강하다. 쿠로의 걱정은 타당하다. 슈의 경우엔 비뚤어진 성격도 더해 한층 성질이 나쁘다.

"들어봐라, 이츠키. 굳이 마음이 통할 필요는 없어. 최악의 경우 속여서든 어떻게든 삼키게만 하면 돼. 다소 고식책을 사용한대도 네가 쓰러지는 것보단 낫잖아."

"……내 마음이 그 아이에게 조금이라도 새어나간다니, 견딜 수 있을 리가 없지 않나."

끊어질 듯 가느다란 목소리로 본심을 흘린다.

사람을 잘 따르는 까마귀를 눈꺼풀 뒤에 떠올리며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래서 고칠 수가 없다는 거냐? 웃기지 마."

갑작스레 머리를 붙잡혀 끌려올라간다. 쿠로의 짓이라는 것은 알았지만 왜 갑자기 이런 짓을 당하는 것인지는 알 수가 없다. 빙글빙글 돌아가는 시야에 멀미라도 날 것만 같은 가운데 쿠로의 목소리가 내려온다.

"아무데도 못 쓸 그딴 프라이드 따윈 당장 갖다 버려."

"뭐라…"

"소극적인 네가 반했단 건 잘 아는 상대일 거 아니야. 그런 상대가 지금 네 상태를 보고 걱정하지 않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냐? 대체 뭐에 쫄아있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네 자존심이란 건 그렇게까지 해서 지킬 가치가 있는 거냐고."

걱정따윈 오래 전부터 끼치고 있다.

미카는 슈를 마치 부모처럼, 신처럼 믿고 있다. 그렇기에 그 누구보다도 빨리 슈의 이상을 깨닫는다. 그 무엇보다도 신경을 쏟는다. 슈의 상태가 무너지는 것을 마치 자신의 상처처럼 마음에 두고 앓고 만다. 그런 식으로 자신을 마음 깊이 신뢰하는 상대에게 자신의 약한 부분을 드러내는 것은 얼마나 두려운 일인가.

부족한 미카에게 걱정을 끼치는 것에 화가 나면서도, 내심으로는 귀여워하는 미카의 걱정이 근지러워서. 그런 상대이기에 더더욱 자신이 끌어안고 있는 부정한 감정 탓에 놓고 싶지는 않았다. 배신당했다고 생각한다면 괴로우리라. 그런 공포로부터 무른 마음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슈는 누구에게도 알리지 않은 채 견디는 것 외의 방법을 알 수가 없었다.

쿠로는 슈가 아무 말도 않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 것인지 푹 숙인 얼굴을 들여다본다. 그 얼굴을 본 것인지 아닌 것인지 곤란한 듯한 표정을 짓고서, 누르기 위해 머리에 올리고 있던 손으로 슈의 머리를 난폭하게 흐트러뜨렸다.

"미안하다, 아는 척 굴어서."

"뭐냐, 갑자기."

"그렇게 울 것 같은 얼굴을 하면 역시 죄책감이 들잖아."

"그런 표정 지은 적 없다."

"아니, 하고 있어. 눈썹은 축 처져서, 입술을 깨물고, 예전과 하나도 안 변했네."

이제 심한 소린 안 할 테니까 얼굴을 들라고 재촉한다. 고개를 든 슈의 표정은 그야말로 쿠로가 말한 그대로여서, 절묘하게 죄책감을 자극한다. 그 얼굴을 보고 살짝 웃음을 흘리는 쿠로를 노려본다.

"이길 수 없군, 키류에게는."

노려보던 눈에서 힘이 빠지고 숨을 토하듯 웃었다. 어쩐 일로 솔직하게 구는 모습에 쿠로도 의외라는 듯 눈을 동그랗게 떴다.

슈는 쿠로가 가져온 자신의 짐을 가리켰다. 건네달라고 부탁하자 쿠로는 곧장 무거워 보이는 그의 짐을 넘겨준다. 아무 말 없이 바스락바스락, 짐을 뒤지는 슈의 모습을 바라보는 사이에 슈가 손에 든 것은 파우치였다. 그 파우치에 달린 화려한 핑크색 프릴에서 취향이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 만다. 여기서 쓸데없는 소리를 했다간 슈의 마음이 상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던 쿠로는 괜한 소리를 하지는 않았다.

파우치를 꺼내고 쿠로의 눈 앞에서 손을 펼쳐 보인다. 손 안의 것을 확인한 쿠로의 눈은 크게 뜨여 경악을 숨길 줄을 모른다.

"……그래서였나."

"이걸 보면 네가 그런 얼굴을 할 줄 알았다."

손 안에 놓인 것은 주머니 안에 담긴 노란색과 푸른색의 주얼들. 이전, 쿠로에게 보였던 것은 노란색 뿐이었기에 아무것도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슈와 노란색과 파란색, 이 상황에서 답은 하나뿐이었다.

"나는 카게히라와는 접점이 없으니 확실한 말은 못 하겠지만…… 모두 털어놓으면 이해해 주지 않겠어?"

"그 녀석이 내가 하는 말을 그렇게 간단히 이해할 수 있는 녀석이었다면, 나도 이렇게나 고민하진 않았을 거다! 애초에 넌 어째서 친구가 동성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아 놓고서 그렇게 멀쩡한 거냐. 난 지금 네 덕분에 제법 정신적으로 힘들다만."

"우리 학교는 거의 남고나 마찬가지니까 별로 드문 것도 아니잖아."

"너는 언동만이 아니라 사고회로까지 난폭해졌군."

쿠로를 비꼬고는 있엇지만 그러한 쿠로의 태도에 안심하는 자신이 있는 것 역시 사실이었다.

손 안에서 주얼을 굴린다. 자신의 입에서 나온 것이라는 이유만으로도 더럽게 느껴진다. 솔직히 말해 버려버리고 싶었다. 하지만 온갖 감정이 소용돌이치며 슈의 충동을 방해하는 탓에 도로 삼키거나 내버려두는 수밖에 없었다.

"이런 건 버려버리면 될 텐데, 버릴 수가 없어. 그 녀석에 대한 감정이 이룬 형태에 휘둘려서…… 우습지 않나."

슈의 표정은 야유하듯 일그러진다. 그 눈동자가 다시 한 번, 울음을 터뜨릴 듯 흔들리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쿠로는 웃을 수 있겠냐, 는 말밖에 나오지 않았다.

"어째서 내가, 주얼같은 것을 토해내는 걸까."

툭, 하고 튀어나온 말에 쿠로가 눈썹을 치켜올렸다. 아무런 의도도 없이 흘린 그 말은 틀림없는 슈의 본심이었을 테지만, 이제는 제자리뜀뛰기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질리기 시작했다는 것 역시도 진심이었다.

"너, 아직도 그런 소릴 하는 거냐? 이렇게 되어버린 이상 어쩔 수가……"

"그런 뜻이 아니야."

슈는 아름다운 것을 사랑하는 완벽주의자다. 그 대장은 적잖은 부분이 자기 자신을 향하고 있으며, 무엇보다도 자신이 이끄는 엄밀한 계획과 계산이 비틀리는 것을 용납할수도 없고, 무엇보다도 두렵게 여긴다. 슈는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을 싫어하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이 두려운 것이다. 나아가 누군가를 사랑함으로서 평정을 잃고, 자기가 취해야 할 모습을 잃게 되는 것이 두렵다. 아름다운 완전성을 잃는 것이 두렵다.

슈는 사랑을 보기 흉하다고 여기는 것이 아니라, 사랑에 흐트러져 자신을 잃는 것이 비참하다고 생각하고 만다.

"틀림없이, 카게히라가 토해냈어야 했어."

주얼을 삼키는, 그런 알기 쉬운 애정표현은 그 아이가, 애정을 받아들이는 법조차 모르는 미카가 통감해야 한다. 슈는 사랑을 모르는 것이 아니다. 아름다운 인형을 사랑한다. 완벽한 조형의 아름다움을 사랑한다. 그리고 슈에게는 키류가 있었다. 동포인 기인이 있었다. 가족이 있었다. 그들을 향한 정은 연애감정이 아니라는 것은 이해하고 있었으나, 그럼에도 사랑이다. 슈는 자신 나름대로 충분히 애정을 쏟아 왔으며 받고 있었다. 하지만 미카는 다르다.

쿠로는 얼마 되지 않는 접점 안에서 미카에 대한 기억을 끌어내려 애썼다. 쿠로의 외모에 겁을 먹었는지, 슈의 지인이자 슈의 마음을 꺾어놓은 학생회 측 유닛에 속한 쿠로에게 적대심을 가진 것인지, 미카는 쿠로에게 접근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쿠로는 슈가 흘리는 말 너머로밖에는 미카를 모른다.

"돌을 토해야 하는 건 내가 아니야. 고통을 수반해서라도, 그 아이가 사랑을 깨달아야 했어."

사고의 깊은 곳에 잠겨 감정이 향하는 대로 말을 토한다. 그것은 주얼과 함께 눌러삼켜 온 슈의 감정의 편린이자 지금까지 한결같이 숨겨 온 미카에 대한 애정의 일부였다. 결코 전할 수 있을 리 없던 마음이었다.

"그 아이가 이런 병에 걸렸더라면, 그 아이가 나에 대한 마음으로 주얼을 토했더라면, 나는 분명 눈 앞에서 그 사랑을 삼켜 줄 텐데."

머리를 감싸안고 고개를 숙인다.

잊어 줘, 그렇게 쥐어짜는 듯한 목소리를 토한다. 이런 건 내가 아니야, 이런 나답지 못한 짓, 그러니 사랑따위는 하고 싶지 않았어, 그런 비통한 절규가 들렸다.

완벽주의에 융통성이 없는 슈는 카게히라 미카를 향한 예상치 못한 애정에 고민하며 흐트러져 간다. 상상하지 못한 감정이 슈의 발을 잡아당기며 인정하고 싶지 않은 자신의 불완전함을 눈 앞에 들이댄다. 그럼에도 사랑하고 말았기에, 슈는 그 감정에 얽매여 옴짝달싹할 수 없었다.

쿠로는 더는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자신에게도 타인에게도 예민하고 섬세한 소꿉친구가, 솔직해지지 못할 뿐, 마음을 놓은 인간에게는 정이 깊은 이 소꿉친구가 어째서 이렇게나 괴로워해야만 하는지 알 수가 없었다. 참으로 살아가기 괴로운 성정이라는 말을 마음 속에 갈무리하고, 아무 말 없이 슈의 등을 쓸어주었다. 평소같았으면 쿠로의 손을 떨쳐내었을 슈가 얌전히 받아들이는 모습에 한층 안타까운 마음이 더해간다.



쿠로에게 심정을 토로함으로서 마음이 편해지기는 했지만 그것도 일시적인 일이었다. 병 자체는 낫지 않았다. 그럼에도 있는 그대로를 누군가에게 이야기하고 받아들여졌다는 것만으로 안심한다.

미카와 함께 지내는 시간은 변치 않았지만 이전보다는 정신적으로 안정된 듯했다.

하지만, 변함없이 슈의 목소리는 때때로 컨디션이 망가지곤 했다. 주얼을 토하는 것이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라니 어느정도 정신적으로 진정되면 나을 만한 일이다. 그런데도 빈번히 같은 일이 일어나면 누구나 의심스럽게 생각하리라. 그것은 미카 역시 마찬가지였다.

"있제, 스승님. 마드 누나는?"

"의상이 망가져 지금 고치는 중이다. 오늘은 일찍 쉬러 들어갔어."

"……스승님, 요새 내한테 뭐 숨기는 거 없나?"

저녁식사와 입욕을 마치고 생각으로 지새는 밤, 갑작스레 미카는 그렇게 추궁했다. 의상을 고치고 있던 슈는 그 질문에 등에 확 오한이 오르는 듯한 기분이 들었지만 어떻게든 얼굴에는 드러내지 않으려 애썼다.  시선은 손가에 둔 채였다.

"무슨 소리냐."

"그 뭔가, 요새 안절부절 못헌다구 하나, 내 몰래 뭐 하는거 있제."

"너와는 상관 없다. 전부 이야기할 의무는 없어."

"거……거는 그란데."

그렇게 말한 미카는 마치 버림받은 강아지마냥 여린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제대로 보지는 못했지만, 시야에 들어온 것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사실 슈가 그 표정에 약하다는 것을 알고서 그러는 거라면 제법 대단한 책사가 아닌가. 절묘하게 슈의 죄책감을 자극하는 얼굴이었다. 토라진 듯 입술을 비죽 내민 모습에 숨이 역류하고 목이 메인다. 함께 주얼까지 밀려오려 하는 것을 느끼고, 서둘러 가슴을 두드린다. 미카가 의아하다는 듯 슈를 바라보았지만 신경을 쓸 여유는 없었다.

"캐도 스승님, 요새 진짜루 안색이 안 좋으니께…… 내 머리도 나쁘고, 스승님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는 이해 못 헐지두 모르지만서도, 그래도 걱정이데이."

"네 앞에서 그런 내색을 한 적은 없을 텐데. 내일도 학교가 있으니 어서 자러 가라."

병 때문에 그 자리를 모면하기 위해 만드는 수밖에 없었던 감정의 방어벽이, 쿠로와 와타루 때문에 너덜너덜하게 벗겨지기 시작했다는 것은 자각하고 있다. 하지만 그만큼 미카의 앞에서는 어떻게든 의심받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해왔다고 생각한다. 미카의 앞에서 추태를 보인 것은 지금까지도 그리고 앞으로도, 처음 주얼을 집어삼켰던 그 순간 뿐이다. 고작 그 정도의 정보로 의문을 품기 시작하다니, 농담으로도 영리하다고는 하기 힘든 미카의 언동이라 보기에는 위화감이 너무 크다.

지금의 미카는 슈가 알고 있는 미카와 너무나도 달랐다.  안색이 나쁘니까, 걱정이 되니까, 그런 말로 이 이상 추궁을 당했다간 얼굴에 동요가 드러나버릴지도 모른다. 슈가 싫어하는 것은, 슈가 두려워하는 것은, 미카의 앞에서 평정을 잃는 것이었다. 미카에게 있어 완벽하지 못한 인간이 되어버리는 것이었다. 어떻게든 떨쳐내기 위해 그다지 늦은 시간도 아닌데도 자라고 재촉했다.

" ……내, 들었다. 스승님이 와 기운 없는지."

바느질을 하던 슈의 손이 멈추었다.

천천히 피부를 벗겨내는 듯한, 오싹한 공포가 슈를 지배한다. 무의식중에 손이 떨려오는 것을 온 힘을 다해 참으며 미카에게서 필사적으로 얼굴을 피한다.

"누구냐."

목소리가 조금 뒤집어진 듯한 기분이 들었다.

그런 짓을 한 건 누구냐, 는 목소리가 떨린다. 슈의 사정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상대로부터 어디까지 들었는지는 모르지만 자칫했다간 슈의 노력이 전부 쓸데없는 발악으로 변해버릴지도 모른다. 무심코 목소리에 노기가 섞이고 거칠어진다.

"대체 누가 그런 바보같은 짓을 했느냐고 묻잖나!"

"그, 그기, 빨간 머리에 키가 큰 사람…… 스승님 어릴 때부터 친구? 라는 사람이 그랬데이. '이츠키를 잘 보고 있어라' 카든데. 그거밖엔 못 들었는디, 진짜루 요새 스승님 이상허구……"

험악한 슈의 태도에 미카가 허둥지둥 입에 담은 것은 쿠로의 이름이었다. 쿠로는 예전부터 겉보기와 달리 정이 많았고, 성장한 지금 역시도 슈를 걱정하는, 그런 남자다. 이번에도 악의는 전혀 없었으리라. 그렇기는 커녕 병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은 채 그저 옆에 있어 주라고만 이야기한 것은 슈에게 있어서 구원이었다. 그만큼 배려를 아는 상대라 다행이었다고밖에는 할 수가 없다. 만에 하나라도 병에 대해서, 혹은 슈가 미카에게 연애감정을 품고 있는 것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흘렸다면, 슈는 분명 어찌할 바를 모른 나머지 쿠로를 목졸라 죽이고 자신도 재단가위로 자살해버렸음이 틀림없다. 실제로는 완력과 체격과 무술의 재능까지 지닌 쿠로에게 맞선 시점에서 반격당해 아무것도 하지 못했을 테지만.

미카도 미카다. 말하는 방식이 틀렸다. 실제로 아는 거라고는 다른 누가 봐도 알 정도로 슈의 상태가 이상하다는 것 정도이면서, 마치 다 들켰습니다, 라고 말하는 듯한 표현을 사용하니 쓸데없이 동요하게 되는 것이다.

이제 한계일지도 모른다.

미카는 쿠로의 조언도 있었기에 슈의 언동을 신경쓰고 있다. 머잖아 허술한 부분이 발견되어도 이상하지 않다. 이 병은 연심이 깊어질수록 악화된다. 하루종일 한결같이 미카의 시선을 느끼다니 제정신으로 있을 수 있을 리 없다. 언젠가 미카의 앞에서, 정말로 어디로도 도망칠 수 없는 곳에서 주얼을 떨군다면, 자신은 그 자리를 속여넘길 수 있을까.

"한 번만 말한다. 이 말이 끝나면 바로 자러 들어가, 그리고 잊어라. 알겠지?"

결심했다.

말해버리자.

간단히 이야기하고, 조금 거짓을 섞어 속여넘긴다. 간단한 일이었다.

지쳤단 말이다.

계속 감추고, 이물질을 토해내고, 자기혐오에 사로잡히고.

어차피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포기한 사랑이라면 조금이라도 편해지고 싶었다.

"나는 돌을 토하는 병에 걸렸다. 그래서 요즘 조금 상태가 좋지 않아. 앞으로 네게도 조금쯤 폐를 끼칠지도 모르겠다만, 유닛 활동은 계속할 수 있어. 그러니 신경쓰지 마라."

얼버무리다시피 빠른 말로 자아낸다. 말이 끝났을 무렵엔 조금 숨이 거칠어져 있었지만, 그보다도 미카의 반응이 신경쓰였다. 가능하다면 잘 이해가 안 된다는 얼굴이라면 좋을 텐데.

"돌을 토하는 병?"

"모를 테지. 앞으로도 몰라도 될 일이다."

"……스승님, 누구 좋아하는 사람 있나."

듣고 싶지 않았던 말에 슈의 심장이 다시 요동치기 시작했다.

돌을 토하는 병이라는 말에 좋아하는 사람이 있느냐, 니. 이 병을 아는 사람이 아니고서야 입에 담기 힘든 말이었다.

이번에야말로,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흐트러진다.

"어, 어째, 어째서."

슈가 식은땀으로 등을 적시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하는 듯한 얼굴. 미카는 답이라도 맞추어 보려는 것처럼 자신의 말을 반복하며 슈에게 들이민다.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믄 주얼 토하는거 아이가. 나루 쨩한테 들은 적 있데이."

"농담이지?"

"거짓말 아이다! 카고, 반에도 있다. 애인이 같은 병에 걸렸다 카는 아."

누구냐, 그건. 생각해 보려고 해도 교우관계가 협소한 슈가 미카의 반 사정 따위를 알고 있을 리 없다. 미카가 이 병을 알고 있다는 사실로부터 도피하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다. 편해지고 싶어서, 자신의 연애감정으로부터 도망치려 한 벌인가 싶었다. 있는 힘껏 주먹을 틀어쥔다. 몇 분 전의 자신을 저주해 버리고 싶었다. 아무리 후회해도 부족했다. 악수 중의 악수, 편해지기는 커녕 제 손으로 숨통을 끊어버린 것에 불과하지 않은가.

"근가. 스승님, 그 병이었나."

짓씹는 듯한 미카의 목소리가 괴로웠다.

어쩐 일로 영리한 미카가 정답에 도달하지 않기를 한결같이 기도했다.

"좋것네."

이어지는 미카의 말을 이해할 수가 없었다.

한결같이 입을 다물 작정이었지만 반사적으로 미카 쪽을 바라보고 소리를 높이고 말았다.

돌을 토하는 병이라니, 미친 것 같다는 소리밖에는 나오지 않는 현상에 대체 자신이 얼마나 휘둘리고 있는지, 얼마나 흐트러졌는지조차 모르는 주제에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로 그런 소릴 하다니, 슈가 좋아하는 사람은 너무나도 잔혹했다.

"무슨 소릴…… 좋을 리가 없잖나! 이런 이상한 병에 걸려서 좋은 일 따윈 하나도 없어."

"앗, 그게 아이다. 그기 아이고."

문득 눈이 마주쳤나 싶더니, 바로 시선이 비껴간다. 조금이지만 상처를 받았을지도 모르겠다.

"캐도, 그 보석 토한다 카는 거는, 스승님 좋아하는 사람 있는 거 아이가."

"……그렇게 말했잖나. 몇 번이고 말하게 하지 마라."

"미안하데이. 캐도, 그거는 누군가 스승님헌티 사랑받고 있다는 거제. 카니까, 좋것네, 싶어서."

어째서 그런 소리를 하는 것인가.

마치 그게 나였다면 좋았을 텐데, 그렇게 말하고 있는 듯한, 그런 기대를 줄 만한 소리는 하지 말아주길 바랐다.

"누구지…… 역시, 나즈나 형이가. 마드 누나? 혹시 스승님 소꿉친구라 카는 그 크다난 사람?"

생각하는 사이에 무언가 즐거워지기라도 했는지, 미카는 화제를 바꾸려 하지도 않는다. 미카가 이야기를 돌리지 않는 이상, 단죄를 기다리는 슈의 심정은 사라지질 않는다.

슈가 마음에 둔 사람이란 누구인가, 미카가 올리는 후보 중에는 그 자신의 이름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쯤 되면 후보라는 것이 남성에 인형 뿐이라는 건 어찌되든 좋았다. 교우관계를 생각하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도 어째서, 당연하다는 듯 미카 자신은 대상에서 빠지는 것인가. 미카의 안에서 슈가 그런 대상이 아니기에, 슈 역시도 자신을 그렇게 생각하리라는 가능성을 배제하는 것인가.

참지 못하고 슈가 묻는다.

"너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 거냐."

"내? 아이다, 말도 안된다! 내는 결함품이고, 애초에 누구가 좋아해 준 적도 읎는디."

입을 다물지 못하겠다는 건 이럴 때 쓰는 말인가, 머리 한켠에서 그렇게 생각한다. 슈의 연심은 이제 아무래도 좋다는 생각까지 든다. 미카는, 자신의 가치를 전혀 모르고 있었다.

미카는 사랑받은 적이 없다고 하지만, 그것은 미카가 타인의 호의를 인식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카는 같은 클래스에서 제대로 교우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미카의 친구들은 누구나 한 점 흐림 없는 우애를 미카에게 향하고 있다. 유닛의 팬들 역시 마찬가지다. 슈나 나즈나처럼 앞에 나와 서는 것만이 아니라, 황제에게 패배한 그 날을 제외하고선 언제나 백댄서였던 미카는, 슈에 의해 나즈나와 비교당하고 결함품이라는 소리를 듣던 미카는, 자신에게 팬이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도 않는다. 미카 본인만이 색이 다른 두 눈이나 단정한 얼굴, 과묵하게 슈를 곁에서 따르는 모습을, 철저히 백댄서의 역할을 다하는 모습을 쿨하고 미스테리어스하다고 평하는 고정 팬이 있다는 것을 모르고 있다.

미카는 어린 시절, 사랑을 받아야 할 상대로부터 애정을 받지 못했기에 타인으로부터의 호의를 받아들인다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 슈는 그것을 가르쳐 주어야만 한다고 몇 번이고 생각했지만, 입에서 나오는 것은 미카를 몰아붙이는 말 뿐이었다. 슈에게는 자신의 언동 탓에 미카가 점점 둔감해져 간다는 자각이 있었다. 그래서 지금, 슈 자신의 병의 상황과 더불어 성가신 사태가 일어났다는 사실도.

"캐도 역시, 부럽구먼."

수면에 던져넣듯 흘린 말을, 슈는 놓치지 않았다. 흘끗 그 다음을 재촉하듯 미카를 구멍이라도 뚫릴 듯 바라본다. 미카는 아주 잠시 슈에게 시선을 주었지만, 슈의 의도를 눈치챈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내였음 좋았을긴데. 스승님이 좋아허는 사람이 내였음, 지금 당장이라도 눈 앞에서 삼킬 긴데. 그런 거, 금방 할 수 있는데. 카믄 스승님도 이제 안 아플 긴데."

어이가 없었다.

미카의 말에 힘이 빠진다.

슈도 미카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다.

닮은 꼴 둘이서 나란히, 서로의 안에 있는 자신의 가치를 깨닫지 못하고 바보같은 짓을 하고 있었다는 생각까지 든다.

"뭐어, 그체. 스승님이 내를 그래 생각해 줄리가 읎는데, 뭔 소린지 모르것네."

난처하게 웃는 그 얼굴이, 지금은 사랑스럽고, 원망스러웠다.

"내는 못되먹은 인형이고 스승님은 인간잉게, 그렇게 생각해 줄리가 읎지."

"이 멍청한 놈!"

"어, 어?"

갑작스레 호통을 치는 슈에게 미카가 혼란한다. 습성인지, 대꾸도 하지 못하고 그저 오들오들 떨기만 하는 미카에게 슈는 기가 막혀서 숨을 토했다.

"확실히 너는 내가 직접 점검한 정교한 인형이다만, 그래도 카게히라 미카라는 인간이기도 하단 말이다. 자각하도록 해."

"어어? 스승님 와카노? 기쁘긴 한디, 이상하데이?"

"아아, 열받아! 네 탓에 이렇게 되었단 말이다, 그런데 본인이 이 꼴이라니!"

슈는 솔직하지 못하다. 하지만 자신의 깊은 연심보다도, 미카 자신의 과거와 슈가 심어준 가치관 때문에 미카의 사고가 편향되어 버렸다는 사실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이리 되면 그토록 고민했던 자신의 갈등과 심정따윈 어찌되든 좋았다. 그래서 솔직해질 수 없음에도 그 나름대로 에둘러서라도 말을 골라 마음을 전하려고 하는데도, 미카에게는 닿지를 않는다.

그렇기에 마음으로 마음 속에서 토해내려던 그 말이 목소리가 된 것을, 슈는 눈치채지 못했다. 미카가 그것을 귀에 담았다는 것도.

"어, 스승님, 내?"

멍하니 넋을 놓은 미카를 보고 역시 이쯤 되면 들켰겠지, 그렇게 생각한다. 반쯤 자포자기한 상태라고는 해도 막상 자각당하고 나니 도망치고 싶어 참을 수가 없다.

"진짜가? 그짓말 아이고?"

"아아, 그래! 이제 다 바보같아졌어!"

미카의 얼굴이 한 번도 본 적 없을 정도로 새빨갛게 물든 것을 슈는 모른다. 지금의 슈에게 그럴 여유는 없었다. 자신답지 않은 짓임에도, 자존심이 산처럼 높은 슈임에도 지금만은 울 수 있다면 울어버리고 싶었다.

"언제나 잘난척 구는 주제에 인형에게 빠지다니 바보같다고 비웃고 싶다면 비웃어."

"안 웃는다."

미카의 목소리가, 표정이, 극히 진지하게 올곧게 슈를 바라보는 바람에, 그만 몸을 젖히고 말았다. 숨기기라도 하듯 헛기침을 하고 부끄러움을 가리려 미카를 노려본다.

"흥, 사람이 지나치게 좋은 것도 생각해 볼 일이군."

"있제, 이 사탕같은 거가 스승님 주얼이가?"

미카가 가리키는 것은 슈의 주얼이었다. 양이 늘어난 탓에 100엔 샵에서 적당히 사 온 병에 담아두었던 것이다. 푸른색과 노란색의 투명한 주얼이 섞인 모습은 옆에서 보아도 옅은 빛을 반사하는 유리공예마냥 아름답고, 인테리어와도 같은 존재감을 발하고 있어서, 지금까지 그 자리에 내버려 두었는데도 미카는 그 존재를 의심조차 하지 않았다. 당당히 두는 편이 더 자연스러우리라는 생각에 가구의 일부분인 양 꾸몄던 것이 이제와서 자신의 발목을 잡을 줄은, 슈는 생각지도 못했다.

주얼이 담긴 병을 손에 드는 미카를 멈추기 위해 일어섰지만 미카는 병을 놓지 않겠다는 양 두 손으로 감싸듯 쥐었다. 코르크 마개를 열자마자 자르륵 소리를 내는 주얼을 몇 개인가 손에 든다.

"바보 녀석, 무슨……"

"있제, 스승님…… 내, 이상해졌나부다. 스승님이 내 땜에 괴로워하는디, 스승님한테 사랑받는다 카니까, 기쁘다는 말밖에 안 나온데이."

미카의 손바닥 안에서 부드럽게 빛을 내는 주얼을, 주얼을 보며 애달프게 웃는 미카를, 아무 말 없이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미카의 대답 따위는 신경써 본 적이 없었다. 자포자기해서, 자신의 마음이 미카에게 들킨 나머지, 거기서 끝이라고 생각했다.

"있제, 스승님은 아나? 부모를 사랑해버린 인형의 마음."

미카로부터의 대답은 포기하고 있었다. 상대에게 자신은 부모와 같은 존재로 각인되어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도.

"스승님이 웃어줬음 좋겠다고 생각허고, 스승님을 만지고 싶다고 생각하고, 스승님이 내만 봐줬음 좋겠다고 생각했다. 자기 의사를 가져뿌면 이런 거, 이제 인형이 아이다. 카니까 내는 언제까지고 실패작이라꼬 생각했다. 언젠가 스승님이 내다 버릴 거라고 생각했는데, 근데."

눈썹을 축 늘어뜨리고 헤벌쭉한 얼굴을 한 미카를 보고서, 어쩐지 울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울컥, 하고 따뜻한 것이 치밀어 목이 떨렸다. 똑같이 고민하고, 똑같이 상대를 바랐는데도, 서로 자신만 그럴 것이라며 깨닫지도 못하고 있었다. 비극인 척 해놓고서 이제와서 희극이었다니, 내가 봐도 우습다며 슈는 목을 울리며 치밀어오르는 웃음을 참았다.

"내, 괘안은 거제? 스승님을 좋아해도 틀린 거 아이제?"

"틀렸다고 했다간 내가 곤란해."

"그체. 스승님이 틀릴 리가 읎지. 카니까 이걸로 된 기다."

미카의 손이, 슈가 토해낸 주얼을 향한다. 생각지도 못한 미카의 행동에 반응하지 못하는 사이에 미카의 손바닥 위에 주얼이 놓인다. 양 손으로 떠내어 손에 쥔 주얼을, 넋을 잃은 듯 바라보는 미카를 향해, 그만, 이라고 작게 중얼거렸다. 목소리에 반응한 미카와 눈이 마주치고, 이상하게 등이 떨렸다. 이 자리에 있을 수가 없었다. 수치심으로 어떻게 되어버릴 것만 같았다.

미카의 손이 얼굴 앞까지 올라갔을 무렵, 좋지 않은 예감이 등줄기를 타고 달렸다. 평소같았다면 곤란하다는 듯, 혹은 즐거운 듯한 표정을 보여줄 얇은 입술이 천천히 벌어지는 모양이 슬로우 모션처럼 느껴졌다. 그것을 보면서도 몸이 움직이질 않았다. 움직일 수가 없었다. 슈의 사랑이 이룬 형태가, 목 안쪽으로 깊이 사라져 간다. 꿀꺽, 하는 소리가 들리고 삼켜지고 마는 제 연심을, 그저 아연히 바라보는 수밖에 없었다.

아아, 먹혀 버렸나, 하고 멍하니 생각한다. 슈의 주얼은 삼켜져, 미카의 것이 되어 버렸다.

이럴 때 헤죽, 하고 힘없이 웃는 미카의 얼굴이란 어찌나 밉살맞은지.

슈의 표정을 본 미카는 조금 허둥대면서도, 그 표정 그대로 웃었다.

"걱정 마래이, 이 정도. 하나두 아프지도 괴롭지도 않다."

당연히 괜찮지, 하고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중얼거린다.

그야, 하고 말을 잇는 미카의 가슴이 아플 정도로 달콤한 미소가 무엇보다도 아름답다니, 그런 생각은 하고 싶지 않았다.


"먹어뿌고 싶을 정도로, 진짜로 좋아하니까는."


그 눈동자가 그저 올곧게 슈의 가슴을 찌른다.

미카가 삼킨 것은 슈의 연심만이 아니었다.

그는 애정을 받아들이는 법을 알고 있었다. 슈가 가르칠 필요도 없었다.

슈는 자신이 착각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미카의 마음은 자신의 그것과는 다른 방식을 하고 있었다.

사랑으로부터 자신을 지키기 위해 필사적이었던 자신과는 달리, 미카는 자신의 욕심으로 아무것도 모르는 슈를 먹어치워 버릴까 겁내고 있었다. 슈의 마음을 알게 된 지금, 미카가 멈출 이유는 없다.

주얼이라는 이름의 연심을 집어삼켜도, 끝은 나지 않았다. 미카가 원하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니까.

마침내 깨달았다.

먹히는 것은 자신 쪽이었다, 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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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읽었다가 시리즈를 다 읽게되고... 이렇게 되고... 미카와 슈의 관계성을 정말 좋아합니다ㅠㅠ

이 다음에는 주얼하키 시리즈 단문 모음도 번역하게 될 것 같습니다.

사실 이 시리즈 이름은 기인과 주얼하키 시리즈인데요(3편까지 와서 밝히는 시리즈명) 그래서 4편... 레이 이야기가 나오지 않을까...(상대는 미카의 클래스메이트?...) 기대는 하고 있는데 워낙 한편한편 텀이 길어서...흑흑...


오자 탈자는 트위터나 댓글로 부탁드립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시 마음에 드셨다면 원문 페이지↑에서 평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본문내 시리즈에서 2편 커플링표기가 반대로 되어있었던 것을 발견해 고쳤습니다 알려주신분 정말 감사합니다 와타토모가 맞습니다ㅠㅠ(16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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