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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こいに こうふく」

「すみをさん」の小説 


원문주소:

[pixiv] http://www.pixiv.net/novel/show.php?id=6336523






1. 사랑에 행복 (카나카오/카오카나)

2. 귀여운 그 아이에게 사랑을 했다 (와타토모)

3. 가장 사랑하는 손 안의 진주 (미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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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항복]



노란색 돌을 주웠다.

자신의 반과 옆 반 사이에 떨어져 있었다. 어찌나 아름답던지 태양에 비추어 보았다. 민들레마냥 따뜻하고 보드라운 빛이 눈에 들어와 자연스레 웃음이 새었다. 어쩐지 버릴 마음이 들질 않아 그대로 웃옷 주머니에 던져넣는다. 주머니에 손을 쑤셔넣고 데굴데굴 굴리며, 카오루는 교실로 들어섰다.




최근, 기침을 하게 되었다.

그럴 계절도 지났는데 이제와서 감기에 걸렸나 싶어 체온을 재 봤지만 평소와 같은 저체온이었다. 두통이나 권태감이랄 것도 딱히 보이질 않고, 물론 토기도 없다. 기관지가 상한 게 아닌가 하는 마음에 만에 하나를 위해 양호실에서 가볍게 진찰을 받았다. 딱히 이상은 없다. 그저 기침을 해댄 탓인지 목이 붉게 부어올라 있다고 한다. 그 외에는 아무 이상이 없다지만 부은 상태가 특이하다며, 목캔디라도 먹어서 어서 완쾌시키라는 말을 들었다. 명색이나마 아이돌인 만큼 목은 중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대답은 건성으로 하게 된다. 양호 선생의 기가 막히다는 시선을 등 뒤로 받으며 양호실을 뒤로 했다.

이변이 나타난 것은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방과 후, 부활동도 유닛활동도 없었던 카오루는 제 자리에서 유닛활동 서류를 손에 들고 있던 치아키에게 붙잡혔다. 오늘은 데이트 상대도 없어서 시간이 남아돌았던 탓에 변명거리가 곧바로 떠오르지 않았던 것이 패인이었다. 서류를 휘갈기며 즐거운 듯 유닛의 동료들 이야기를 늘어놓는 치아키의 얼굴을 보고 있으려니 있던 독기도 빠져나간다. 처음에는 마지못해 이야기에 어울려주고 있었으나, 점차 어쩔 수 없네, 하고 동참하게 된다. 치아키만큼 솔직하게 후배들을 귀여워해주지 못하는 카오루는 내심 흐뭇하게 생각하면서도 치아키에게는 말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 때 카나타가-"

전조는 없었다.

아무 생각 없이 치아키의 말을 듣고 있을 때, 강렬한 고통이 갑작스레 카오루의 가슴께를 덮쳐왔다. 심장 안쪽으로부터 무언가가 튀어나오려고 하는 듯한, 바늘로 찌르는 듯한 아픔이 이어진다.

"모리사와, 군, 자, 아……"

"왜 그러나, 하카제!"

놀라 자리에서 일어나서 달려오는 치아키의 윤곽이 뿌옇게 흐려진다. 고통스러운 나머지 눈물샘까지 느슨해진 것만 같았다.

"가슴, 아파"

"선생님을 불러올 테니 기다려라!"

둘 이외에는 아무도 없던 교실에 카오루만이 남겨진다. 혼자가 된 뒤에도 아픔은 멎지 않는다. 숨이 거칠어져서, 전속력으로 마라톤을 한다 해도 이렇게나 괴롭지는 않을 거라 생각될 정도로 짧고 흐트러진 호흡밖에는 할 수가 없었다.

잠시 뒤엔 가슴의 고통은 진정되기 시작했다. 그 대신 고통은 목으로 옮겨간다. 무언가 씹지도 않고 삼킨 것이 역류하는 듯한 고통이었지만 카오루로서는 짚이는 바가 없었다. 막 뜯은, 껍질을 벗기지도 않은 사탕이 두어개 목에 걸린 듯한 괴로움. 아까와는 다른 의미로 숨을 쉬기가 힘들었다.

"학, 흐억, 웩,"

참지 못하고 머뭇머뭇 검지와 중지를 목 깊이 쑤셔넣는다. 뼈가 도드라진 제 손가락이 목 안쪽에 부딪히는 것이 평범하게 아팠다. 느슨해질 대로 느슨해진 눈물샘에서 흘러나오는 눈물이 뺨을 타고 흐르는 것도 신경쓸 틈이 없었다. 할퀴다시피 손가락을 움직이자 툭, 하고 무언가 딱딱한 것이 손가락에 닿는다. 그것을 한층 긁어내다시피 하며 목 밖으로 꺼낸다.

"하카제! 데려왔다!"

사가미와 함께 돌아온 치아키의 목소리가 들렸다. 부들부들 떨며, 힘이 들어가지 않는 몸을 억지로 움직여 문을 바라본다.

투둑, 하고 입에서 무언가가 떨어진 것은 그와 동시였다. 그 순간, 갑자기 고통도 숨을 쉬지 못하는 괴로움도 흩어져서, 힘이 쭉 빠져 책상위에 엎드렸다. 바로 눈 앞에 자신이 토해낸 것이 구르고 있다.

"하카제, 그건."

눈 앞에 있던 것은 잔잔한 바다의 색을 투영한 듯한 푸른 돌이었다.


일단 양호실에서 쉬게 된 카오루는 잠시 기절하듯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최초에 아픔을 호소한 것은 방과 후 얼마 지나지 않았을 무렵이었을 텐데, 창밖을 보자 해가 저물어가는 것인지 조금 어둑한, 희미한 붉은 빛이 간신히 하늘을 채색하고 있었다. 제법 오래 잔 줄 알았더니 아무래도 한 시간 정도 잠들어 있었던 것이 전부였던 듯하다. 일어난지 얼마 되지 않아 굳은 관절을 우득우득 하고 울린다. 근처를 돌아본 카오루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은 침대 옆에 있던 사가미의 사죄였다. 갑작스레 그런 식으로 사과를 받아도 카오루로서는 당황스러울 뿐이다. 카오루가 눈을 뜰 때까지 고지식하게 옆을 지켜 주었던 치아키에게로 말을 돌렸다.

"모리사와 군, 어떻게 된 건데?"

"이걸 봐라."

치아키가 내민 손바닥 위를 보자 아까 카오루의 입에서 나온 돌이 두 개, 구르고 있었다.

"으헤엑, 모리사와 군, 뭐 하는 거야. 내가 이런 말 하기도 슬프지만 더러우니까 얼른 갖다 버리라구."

"씻었으니 문제 없다. 그보다도, 이게 중요해."

당사자로서 말하자면 아무 문제 없다고도 하기는 힘들지만, 치아키에게는 통하지 않으니 포기하기로 한다. 카오루는 자신이 토해낸 그 돌을 멀뚱멀뚱 바라보았다. 별과 같은, 수리검과도 같은 형태의, 이상한 돌이었다. 맑은 푸른빛은 양호실의 어둑한 전구에 비추어도 남국의 바다처럼 선명한 아름다움을 발한다. 크기는 제각각 포장된 과자 한 개 정도 크기. 돌출된 부분이 아파 보인다, 고 생각하다가 실제로 이것이 목을 통해 나왔다는 것을 떠올리고 이유도 없이 다시 아픈 기분이 들었다.

"나, 모르는 사이에 뭔가 이상한 거 삼켰나."

"아니, 이건 네 몸 속에서 만들어졌다는 모양이다."

치아키는 그렇게 말하고 동의를 구하듯 사가미의 얼굴을 본다. 사가미는 치아키의 시선에 머리를 긁적이며 복잡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 그래, 모리사와의 말대로다. 난 이런 델리케이트한 이야기는 영 서툴러서."

말을 꺼내기 힘든 듯, 이쪽을 보는 사가미의 시선이 감질난다. 팔꿈치로 재촉하는 치아키에게 겨우 입을 연다. 그 눈에는 진지한 빛이 감돈다.

"그건, 하카제의 연심의 조각. 이른바 '주얼'이라는 거다."

"하……? 아니, 농담이죠? 뭐야, 그 동화같은 설정."

동요하면서도 웃으며 부정하려 한다. 하지만 두 사람의 반응은 카오루가 바라던 것과는 달랐다.

"너, 여자애가 좋다는 둥 사랑의 사자라는 둥 했으면서, 첫사랑도 아직이었구나…"

"그런 거냐, 하카제!"

"그럴 리가 없잖아! 선생님도 부끄러운 소리 하지 말아줬음 하는데요!"

"미안하다. 하지만 뭐, 그런 현상이란 말이다. '돌을 토하는 병'이라고 불리는 증상이 대체 어떤 매커니즘인지는 모르겠지만, 가슴 언저리에서 연심의 조각을 생성해 그걸 보석으로서 토해냄으로서 자신의 사랑을 구현화하는 현상이라더군. 나도 도시전설의 일종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설마 하카제에게 일어날 줄이야… 눈치채 주지 못해 미안했다."

처음 양호실에서 봐 달라고 했을 때 깨달았더라면. 그렇게 생각하는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그 때의 카오루나 사가미에게 이런 판타지같은 병일 가능성을 상정할 수 있겠느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아니라고 대답할 것이다.

"아니, 이건 어쩔 수가 없잖아요……"

"선생님, 약 같은 건 있는 겁니까."

치아키의 질문에 사가미가 먼 곳을 본다.

"유감스럽지만 나는 거기까지는 몰라. 이런 병, 보통 병원에는 가 봤자 정신과 쪽에 끌려갈 것 같고… 내 쪽에서 조사해 볼 테니, 하카제는 무슨 일이 생기면 내게 보고하도록."

"네에."

귀찮게 됐네, 싶었다. 뭐가 뭔지 잘 모를 병에 걸려 환자 취급을 당하게 될 줄이야. 심지어 사랑을 하면 보석을 토한다니, 누구한테 말도 못할 일이다.

"그리고, 부모님께 연락하겠어?"

사가미의 질문에 카오루는 일순 얼굴이 어두워진다. 사가미와 치아키는 갑작스레 시선을 떨군 카오루를 이상하다는 듯 바라본다. 두 사람의 반응을 깨달은 카오루는 미소로 그 그늘을 떨쳐냈다.

"아뇨, 괜찮아요. 저희 아버지 귀에 이런 소리가 들어갔다간 저, 감금당해버릴 테니까."



그 뒤로도 계속해서 주얼을 토해냈다. 쌀알 정도의 작은, 삼각형의 주얼을 후두둑 떨굴 때가 있나 하면, 동전 정도 크기의 장방형 모양의 것을 토해내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때도 있다. 그렇게 목을 혹사하다 보면 적잖은 지장이 생기기 마련이다. 카오루는 기침이 잦아지고, 목도 갈라지기 시작했다. 그런 상태이다 보니 사가미로부터는 유닛 연습을 자숙하라는 소리를 들었다. 원래가 적극적으로 참가하고 있던 것도 아니다 보니 불성실하게도, 구실이 생겼다는 데에 기뻐한다. 하지만 그러는 사이에 기침하고, 목이 갈라지고, 언제 이물질을 토할지 모르는 이 상황에서는 만족스럽게 여자아이들과 데이트도 할 수 없다는 것을 겨우 깨닫는다. 유닛 연습도, 데이트도 하지 못하는 이 상황에서 카오루는 남아도는 시간을 주체하지 못하고 있었다.

카오루는 제 집을 좋아하지 않는다. 부친은 말 그대로 일밖에 모르는 인간, 어린 시절엔 함께 놀아주었던 기억도 희미하게 남아있지만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부터는 일에만 몰두하며 아이들에게 지나치게 엄격한 교육을 강요하게 된 남자였다. 나이 차가 많이 나는데다 그저 한결같이 성실해 빠진 형이며 누나와는 애초부터가 성격이 맞지를 않아 대화조차 없다. 카오루는 아이돌에는 아무런 관심도 없었지만 엄격하고 갑갑한 집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다는 이유만으로 유메노사키에 입학했다는 경위가 있었다. 그러니 시간이 남아 돈다고 해서 곧장 귀가한다는 선택지는 없었다.

할 일도 없이 어슬렁어슬렁 밖으로 나간다. 손에는 언제 주얼을 토해도 상관없도록 작은 병이 쥐고 있다. 언제 어떤식으로 작용할지 모르니 토해낸 주얼은 보존해 두라는 사가미의 엄명이 있었기 때문이다. 따지자면 네 탓이지, 하고 꺼림칙한 마음으로 병 안의 주얼을 노려본다. 카오루는 자신을 이렇게 만든, 자신이 좋아한다는 사람이 누구인지 예상도 가지 않았다. 너는 사랑에 빠진 거라는 소릴 들어봤자 알지도 못하는 누군가 때문에 자신이 고통받아야 한다는 데에 대한 불만이 쌓인다. 초조를 억누르지 못하고, 자신답지 못하게 있는 힘껏 지면을 짓밟으며 목적지도 없이 발을 재촉한다.

"카오루."

자신의 이름을 부르는 목소리가 들린 듯한 기분에 돌아본다. 그러자 생각 이상으로 가까운 곳에 보이는 상대의 목소리에 무심코 고개를 젖혔다.

"가깝다고, 카나타 군……"

"아, 죄송해요."

카오루를 부른 상대는 카나타였다. 온 몸에서 물을 뚝뚝 흘리며 땅에 물웅덩이를 만든다. 한 발 물러서 카나타의 얼굴을 보자 평소와 다름없이 생글생글 웃는 얼굴이라 화낼 기력도 사라지고 만다.

"그보다 카나타 군, 홀딱 젖었잖아."

하아, 하고 한숨을 토하며 병을 주머니에 밀어넣는 동시에 손수건을 꺼내어 카나타에게 내민다.

"고마워요."

"그래서, 나한테 무슨 일이야?"

"카오루가 보여서, 불러본 것 뿐이에요?"

"아, 그래……"

모습을 본 것만으로도 쫓아오다니 참으로 갸륵한 친구가 아닐 수 없었다. 쫓아와 줄 거라면 여자애 쪽이 훨씬 좋은데.

"카나타 군, 분수에 있었지. 오늘은 부활동 없어?"

"오늘은 소마가 없으니까요, 쉬기로 했어요. 게다가, 카오루한테도 '부활동'은 있을 텐데요?"

그랬지, 하고 카오루는 내심 머리를 감싸쥐었다. 해양생물부야말로 카나타와 자신의 연결고리가 아니었던가. 부활동을 땡땡이치고 있는 걸 부장에게 들키고, 거기다가 '부활동은 없느냐'는 소리 따윌 하다니 웃기지도 않았다.

"카오루가 있다면 '부활동' 할까요."

강제로 손을 이끌려 부실로 향한다. 젖은 채잖아.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어쩔 수 없이 그 손을 받아들이고 마는 것은 카나타의 성격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뭐어 됐나, 그렇게 생각해 버릴 정도로 끌리고 말았기 때문이다.

"카오루가 오지 않은 사이에, 새로운 '동료'가 늘었답니다."

그렇게 말하며 웃는 카나타에게 카오루는 애매하게 웃었다.

"그러고 보니, 목소리가 이상하네요…? 감기라도 걸렸나요."

"음-…… 괜찮아. 요즘 공기가 건조해서 그래서 조금 목 상태가 안 좋은 것 뿐이야."

부실에 도착하자마자 걱정을 들어버렸다. 그 카나타에게까지 몸 상태를 걱정받다니, 자신은 어쩌면 한계인 게 아닐까, 하고 카오루에게 실례되는 생각을 한다.

"'손'도, 어쩐지 이상한걸요……?"

그렇게 말하며 잡고 있던 손을 그대로 응시한다. 조물조물, 확인하듯 주물러대는 카나타의 손에 어쩐지 기분이 이상했다.

"내 손, 뭔가 이상해?"

"손가락이 조금, 우둘투둘하네요."

자신의 오른손을 보았다. 카오루의 가늘고 뼈가 도드라진 손가락이, 특히 관절 부분이 틀림없이 우둘투둘하니 솟아올라 있었다. 그것도 검지와 중지만이. 손등은 더 심했다. 몇 번이고 이가 닿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 점점이 흩어진 붉은 멍. 불쌍해 보일 정도로 붉게 물든 그 멍을 카오루는 지금껏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다. 짚이는 데가 있던 카오루는 일순 손을 빼려고 했지만, 의외로 체격도 힘도 좋은 카나타를 떨쳐낼 수는 없었다.

"손등에도, 상처가 있어요."

"카나타 군. 이제 그만하자."

카오루가 그렇게 말하자 팟, 하고 손을 놓는다. 안심한 것도 한순, 이번에는 팔을 붙잡혔다.

"왜."

"반창고를 줄게요. 써 주세요."

"아, 아-…… 고마워."

카오루의 동작을 지켜보는 카나타 때문에라도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하며 손가락에 반창고를 감는다. 카나타가 지적한 것은 굳은살이었다. 주얼을 토할 때 손에 부담을 준 탓에 생긴 것이었다. 굳은살이 생길 정도로 토해대고 있는 이 상황은, 어쩌면 제법 심각한 것일지도 모른다는 일말의 불안이 스쳤다.

"그건, 뭔가요?"

반창고를 감는 카오루에게 카나타가 묻는다. 카나타의 시선 끝에는 금방이라도 주머니에서 떨어질 것만 같은 예의 병이 있었다. 이런, 하고 생각했지만 이미 늦었다. 카오루의 주얼에 대해 알고 있는 건 사가미와 치아키 뿐이다. 이 이상 이런 부끄러운 현상을 아는 사람을 늘릴 수는 없었다.

"응-…… 그냥 보석이야. 여자애들은 이런 거 좋아하잖아? 화제거리도 되니까, 나도 모아 볼까 싶어서."

들켰으면 어쩔 수 없나, 하고 유리병을 꺼낸다. 병에 대해 들키지만 않으면 되는 것이다. 어둑한 군청빛이 지배하는 방에서 병을 비추어 본다. 카오루의 푸른색 연심은 방을 감싸안은 청에 녹아들고 말았다.

"파란색 하면 카나타 군이지."

"제가 '유성 블루'니까요?"

혼잣말에 생각지도 못한 답이 돌아왔다. 멀뚱멀뚱 바라보는 카나타의 얼굴에 미소를 돌려준다.

"그러네. 유성 블루고, 머리카락도 물빛이고, 바다를 좋아하고. 카나타 군은 파란색이 잘 어울려."

다시 병을 바라본다. 작은 병은 반 이상이 주얼로 들어차 있었다.

아무리 제 사랑이라지만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투명하고 맑고, 바다와 같이 선명하다. 자신의 캐릭터와 어울리지 않는다고 몇 번이나 생각했다. 카오루는 자신이 이런 아름다운 인간이 아니라는 것을 자각하고 있다. 누구인지는 몰라도, 자신이 사랑하는 상대는 꽤나 아름다운 인간일 것이라 생각하면 어쩐지 울고 싶어진다. 어째서 이 색인 걸까. 그야 물론 카오루는 바다를 좋아하고, 얼마 되지 않는 취미도 바다와 관련된 서핑이다. 그렇기에 반쯤 유령부원이라지만 바다와 관련이 있는 해양생물부에 들었다. 하지만 카오루는 자신의 이미지가 파랑이라고는 생각지 않는다. 겉보기로도 이미지 컬러는 머리색으로부터 연상하더라도 황색 계통일 테고, 소속 유닛으로 생각하면 검은색이나 보라색이다. 눈동자 색도 파랑이 아니고, 좋아하는 색이 파란색인 것도 아니다. 못된 소리일지도 모르지만 카나타가 이 돌을 토하는 편이 훨씬 어울릴 것이다.

물고기를 돌보기 시작한 카나타와 수조가 눈에 들어왔다. 카나타의 자상한 시선이 물고기를 향하고 있다. 구석구석까지 손길이 닿아서인지 투명한 청색 세계가 펼쳐지고 물고기들도 힘차게 헤엄치고 있다.

예를 들어 저 수조에 주얼을 넣는다면, 틀림없이 무척 아름답겠지. 저 수조에 카오루의 연심을 깔고, 그 안을 카나타의 '친구들'이 헤엄치고, 그 모습을 카나타가 상냥한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카나타의 시선을 독점하는 물고기가 부럽다. 이쪽을 봐, 내 사랑을 봐, 카오루의 안에서 그런 뭔지 모를 감정이 갑작스레 소용돌이치기 시작한다.

가슴이 아팠다. 평소와 같은 토기가 밀려온다. 어째서 남이 있을 때에, 머리 한켠으로 그렇게 생각할 정도의 여유는 있었다. 덜컹, 하고 소리를 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카나타의 놀란 듯한 얼굴이 보였다.

"나, 잠시 화장실, 다녀올, 게."

푹, 하고 힘이 빠져나간다. 방을 나가려고 했지만 예상 이상으로 격렬한 토기 탓에 무심코 무릎을 꿇었다. 등줄기가 차게 식고, 등이 젖는 것이 느껴질 정도로 땀이 흐르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이렇게 기분이 나쁜 건 최초로 토했을 때 이후 처음일지도 모른다. 그 때만큼 고통을 드러내지는 않았지만 두 손으로 입을 막고 웅크린 카오루의 안색은 핏기 하나 없었다.

"카오루, 진정해요."

등에 온기를 느끼고 카나타가 쓰다듬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 상냥한 손이 달래는 대로 토해내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았지만 지금 그런 짓을 했다가는 100퍼센트, 주얼을 토할 것이다. 카나타에게 들킬 수는 없었다.

"게워내도, 괜찮아요."

그렇게 말해도, 이 지독한 토기는 아마도 가장 큰 사이즈의 주얼이 목이 걸려 있다는 뜻이다. 손가락을 쑤셔넣지 않으면 나오지 않는다. 나온다 해도 카나타에게 보일 수는 없다. 하지만 카오루로서는 더이상 서 있을 기력조차 없었다.

"카오루는, '완고'하네요…"

하아, 하는 한숨소리가 들린다. 그 다음 순간 입을 누르고 있던 손이 떨구어지고, 입 속으로 무언가가 들어왔다.

"커억……! 카, 하타, 훈,"

눈을 부릅뜬다. 카나타가 카오루의 입 속에 손가락을 쑤셔넣었다. 갑작스러운 일에 머리가 움직이질 않는다. 카오루가 괴로워하며 경직할 동안 카나타의 손가락은 카오루의 목을 유린한다. 둥글게 깎은 손톱이, 의외로 단단한 손가락이, 목에 걸린 날카로운 연심을 긁어낸다.

카나타의 손가락이 주얼을 잡고 단숨에 끌어올린다. 그만 둬, 보지 마, 아무리 바라도 카나타에게는 닿지 않는다.

"흐하, 그마해,"

"이제, 괜찮아요."

카나타의 손가락이 주얼을 바깥으로 끌어냈다. 카오루가 생각한 대로 나온 것은 수리검과 같은 모양을 한 가장 큰 주얼이었다. 그 예리한 것을 억지로 토해낸 탓에 평소보다도 목이 아프다. 카나타의 손바닥 위를 데구르르 구르는 연심. 확인한 순간, 눈 앞이 새카매졌다. 머릿속이 새하얘져서 아무것도 생각할 수가 없다. 카나타로부터 주얼을 빼앗지도 못하고 목의 아픔만을 느끼며 망연자실했다.

"이거, 뭘까요."

카나타가 주얼을 비추어보며 관찰하듯 바라본다. 그만 둬, 머릿 속에서 경보가 울려퍼지지만 몸은 움직이지 않는다. 치아키나 사가미에게 들켰을 때는 이렇게까지 절망적인 기분은 들지 않았는데, 카나타에게 들킨 이 순간, 카오루는 수치스러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카오루의 타액이 묻어있는데도 카나타는 아무렇지도 않은 듯 손을 대고 있다. 이제 정말 그만둬 주었으면 한다.

"카나타 군, 이제, 돌려줘."

돌려달라는 것도 뭔가 이상한 것 같기는 했지만, 제 손에 돌아오기만 한다면 상관없었다. 핏기가 가신 얼굴로, 느슨해진 눈물샘 탓에 눈가가 새빨개져서 카오루는 손을 내민다.

"이거, 예쁘네요."

툭, 하고 무언가가 뺨을 흐르는 것을 느꼈다. 멍하니 카나타를 바라본다.

예쁘다니 뭐가. 카나타가 예쁘다고 말한 그것은 일부러 구현화하지 않고서는 담아둘 수도 없을 정도로 넘치고 마는, 어쩔 도리가 없는 연심이다. 예쁠 리가 없다. 카오루의 사랑을 그런 눈으로 보지 말아 줬으면 했다. 아까까지만 해도 봐 주기를 바라고 있었는데, 바로 손바닥 뒤집듯 보지 않아 줬으면 한다니 참으로 이기적인 이야기가 아닐 수 없었다.

카오루가 뭔가 실수로 입에 넣은 거냐며, 카나타가 웃는다. 머릿속은 그럴 때가 아니었다.

깨닫고 말았다. 생각해 보면 처음 주얼을 토한 것은 카나타의 이야기를 듣고 있을 때였다. 지금 토해낸 것은 카나타의 시선을 독점하고 싶어서 '카나타의 친구'를 질투했기 때문이다. 언제나 보석을 토해내는 건 카나타의 이야기를 듣거나, 카나타와 만났을 때였다.

카오루는 카나타를 좋아하는 것이다.

그렇게 깨달은 순간 죽고 싶어졌다. 여자아이를 사랑하는 자신이, 남자를, 얼마 되지도 않는 친우를 그런 대상으로서 사랑하고 말았다. 아름다운 저 보석은, 아름다운 카나타를 사랑한 자신의 추함을 거꾸로 드러내는 것처럼 느껴졌다. 동성을 사랑해서, 순수한 신카이 카나타를 사랑해서, 연심을 토하고 말았다.

카오루는 이루어질 리 없는 사랑에 절망하는 수밖에 없었다.







[고의로 행복]



"카나타에게 들켰다고?"

다음날 방과 후, 또다시 치아키에게 붙잡혀 이야기하던 카오루는 치아키에게 일의 전말을 이야기했다. 원래가 자신의 속마음을 남에게 토로하는 성격은 아니지만, 이것만은 쌓아두었다가는 괴로워지기만 할 뿐이라고 선을 긋는다. 치아키라면 이야기한 내용도 금방 잊어버릴 것이라는 타산적인 생각도 있었다. 그래도 어제 깨닫고 만 사랑에 대해서 털어놓을 생각은 들지 않았다.

"카나타 군 앞에서 괴로워져 버려서. 그보다 카나타 군 진짜 너무하다고, 내 입에 갑자기 손가락을 쑤셔넣고 억지로 토하게 만들었다니까."

"환자에게는 상냥하게 대하라고 말해 둬야겠군."

"환자 취급하지 말아줄래?"

"뭐, 그보다 병에 대해서는 들키지 않았으니 괜찮은 거 아닌가."

"전혀 안 괜찮거든."

그렇다, 전혀 괜찮지 않다. 카오루는 깨닫고 싶지 않았던 것을 깨닫고 말았다. 비참하게 우는 얼굴도 토하는 모습도 보인 끝에 쓸데없는 것마저 깨닫고 만 것이다. 차라리 깨닫지 못했더라면 행복했을지도 모르는 것을.

"고칠 방법도 모르고, 완전 끝장이라구…"

"그러고 보니, 결국 넌 누구를 사랑해서 그렇게 된 거냐?"

"아."

갑작스러운 치아키의 질문에 반사적으로 몸이 굳었다. 아픈 곳을 찌르는구만, 이 자식, 하고 얼굴을 찌푸리게 된다.

"소녀만화라든가 동화라면 서로 마음이 통한다거나 키스하거나 하면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나. 상대를 알면 뭔가 가능할지도 몰라."

카오루는 치아키의 이런 부분이 조금 불편했다. 완전한 선의로 이쪽의 약점을 찌른다. 그리고 그것은 본래 누구도 나쁘다고 하지 못할 행동이었다. 다만 카오루에게 있어 아플 뿐이다. 말을 돌리고 싶어 참을 수 없던 카오루는 쓰게 웃으며 치아키에게 대꾸했다.

"그런 판타지같은 방법으로 해결될 거라고 생각해?"

"사랑해서 보석을 토한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판타지라고 생각하는데?"

"윽."

"있잖나, 조금 생각해 봤다만 혹시 카나타인가?"

어째서 거기서 카나타의 이름이 나오는 거지. 평소의 캐릭터를 잊고서 얼빠진 얼굴을 드러내고 만다. 그런 주제에 얼굴색만은 확실히 새파래져 있다.

"엑, 하아? 어째서."

"아니, 그렇잖아. 생각해 보면 네가 처음 주얼을 토한 건 카나타에 대해 이야기할 때였고, 어제 일을 들어보니 역시 카나타가 옆에 있었잖아?"

치아키는 속모를 남자라고, 새삼스레 생각한다. 수많은 형태의 연애가 존재하는 이 시대라 해도 이렇게나 간단히 동성애의 가능성을 끌어내다니, 하고 멸종위기의 생물이라도 보는 듯한 눈으로 치아키를 보았다. 카오루는 여자애를 좋아하는 걸로 유명하니, 보통같으면 우선 상대로서는 여자아이를 상정할 텐데. 애초에 자신도 카나타도 치아키에게 있어서는 친구인데, 친구들 사이에 그런 일이 일어나도 아무렇지도 않단 말인가. 만약 치아키와 카나타가 그런 의미로 서로 좋아하는 사이였다면, 자신이라면 동요를 감추지 못했을 것이고 그 이전에 눈치채지도 모했을 것이다. 치아키와 카나타의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상상해 본 것만으로도 어쩐지 슬퍼지고 마는 자신의 연약한 마음은 무시하기로 했다.

"……카나타 군도 나도 남자잖아?"

당연한, 스스로 제 목을 조르다시피 하는 물음. 묻고 있는 자신이 비참했다. 하지만 치아키는 무슨 소리냐는 듯한 얼굴로, 멀뚱멀뚱 카오루에게 시선을 도려주었다.

"상대가 어떤 인간이든 관계 없고, 어쩔 수 없잖아? 좋아하게 되어버렸다면."

치아키는 대단하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치아키와 친구가 된 이후로 처음인지도 모른다. 어째서 카오루가 실컷 고민한 것이 치아키에게는 아무런 장애도 되지 않는 것일까. 그야 치아키와 카오루는 별개의 인간이니까, 라고밖에는 설명할 수 없는 일이지만, 지금만은 진심으로 치아키가 부러웠다. 지나치도록 숨김없는 치아키의 올곧은 마음에 멋쩍어진 카오루는 한순간이지만 솔직해질 수 있었다.

"그, 그래. 나, 카나타 군을 좋아하나 봐."

톡, 흘러 떨어지는 듯한 고백이었다. 말하고 만 다음 순간에는 말해 버렸다, 고 곧바로 후회하고 말았지만 치아키는 웃는 얼굴 그대로였다. 역시 그렇군, 하고 어째선지 팔짱을 끼고서 자랑스럽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치아키.

"카나타는 잘 모를 녀석이지만, 좋은 녀석이다. 좋아하게 되어도 어쩔 수 없지."

"모리사와 군은 남자답네."

어째서인지 고민하고 있었던 자신이 바보같아졌다. 치아키가 카오루의 사랑을 이해해 준다고 해서 아무것도 해결될 리가 없는데, 조금쯤 구원받은 듯한 기분이었다. 그런 식으로 기분좋게 남의 사랑을 긍정할 수 있는 치아키는 멋지다고 생각했다.

"목소리는 괜찮나?"

어제 카나타에게 들었던 것과 같은 걱정을 치아키에게도 듣고 말았다. 확실히 카오루의 목소리는 악화되어 있었다. 어제는 때때로 긁힌 듯한 소리가 나오는 정도였던 것이 지금은 완전히 목소리가 말라붙어서 술 마신 다음날이라도 되는 양 심하게 쉬고 말았다. 원래의 맑고 상냥한 목소리는 모습을 감춘 채였다.

"별로. 주얼이 걸려서 목에 상처가 난 것 같더라고, 꽤 많이 쉬었지. 이러다가 목소리가 안 나오게 될지도 모르겠네."

웃으면서 그렇게 말했지만, 웃으면서 할 이야기가 아니었다. 이런 목소리로는 사가미가 말하지 않아도 언젠가는 유닛 활동을 자숙해야 했으리라. 이대로라면 아이돌 활동은 커녕 평범한 학교 생활도 아슬아슬할 것이다. 이 병을 계속 숨긴다 해도 목이나 목소리가 문제시될 것은 시간 문제였다.

"그런가. 어서, 해결되면 좋을 텐데."

치아키의 말에 애매하게 웃는 수밖에 없었다. 이 병이 낫는다는 것은, 카오루의 사랑이 결실을 맺든가 혹은 깨지든가의 둘 중 하나의 결말을 맞는다는 뜻이다. 이렇게 되면 카오루의 머릿속에는, 카나타를 향한 사랑을 어떻게 해야 잊을 수 있을까, 그런 생각밖에 없었다.

"그러고 보니 슬슬 시간 아닌가?"

치아키의 말에 교실의 시계를 확인한다.

"정말이네. 그럼 다녀올까… 귀찮지만."

사가미의 호출이 있었다. 용건은 아직 듣지 못했지만 아마도 병의 경과를 확인한다거나, 뭔가 알게 되었다는 보고라든가, 그런 것이리라.

"목소리 말이다만, 마스크라도 끼면 감기라고 속여넘길 수 있지 않겠나?"

"그럼 양호실에 가면 받아올게."


카오루는 경악했다.

양호실에 도착하자마자 카오루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사가미 한 사람만이 아니었다.

"오- 하카제, 왔나. 이번에 불러낸 건 뭔가 알아낸 게 있다거나 그런 게 아니거든."

"어째서."

이야기를 들을 여유도 없이 멍하니 선 카오루를 보고, 사가미는 자신이 실수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오늘 아침 네 아버지로부터 학교로 전화가 와서. 아들의 상태가 이상하니 학교에서의 모습을 들려주었으면 한다기에, 그걸로 호출한 거다."

"카오루."

사가미의 옆에 있던 것은 아버지였다. 카오루는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등장에 동요를 감추지 못한다. 아버지에게 알려지면, 다른 의미로 곤란해지니 연락하지 말아달라고 그렇게나 말했는데도. 그보다도 일밖에 모르고 가족에게는 관심따위 없을 듯한 이 남자가, 카오루의 이변을 알아차렸다는 것이 충격이었다. 집에서도 거의 얼굴을 마주치지 않고, 말을 섞을 일도 없는 아버지의 예리한 시선이 카오루의 마음을 몰아세운다.

"선생님으로부터 들었다. 어떻게 된 거냐."

"어떻게 된 거냐니, 뭐가."

카오루는 사가미에게 시선을 주었다. 어디까지 얘기했는지, 그 범위에 따라서는 아직 속여넘길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시선을 받은 사가미는 좌우로 고개를 저었다. 사가미가 파악한 현 상태, 카오루가 사랑에 빠져 주얼을 토하게 되었다는 사실을 이미 아버지가 알게 되었다는 사실에 눈 앞이 새카매졌다.

"아버지는, 이런 말도 안 되는 소릴 믿어?"

목소리가 갈라진 것은 목의 고통 때문이 아니다. 엄격한 아버지는 이런 비현실적인 이야기를 믿을 리 없을 것이 뻔하다. 그럼에도 쇄도하는 이 긴장감을 떨쳐낼 수가 없다.

아버지는 카오루를 보았다. 오랜만에 눈이 마주쳤군, 그렇게 생각했다.

"그건 실재하는 병이다."

말문이 막혔다. 저 아버지가 저런 소리를 하다니, 자신이 지금 불치병에 걸려 여생을 선고받기라도 한 듯한 착각이라도 들 정도였다. 돌을 토해내는 병이 현실이 되어 무겁게 짓눌러온다.

"치료법은 발견되지 않았다. 돌을 토해내지 않고 쌓아 두었다간 몸에 이물질이 축적되어 죽음에 이르기도 하지. 이 병과 함께 살아가려면 계속 토해내는 수밖에 없어. 그러면 앞으로 너는, 목에 상처를 입고, 성대를 다치며, 목소리를 잃게 되겠지. 목소리를 잃으면 일상생활에도 지장이 나올 수밖에 없다. 아이돌 따위, 당치도 않아."

아버지의 말에 경악을 숨길 수가 없다. 아버지는 이 병을 믿는 것만이 아니라 그에 대한 지식도 가지고 있다. 단순한 회사원인 아버지가 어째서, 카오루나 사가미보다도 정보를 가지고 있단 말인가. 다시 사가미 쪽을 보았지만 사가미 역시 카오루의 부친의 말에 놀라고 있는 듯했다.

"너는, 그 목 탓에 아이돌로서의 활동도 자숙 중인 모양이더군. 그래선 아이돌 양성학교에 다닐 의미도 없을 테지."

"아이돌 주제에 연애에 휘둘려 노래하지 못하게 되다니, 언어도단 아니냐. 네 목소리는 앞으로 더 악화된다면 몰라도, 원래대로 돌아갈 가능성은 거의 절망적이야."

아버지가 하고 싶은 말은 희미하게나마 알 수 있었다. 반항하고 싶은데도 정론인 나머지 말이 나오질 않는다. 아버지가 하는 말이 사실이라면 아이돌로서 하카제 카오루에게 미래는 없다.

"하카제, 퇴학하거라."

'퇴학'이라는 말의 무게가 카오루를 짓눌러, 짜부러뜨리려 한다. 하지만 아버지의 말에 반론할 여지는 없고, 오래 전부터 아버지의 엄격한 교육에 묶여 살아온 카오루에게는 아버지에게 대꾸할 방도조차 알 수가 없다. 자연스레 고개를 숙이게 된다. 보다 못한 사가미가 끼어들었다.

"하카제 씨, 아무리 그래도 퇴학은…… 하카제 군과 제대로 상담한 뒤에 결정하시는 편이,"

"이 아이는 원래 저로부터 떨어지기 위해 이 학교에 들어온 아이입니다. 저로부터 떨어지겠다는 데에 대해선, 전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그건 굳이 이 학교가 아니라도 될 테죠. 저를 구실로 삼아 들어온 학교에 남고 싶어할 만한 강한 마음이 이 아이에게 있을까요. 그런 동기로 활동하지도 못하면서 눌러앉아 있어서야, 아이돌이 되고 싶어 들어온 아이들에게도 실례일 겁니다. 게다가, 마음에 둔 사람이 있는 이 학교에 남아 이 병이 진행되어 만에 하나의 일이 생길 경우, 책임은 질 수 있으시겠습니까."

아버지의 말이 옳다. 옳기에, 카오루는 언제고 입을 틀어막힌 채 답답하게 살아 왔다. 그래서 도망치고 싶어 이 곳으로 온 것인데.

"상대로부터 떨어짐으로서 증상이 완화될 가능성도 있죠. 혹은 사랑을 잊음으로서, 병이 사라질지도 모릅니다. 이대로 내버려두는 게 카오루를 더 괴롭힐 겁니다. 억지로라도 떼어내 잊게 만드는 편이 카오루에게도 행복일 테죠."

카오루의 행복은 아버지에 의해 결정되고 말았다.



카오루의 상태가 이상하다는 것을 희미하게 카나타 역시 느끼고 있었다. 카나타가 괴로워하는 카오루에게 억지로 토하게 만든 그 날이 시작이었다. 보석과 같은 돌을 토해낸 것 자체에 대해서는 카나타는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아름답다, 고 생각했을 뿐. 그 뒤로 카오루는 카나타를 피하기 시작했다, 고 카나타는 여기고 있다. 부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건 일상다반사이지만 그 이외에도 카오루의 얼굴을 볼 일이 줄어들었다. 카나타가 분수에 있을 때, 카오루는 그 모습을 보면 반드시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카나타에게 다가와 주었다. 타월을 건네며 '감기 걸린다'라고 말을 걸어주는가 하면, 아무 말 없이 분수에 걸터앉아 옆에 있어 줄 때도 있었다. 그러나 카오루는 분수에 가까이 오지 않게 되었다. 복도에서 마주칠 때도 고개를 숙인 채 스쳐 지나가게 되었다.

그것이 그저 슬펐다.


바다에 간다. 최근엔 분수에 가도 이전처럼 즐겁지가 않다.

이유는 알고 있다. 카오루가 없기 때문이다.

"하아……"

모래사장에 홀로 웅크려 앉는다. 석양이 지는 해안가에는 누구 하나 없이, 카나타의 그림자가 길어질 뿐이었다. 카오루가 자신을 피하고 있다는 것이 카나타의 마음을 생각 이상으로 도려낸다.

카오루는 모르는 것이다. 카나타에게 있어 카오루가 단순한 친구가 아니라는 것을.

한때 오기인은 그 방약무인한 행동과 압도적인 재능 때문에 주위로부터 고립되어 있었다. 카나타도 예외는 아니다. 카나타를 향하는 감정은 외경이거나, 분노이거나. 그 무렵의 카나타에게 있어 동포란, 같은 고독과 재능을 공유하는 기인 동료들 뿐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당시 카나타가 만든 해양생물부에는 카나타 혼자 뿐이었다. 바다를 사랑하는 카나타는 피폐해진 마음을 바다의 동료들로서 치유하려 했다. 고독에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카나타도 바다를 사랑하는 동료를 가지고 싶어졌던 것이다. 하지만 기인인 카나타에게 관여하려 하는 인간은 없다. 그러던 중, 해양생물부를 방문한 것이 카오루였다. 아무 부활동에도 소속되어 있지 않다는 점을 지적당한 결과, 즐거워 보이는 해양생물부를 고른 것 뿐인지도 모른다. 그래도 카나타에게 있어서는 그것이 구원이었다. 처음으로 재능과는 관계 없는, 그저 '친구'라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생긴 것이다. 기인인 카나타에게 있어 마치 아무런 관심도 없다는 듯한 얼굴로 입부한 카오루의 존재가 얼마나 기쁜 것이었던지, 카오루는 모를 것이다. 카오루는 기인인 카나타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카나타의 페이스에 휩쓸리면서도 '어쩔 수가 없네', 하고 헤죽 웃는 것이다. 기인인데다 '괴짜'라 불리는 카나타를 웃으며 받아들여준 카오루가, 카나타는 좋았다. 다른 기인 동포들에게는 같은 나이의 '친구'는 없었다. 따라 주는 동료는 있어도, 아무것도 아닌 일로 함께 웃을 수 있는,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친구는 없었다. 카나타에게는 해양생물부의 부실에 가면 카오루가 있었다. 얼마나 기뻤을지 모를 테지. 특별해진다 해도 이상하지 않잖아.

카나타는 자문자답한다. 나는 무언가 카오루를 상처입힐 짓을 해 버린 것일까. 혹시, 억지로 토하게 만든 것 때문에 카오루를 화나게 만든 게 아닐까.

"하아… 외롭네요."

바다를 바라본다. 조용히 가라앉은 파도는 온화했다. 혹시 헤엄칠 수 있었더라면 어머니인 바다에 감싸여, 이 부글부글 끓는 마음도 사라질지 모른다는 생각에 한층 더 기운이 빠진다. 아무리 발버둥쳐봐야 카나타는 수영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뭘 하는 거냐."

갑자기 뒤에서 목소리가 들려온다. 모르는 목소리에 돌아보자, 양복을 갖추어 입은 중년 남자가 있었다.

"바다를, 보고 있었어요."

별다른 경계심이 없던 카나타는 솔직하게 대답했다. 남자는 돌아온 대답에 허가 찔린 듯한 표정을 지었다. 한숨을 쉰다.

"그런가, 시간이 늦었다. 어서 돌아가렴. 그리고, 모르는 사람이 말을 걸면 조금쯤은 경계하도록 해."

카나타는 멍하니 남자를 바라본다. 수상한 사람이라 생각될지도 모른다고 각오를 하고서 외진 곳에 혼자 앉아 있던 모르는 아이에게 주의를 주다니, 요즘 세상에선 제법 보기 드문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남자의 등 뒤로 차가 보였다. 차 안에서 카나타를 보고서 일부러 차에서 내려 이런 짓을 하다니, 이 무슨 사람 좋은 인간이란 말인가.

"아저씨는, 왜 저한테 말을 거신 건가요?"

"그러니까, 네가 이런 시간에 혼자 있으니 위험하다고."

"그런 게 아니라요. 혼자 있는 사람들 전원에게 말을 걸거나 하는 건 아니잖아요?"

"……너는, 유메노사키의 학생이지? 내 아이도 그 곳에 다니고 있으니, 남 일 같지가 않았던 거다. 괜한 참견이라는 건 알고 있어."

남자는 카나타의 교복을 가리킨다.

"같은 학교로군요."

"그래, 이제 곧 그만둘 테지만."

"그만두나요."

남자의 얼굴을 한 번 더 들여다본다. 그 얼굴에 어쩐지 기시감이 들어서, 머릿속에서 이대로 돌려보내서는 안 된다며 경종이 울린다.

"아직 마중이 오질 않아서요. 괜찮으시다면, 잠시 같이 있어 주세요."

마중 올 사람은 없다. 급히 나온 임기응변이다. 남자는 독기가 빠진 듯한 얼굴로, 어쩔 수 없군, 하고 웃었다. 카나타의 옆에 자리잡는다.

"어째서, 학교를 그만두나요?"

"……낫기 힘든 병에 걸렸거든. 그만두게 하는 편이, 그 애를 위한 일이야."

"그 아이는, 괜찮다고 했나요?"

"아니, 하지만 길게 보면 그게 그 아이의 행복이라 생각하고 있다."

"그만두지 않아도, 고칠 수 있어요."

"……너는 아무것도 모르니 그런 소릴 하는 거다."

"저는 알아요. 괜찮아요."

잠시, 침묵이 두 사람을 감싼다. 남자는 카나타의 제멋대로라고 해도 좋을 언동에 대답을 돌려주지 않는다. 하지만 그 표정은 분노에 가득차 있다, 고 보기도 힘들었다.

침묵을 깬 것은 남자였다.

"너는 이상한 녀석이로군."

그 말에 악의는 없었다. 카나타도 그렇게 느꼈는지, 웃으며 대답한다.

"자주 들어요."

믿을 수는 없겠지만, 하고 남자는 전제를 깔고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카나타는 분위기를 이해했는지 입을 다문 채다.

"사랑에 빠지면, 보석을 토하는 병이 있다. 도시전설같은 병이지만 실제로 존재하며, 발병한 사람도 있지. 내 아내는 그 병에 걸리기 쉬운 핏줄이었다."

아내는 남자와 사귀며 발병했다. 보석은 그 인간의 사랑의 지표이다. 크기나 색이 그것을 나타낸다. 아내와 만나서, 사랑을 하고, 가정을 꾸린 뒤로도 변함없었다. 아내는 보석을 토할 때는 괴로워했지만 그 이외에는 평범한 생활을 할 수 있었다. 남자는 낙관하고 있었다.

"아내는 죽었다."

아이들에게는 병으로 죽었다고 이야기했지만 사실은 아니었다. 남자가 죽인 것이나 마찬가지다. 아내는 대량의 보석을 몸 안에 쌓아두고 있었다. 남자는 그것을 눈치채지 못하고, 토해내게 해 주지도 않고서, 가족을 위해서라며 가정보다 일을 우선하고, 그리고 아내를 돌아보지 않았다. 고갈된 애정이, 아내를 죽였다. 아내를 향한 남자의 애정이 식은 것은 아니었다. 변함없이 사랑했다. 허나 그것을 전하기를 게을리했다. 마주하기를 뒷전으로 하고 있었다. 그녀의 바람을 소홀히 하고 있었다. 외로움에 빠진 아내는 돌을 토해내기를 그만두었다. 그래서 아내는 죽었다.

"내 아이는, 아내의 아이이기도 하다. 아내의 병이 이어지지 않으리라는 보증은 어디에도 없어. 지금도 아들이 하나, 발병해 버렸지."

"아들은 여자를 좋아하는 가벼운 녀석으로 통하지만, 아무도 사랑하지 않는다면 놀고 있어도 상관 없었다. 내가 바라는 길을 걷고 있지는 않지만, 살아있어만 준다면 아무래도 좋아. 하지만 그 아이는 사랑하고 말았지."

"상대가 그 마음에 응답해준다면 그 아이에게 미래는 없어. 상대방의 사랑에 휘둘리다 죽는 것은 내 아내만으로 끝나야만 해."

"엄격하고 까다로운 인간은 쉽사리 사랑을 갈구하지 않을지도 몰라. 나는 내 아이들을 그렇게 길러냄으로서 사랑을 모른다 해도 오래 살아가주기를 바랐다. 사랑하면 죽는다니, 너무나도 슬픈 일이라 생각지 않나."

남자의 뺨에는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남자는 죽은 아내를 회고했다. 자신이 미움받는다 해도, 사랑을 모르는 것이야말로 불행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과 사랑했던 아내의 아이가 자신들과 같은 길을 걸어갈 가능성을 주고 싶지 않았다. 남자의 허망한 애정이 자신과 아들의 목을 조르고 있음에도 눈을 감는다.

카나타는 남자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봐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그렇기에 바다를 바라보며, 툭, 하고 중얼거렸다.

"당신의 아이에게 사랑받는 사람이 부럽네요."

자신의 발언이 지금의 남자에게 있어 기분좋지 않은 것이리라는 것쯤은 자각하고 있었다. 그래도, 자신을 그리는, 자신을 향한 사랑이 형태를 갖추어 증명된다니, 부러웠다. 카나타는 자신을 피하는 그를 생각했다. 카나타의 눈을 보고, 남자는 무언가를 눈치챈 듯 숨을 삼킨다.

남자가 일어난다. 시간적으로도 쌀쌀해지기 시작한 무렵이었다. 남자는 카나타를 내려다본다.

"이상한 이야기를 해서 미안했구나. 마중은 곧 오는 거냐?"

"네. 그리고, 공부가 됐어요. 고마워요, 하카제 씨."

이름을 부르자, 남자……카오루의 아버지는 눈을 크게 떴다. 부드러운 벌꿀빛 머리카락도, 홍차와 같은 색의 눈동자도, 카오루와 꼭 닮았다.

"나를, 알고 있었나."

알지요, 하고 카나타는 미소했다. '특별'한 사람과 같은 눈동자를 사랑스럽게 바라본다.

"카오루는 제 '소중한 사람'이니까요."

"카오루에게는 말하지 않을게요."

이별의 말을 남기고 떠나가는 카오루의 아버지의 등을 향해 중얼거렸다.

"당신도, 카오루도, '겁쟁이'로군요.'






[사랑에 행복]


그 날 이래, 카오루는 아버지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없다. 그러기는 커녕 일이 쌓여 있는지, 아버지는 그 날 이후로 집에조차 돌아온 적이 없다. 이대로라면 불문곡직, 학교를 억지로 그만두게 되고 만다. 그것만은 진심으로 싫었다. 그런 생각이 들 때마다 유닛의 동료나 급우, 부활동의 동료들이 머릿속에 떠오를 정도로 이 학교에 애착을 두게 되고 만 자신을 깨닫는다. 아마도 아버지가 다음에 집에 돌아오는 때야말로 카오루의 퇴학기념일이 될 테지. 그 때까지는 어떻게든 해야만 했다.

"퇴학신청서는 네 아버지께서 내러 오시는 모양이다."

퍽, 하고 옆에서 머리를 있는 힘껏 얻어맞은 듯한 불쾌감.

양호실에서 병의 경과를 보고하고 있던 중, 사가미에게 물어보았다. 그 뒤로 아버지에게 무언가 들은 말은 없는가. 아니나다를까 그 날, 그 뒤에 사가미에게 그렇게 말했던 모양이다. 이번달 내로 아버지가 직접 퇴학신청서를 내러 오겠다고. 절망적이었다. 카오루로서는 언제쯤이면 붙잡을 수 있을지 모를 아버지를 설득해 퇴학을 피할 자신이 없었다.


이제 치아키에게 붙잡히는 데에는 익숙해졌다. 이번에는 점심시간이었지만.

"하카제, 들었다! 어떻게 된 거냐!"

"모리사와 군, 시끄러워."

"음, 미안하다. 아니, 그보다도."

아까까지 라이브 중에 필적할만한 큰 목소리로 하카제의 고막을 공격하고 있던 치아키는, 갑자기 목소리를 죽였다. 카오루의 귀에 얼굴을 가까이 대고서 주변을 힐끔힐끔 돌아보더니 속삭였다.

"너, 퇴학하는 거냐."

움찔했다. 이 이야기를 아는 것은 사가미와 카오루, 카오루의 부친 뿐이었을 터다. 당황한 카오루가 치아키의 어깨를 세게 쥐고서, 아픈 목을 견디며 목소리를 낮추어 캐물었다.

"어떻게 알았어?! 설마, 사가미 선생님이…"

"아니, 그 뒤에 양호실 앞을 지날때 들었거든. 하카제, 문을 열어둔 채로 서 있었지. 다 들렸다고."

카오루는 머리를 감싸쥐었다. 그 날의 어리석었던 자신을 저주하고 싶었다.

"정말로 그만두는 거냐?"

진심으로 유감스러운 표정이었다. 자신과의 이별을 아까워해주는 친구가 있다는 사실에 속이 근지러웠다. 곤란한 듯 눈썹을 늘어뜨렸다.

"아버지가 결정해 버리면 내 의견은 이미 존재하지 않는 거나 마찬가지잖아."

치아키는 그걸로 괜찮은 거냐, 라고는 묻지 않았다. 괴로운 듯 흔들리는 카오루의 그 눈동자가 대답이었다.

"나는, 하카제와, 모두와 함께 졸업하고 싶었는데."

"……나도 그래."

퇴학신청서는 아직 내지 않았다. 하지만, 그것도 시간 문제였다. 카오루가 직접 제출한다면 남몰래 감추어버리든 선생님과 이야기하든 대책을 세우는 것도 가능할지 모르지만, 일밖에 모르는 아버지가 일부러 퇴학을 위해 발을 옮긴단다. 카오루에게 선택의 여지는 없었다.

"어쩐지, 괴로운걸."

무심코 자조의 미소를 띄운다.

"차례는 엉망이지만 인어공주같지 않아? 숨막히는 집을 나와서 이 학교에 들어와서, 카나타 군을 좋아하게 되고 목소리가 나오지 않게 되고. 나, 카나타 군을 좋아한 나머지 죽어버릴지도 모르겠네."

이 사랑은, 대체 어떻게 해야 죽어주는 걸까. 아이돌로서 치명적인 상처를 입히고서 애타게 사랑하는 사람으로부터 자신을 떼어놓는 이 사랑은, 대체 무얼 위해 태어난 것일까. 카오루가 인어공주라면 이 이야기는, 사랑은 이루어지지도 상대에게 전해지지도 않은 채, 인어공주만이 상처입고서 깊고 어두운 심해로 끌려가는 배드엔딩으로 끝나리라.

"감추니까, 힘든 걸 테지. 카나타에게 털어놓지 그래. 카나타는 너를 부정할 남자가 아니라는 것쯤, 너도 잘 알잖아."

"말할 수 있을리가 없잖아. 남자가 남자를 좋아한다니, 대체 어떤 배짱으로 그런 소릴 해? 친구인 척 하면서 널 사랑하게 되어버렸다니, 그런 배신이 어디 있어. 카나타 군은 상냥하니까 부정하지 않으리란 건 알지만, 그게 아니라 내가, 카나타 군에게 말하고 싶지 않아. 내가 말하면 카나타 군이 곤란해할 테니까. 난 그런 용기 없어."

자신의 마음과 카나타를 비교한다면, 카오루는 망설임 없이 카나타 쪽에 비중을 두리라. 겁쟁이란 소리를 듣더라도 그것이야말로 카오루의 진심이었다.

"내가 카나타 군을 좋아한다고 말한다는 건, 결국 나는 너를 사랑하게 된 탓에 이상해져서 학원을 그만두게 되었다고 말하는 거나 마찬가지잖아. 그런 소릴 해서 내 마음으로 카나타 군을 상처입힐 정도라면, 나는 이 사랑과 함께 바다에 잠기는 편을 선택하겠어."

점점, 아버지의 말을 따르는 편이 나은 듯한 기분이 든다. 아버지가 말하는 대로, 카나타로부터 멀어짐으로서 이 사랑이 사라져 돌도 토하지 않게 된다면, 아무도 상처입지 않는 게 아닐까.

치아키의 눈을 본다. 정의감이 강한 치아키는 카오루의 말에 생각하는 바가 있을 것이다. 그가 입을 열기 전, 선수를 쳐서 그 부분을 찌른다.

"상대를 곤란하게 만들고 싶지 않으니 좋아한다고 말하지 않겠다는 사람에게, 네 마음은 어떻게 되는 거냐, 그건 도피다, 라고 말하는 사람 있지? 나, 그거 이해가 안 되거든. 곤란하게 하고 싶지 않아서 말하지 않겠다는 것도 그 사람의 마음 아니야? 좋아하는 사람이 슬퍼하는 얼굴은 보고 싶지 않아, 그게 자신의 탓이라면 더더욱, 그것도 그 사람의 틀림없는 감정인데 말이야. 게다가 누군가가 등을 밀어줘서 말하는 사람은, 결국 처음부터 좋아한다고 말하고 싶은 거라고 생각해. 등을 밀어주길 바라는 것 뿐이라고. 그러니까 내 마음이 어떻다든가 하는 소린 하지 말아줘. 카나타 군을 상처입히고 싶지 않다는 나를 부정하지 말아줘."

잔잔한 눈으로, 포기한 얼굴로 그런 소리를 듣게 되면, 더이상 치아키에게는 할 말이 없었다. 쉰 목소리로 최선을 다해 이야기하는 모습에 카오루의 진심을 느끼고 말았다.

"하카제는 상냥하군."

"뭐야, 그게.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알아주는 모리사와 군이 상냥한 거지. 그리고, 나같은 녀석이 사랑하게 되어버린 카나타 군도."

"뭐야, 자랑하는 거냐?"

미소지으면서도, 카오루의 마음은 흔들리고 있었다.


앞으로 며칠이면 이번 달도 끝나고 만다. 즉, 그것은 카오루가 이 학교에 적을 둘 날도 앞으로 수일이면 끝이라는 것이다. 아버지는 아직 퇴학신청서를 내지 않은 모양이다. 그래도, 카오루에게 있어서는 사형선고에 겁먹고 떨어야 하는 매일이었다. 

그 뒤로 아쉽기라도 한 듯 유닛이며 부활동에도 얼굴을 내밀었다. 보석을 토한 뒤로 어쩐지 모르게 피하고 있던 카나타에게도, 용기를 짜내어 찾아갔다. 카나타와 있었던 날은 집에서 주얼을 토한다. 마음은 깊어질만큼 깊어져, 최근에는 커다란 주얼밖에 나오지 않는다. 괜히 목을 상처입히고 그 아픔으로 카나타를 향한 마음을 절실히 깨달으며, 또다시 주얼을 토해 목을 다친다. 완벽한 악순환이다. 웃을 일이 아니다. 그래도 근시일내에 다가올 최후의 날을 향해, 카오루의 발은 부실로 향한다. 

"요즘 카오루는, 자주 부활동에 오네요."

"어-…… 상관없잖아? 나 일단 부원인데."

"안 된다고 한 적은 없어요? 카오루가 와 주어서 기뻐요."

카나타의 불의의 미소에 가슴이 뛰고 만다. 이길 수가 없네, 하고 머리를 긁적였다. 부끄러움을 숨기기 위해 부실을 둘러본다.

"또 이상한 물고기 늘렸어?"

"네, 친구는 많은 편이 즐거우니까요."

확실히 일반론적으로 친구는 많은 편이 좋겠지만, 카나타의 경우 친구란 대개 사람이 아니다. 물고기다.

"내가 할 말은 아니지만 말야, 카나타 군의 친구는 물고기가 많네. 괜찮아?"

"친구에 종족은 따지지 않아요. 이상한가요?"

이상해, 라고 잘라 말한다. 그래도 금방 하지만, 하고 말을 잇는다.

"카나타 군의 뭔지 모를 그런 부분도 나는 싫지 않아."

카오루는, 카나타의 보통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할 감성이나 행동을 의외로 좋아한다. 자유분방하게 행동하면서도 사실 열성적이고 갑갑한 가정교육 탓에 판에 박힌 사고방식이 굳어진 카오루에게 있어, 카나타는 한때의 동경의 대상이기도 했다. 이상하기는 이상하지만 사람을 불쾌하게 만드는 것도 아니고, 보고 있으면 즐겁다, 고 카오루는 생각한다. 떨어지고 싶지 않은데, 라고도 생각하고 만다.

"저는, 계속 카오루와 함께 있고 싶어요."

갑작스레 그런 말이 돌아온다. 친구 이야기의 흐름상 나온 소리라고 생각하며 나도야, 라고 대답해 주었다. 그런 소릴 해봤자 어차피 카오루는 얼마 후면 학원을 떠나야 한다. 잔혹한 소리를 하고 있다는 자각은 있다.

"카오루는, 학원을 떠나려 하는 거죠."

귀를 의심했다. 카나타를 돌아보자, 모든 것을 꿰뚫어보고 있다는 듯한 잔잔한 눈이 카오루를 똑바로 바라본다.

어째서, 카나타가 그런 소리를 하는 거야.

"왜, 그런 생각을 했어."

"전 알아요. 카오루가 사랑에 빠진 것도, 그 탓에 곤란해하고 있다는 것도, 그래서, 학원을 그만두려 한다는 것도."

"누구한테 들은 거야, 모리사와 군이라든가?"

"치아키가 아니에요. 치아키는 남의 비밀을 이야기하지 않아요. 카오루도 알고 있잖아요."

"그럼……"

"독자적인 루트로 알게 된 거에요."

머리가 새하얘지기 전에, 어째서, 하고 의문을 품기도 전에, 이제 무리라고 생각했다.

카나타는 카오루의 비밀을 알고 있다. 카오루의 사랑도, 돌을 토하는 병도, 아버지와의 확집도.

그렇다면 이제, 카오루의 사랑이 향하는 활 끝도 알고 있는 걸 테다.

"곤란해하지 말아주세요. 카오루를 괴롭게 하고 싶어서 한 소리가 아니에요."

곤란해하지 말라니, 그런건 무리다. 어째서 카나타는 카오루 안에서 자신이 가지는 가치라든가 영향력을 이해하지 못하는 걸까.

"그럼 어째서."

"저도 말 할 생각은 없었어요. 약속이니까요."

약속, 이라는 카나타의 말에 고개를 갸웃하면서도 이야기를 듣는다. 카나타의 생각을 알 수 없는 것쯤은 언제나 있던 일이지만, 오늘만큼 이해하기 힘들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카오루는 아무것도, 정말로 아무것도 말하지 않고 사라지려고 하니까요, 어쩐지 화가 났어요."

"카나타 군도 화를 내는구나."

"저는 '삼기인'이라구요."

"저는, 카오루가 무어라 말해준다면 붙잡을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그것조차 하게 해 주질 않으니까."

"어쩔 수 없잖아! 이제 무리니까!"

무심코 카나타의 말을 자르고 만다. 이렇게 큰 소리를 화를 내다니 자신답지 않다. 애초에 사랑에 사랑에 휘둘리고 있다는 것부터가 자신답지 않다고, 내심 자조했다.

"카나타 군에게 말할 수 있을 리가 없잖아! 가장 말하고 싶지 않다고, 말하면 괴로워질 줄 알면서, 그런 거 무리야…"

머리가 부글부글 끓어오르는 것마냥 카오루는 흥분하고 있었다. 눈물샘은 느슨해지지, 흥분에 숨은 흐트러지지, 최악이다. 눈동자가 젖어오는 것을 느끼고 서둘러 눈가를 문질렀다.

"카나타 군은 치사해. 나만 카나타 군을 좋아하고, 나만 괴로워하고. 불공평하다고."

말했다. 말하고 말았다. 카오루는 무의식중에 연심을 전했다. 마치 화풀이처럼 말한 그것은 아무리 카나타라 해도 눈치채리라. 카오루가 문득 카나타를 보자, 한 번도 본 적 없는 얼빠진 얼굴을 하고 있어서, 카오루는 겨우 자신이 무슨 소리를 했는지를 깨달았다.

"카오루가 좋아하는 사람은, 저였던 건가요."

새빨개져야 할지, 새파래져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카나타는 카오루가 좋아하는 사람까지는 몰랐던 것이다. 자신의 실태를 깨닫고 이가 부딪히며 소리를 낸다. 도망쳐야 한다고 생각해 벌떡 일어나, 문을 향해 달렸다. 외양따위 신경쓸 때가 아니었다.

느닷없이 두근, 하고 가슴이 울렸다.

병의 전조였다. 하필 이런 때, 하고 생각하면서도 몸에서 힘이 빠져 문 앞에서 웅크리고 만다.

단숨에 주얼이 카오루의 목을 밀고 나오려 한다. 지금까지중에서도 가장 심한 토기. 크기는 중간 정도쯤 될 주얼이 몇 개나, 목을 압박해 왔다. 빈틈도 없는 그것에 점점 숨쉬기가 괴로워진다. 평소처럼 검지와 중지를 입 속에 밀어넣고 긁어내려 했다.

"카오루."

손이 붙잡혔다. 카나타였다. 카오루의 손을 입에서 떼어내고서 그 대신, 그 날처럼 카나타 자신의 손가락을 밀어넣는다.

카나타는 아무 말 없이 주얼을 긁어낸다. 전부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의 주얼을 꺼내, 카오루의 뺨 안쪽에 모은다. 카나타가 무엇을 하려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그걸 물어볼 만한 마음의 여유조차 없다. 아무 말 없이 카나타가 하는 대로 당하고 있자 겨우 카나타의 손가락이 카오루의 입 속에서 빠져나간다. 오랜만의 산소에 무심코 크게 숨을 들이켰다. 숨을 내쉬자, 카나타가 턱을 잡는다. 억지로 카나타에게 얼굴을 향하는 꼴이 되었지만 카오루에게는 거부권이 없었다.

"카오루, 저는 카오루가 말해준다면, 붙잡겠다고 했어요."

"그렇, 네."

"안 믿네요. 저는 '확증'이 있어서 그렇게 말한 거에요. 카오루가 학원을 그만둘 필요는 없어요."

무슨 소리, 라는 카오루의 말은 소리가 되어 나오지 않았다. 그렇게 생각하는 사이에, 카나타의 얼굴이 다가온다.

"우왓, 으, 하, 음……"

입술 째로, 먹히고 있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강하게, 난폭하게 겹쳐진 그것은, 연심을 토해내려 벌어진 틈새를 놓치지 않는다. 혀가 틈을 찾기라도 하듯 카오루의 입술을 쓰다듬고서 입 속으로 그 끝을 밀어넣는다. 그것은 치열을 훑으며 안으로, 안으로 들어와, 목 안쪽까지 도달했다. 한계까지 젖혀진 머리를 간신히 움직여 뇌에 신호를 보내고, 멍한 의식 속에서 카나타에게 시선을 향한다. 눈물이 만들어낸 막 너머에 무언가를 찾듯 시선을 이리저리 헤매이는 카나타가 보였다. 카나타는 의외로 혀가 두껍네, 하고 태평한 생각을 하고 있을 때 카나타와 시선이 마주쳤다. 카나타는 카오루가 자신을 보고 있다는 것을 깨닫자 미소를 지으려 한다. 평소와 같이 부드럽게 웃으려 하는 카나타는 카오루를 안심시키려 한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카오루를 바라보는 시선에서 민감한 열기를 깨닫고, 온 몸의 혈액이 단숨에 심장을 향하는 듯한 감각에 빠진다.

입 속 깊은 곳에 멈춘 사랑의 파편을, 상냥하게 쓰다듬듯 건져낸다. 어느정도 모이자 카오루의 산소와 함께 파편을 빼앗고서, 그 장소를 떠난다. 입술을 떼어내나 했더니 혀에 올린 파편을 그대로 자신의 입에 담는다. 카오루가 축 늘어진 눈동자로 카나타의 윤곽을 파악했을 때, 카나타의 목젖이 위아래로 움직이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인식한 순간, 카나타에 의해 달아올랐던 몸은 갑자기 얼음물이라도 뒤집어 쓴 듯 온도를 잃었다.


카나타 군은 지금, 뭘 삼킨 거지……?

"뱉어내!"

거칠어진 숨 그대로 카오루는 외쳤다. 온도를 잃은 몸은 그대로다. 카나타의 어깨를 붙잡고 필사적으로 흔든다. 답지 않게, 거친 말투로.

"지금 삼킨 거, 뱉으라니까!"

"싫어요."

"어째서."

"카오루의, 절 향한 연심이에요. 그러니까, 제 거에요."

"카오루는, 싫은가요? 자신의 사랑이 그 사람에게 먹히는 건."

싫다든가 좋다든가, 그런 차원의 이야기가 아니다. 보통 그런 일은 상정하지 않는다. 카나타에게 '보통'을 바라는 것도 이제와서 이상한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예를 들어 긴급사태에서의 인공호흡이라든가, 연인과의 키스라면 그런 거친 행위는 용서받을 수 있겠지만, 카나타의 그것은 애정표현도, 비상사태에서의 처치도 아니다. 키스이기는 커녕 주얼이라는 이름의 이물질을 삼키고 말았다. 그런 짓을 할 줄 아는 인간은 드물다. 그렇다기보다, 카나타는 터무니없는 이론으로 아무렇지 않게 카오루의 연심의 소유권까지 선언하고 있지 않은가.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카오루는 의식이 아득해지고 말았다.

"저는 카오루가 좋아요. 그러니까 '주얼'을 삼켰어요. 이게 대답이라고 한다면, 카오루는 제가 기분 나쁘신가요, 멀어지고 싶으신가요, 좋아하게 된 것을, 후회하나요."

카나타가 카오루를 좋아한다고 한다. 좋아하니까, 연심을 삼켰다고 한다. 그런 애정표현, 들어본 적도 없다.

좋아한다고, 카오루의 사랑을 버리지 않아도 된다고 한다. 이런 행복이 달리 있을까. 광기라도 어린 듯한 짓으로, 카오루의 보석을 삼키면서까지 그것을 보여준다면, 이제 대답은 하나뿐이지 않은가.

"당연히 좋아하지."

아연하게 카나타를 바라본 채 중얼거린다. 보통 이런 고백을 당하면 도망치고 싶어질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도, 자신에게 있어서는 행복이니 괜찮은 게 아닌가 하고도 생각한다. 평범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애초에 상대도 자신도 보통은 아니다.

"기분 나쁘지 않아, 떨어지고 싶지 않아, 후회따위 평생 안 해… 그걸 행복이라고 생각한 시점에서, 카나타 군과 마찬가지니까."

자연스레 손을 뻗었다. 카나타를 부드럽게 끌어안는다. 카오루의 어깨를 감싸안는 그 손이 대답이었다.

"치사하네, 카나타 군은."

"그런 저도, 좋아하죠?"

카오루는 더이상 연심을 토해내지 않았다.






해양생물부의 부실에는 코르크 마개로 봉해진 작은 병이 있다. 투명한 유리로 만들어진 그 병에는 깊은 바다와 같은 푸른색 보석이 한가득 채워져 있다. 그리고 녹아들기라도 하듯 흩어진, 별의 조각과도 같은 노란색 보석. 카나타는 그것을 바라보며 콜록, 하고 작게 기침했다. 손바닥에 노란색 파편이 떨어진다.

카나타가 좋아하는 수조 옆에 놓인 그 병의 존재도, 카나타가 계속 그것을 바라보는 의미도, 카오루는 모른다.
























안녕하세요. ~하키 AU를 진지하게 읽은건 처음인데 정말 좋았어서 다른분도 읽어주셨으면 했습니다. 이어지는 시리즈도 계속 번역할 예정이에요. 오자/탈자는 트위터나 댓글로 부탁드립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혹시 마음에 드셨다면 원문 페이지에서 별점이라도 부탁드립니다!


(소설의 제목은 히라가나로 코이니코우후쿠, 라고 쓰고 소제목인 사랑에 항복/고의로 행복/사랑에 행복 어느쪽으로도 해석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큰 제목은 마지막 소제목인 사랑에 행복으로 두었습니다.)



+++본문내 시리즈에서 2편 커플링표기가 반대로 되어있었던 것을 발견해 고쳤습니다 알려주신분 정말 감사합니다 와타토모가 맞습니다ㅠㅠ(160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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